[오이스가] 완벽한 식사
2016. 5. 4. 00:26








세상에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섞여 있다.



"스가와라, 내일 아오바죠사이의 연습 말인데. 연습 시합에는 카게야마가 나가기로 했지만, 워밍업 연습에는 너도 들어와."



카라스노 고교, 배구부, 19살, 스가와라 코우시는 딱 그 중간에 서 있었다.







완벽한 식사










"배고파."



어려서부터 입이 짧았다. 위가 작다거나 소식하는 편은 절대로 아니었다. 입에 맞지 않는 음식들만 먹다 보니 자연스레 짧아졌다. 오늘 점심에도 어머니가 정성스레 싸주신 도시락을 반이나 남겼다. 흰 쌀밥에 다시 국물로 맛을 낸 계란말이, 알맞게 구워진 소시지에 우엉 볶음까지. 나쁘지 않은 메뉴였지만, 스가와라가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었다. 좋아하는 메뉴는 피, 저녁 식사에만 오르는 그것도 "인간과 더불어 그리고 어울려 살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라는 어머니의 의견으로 주말에만 먹을 수 있는 특식. 닭, 소, 돼지, 새, 쥐등등 종류는 여러 가지였지만, 스가와라가 가장 좋아하는 피는 게 중에서 개의 피였다. 어머니가 어디서 구해오는 피들과 달리 따뜻하고 달았다. 태어나 딱 한 번, 어렸을 때 개를 물어 빨았던 기억으로만 남겨진 감각일 뿐이지만 어쨌거나 그게 가장 입맛에 맞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개의 피는 그리 구하기 쉬운 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개는 주인이 있었고, 주인이 있는 개는 물면 안 되었다. 실제로 당시 물었던 개도 당연하게 주인이 있는 개였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사과하는 거로 무사히 넘어갔지만, 그 사고아닌 사고로 개의 피는 더는 맛볼 수 없는 환상의 음식이 되었고 그나마 매일매일 밥상에 올라오던 동물 피는 그날 이후로 주말 특식이 되어버렸다.



"코우시, 너와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달라. 그러니까 코우시가 많이 참고 견뎌야 해."



사실, 그때까진 자연스레 삼시 세끼 밥으로 동물 피를 먹어와서 스가와라는 자신에게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조금도 몰랐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경각심이 없었다. 개 좀 물었다고 이렇게 혼이 나야 하다니, 살짝 물었는데! 그냥 그런 불만만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두 손을 꼭 쥐며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야기. 그 뜻이 "넌 인간이 아니란다." 라던가, 아버지의 목에 남겨진 두 개의 작은 상처를 이해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때부터 식탁에는 아버지만 먹던 음식들이 자신의 몫으로 나오게 되었다. 입에 맞지 않은 음식들은 언제나 스가와라를 괴롭게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도 입이 짧아졌다.
원치 않았지만 그렇게 스가와라는 배고픔을 알았고,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동시에 받아들여야 했다. 반쪽짜리 흡혈귀인 자신을. 
그러니



"참아야지."



인간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는가. 거기다 자신은 이제 옆집 개를 물던 5살이 아니었으니까. 그때야 귀엽게 봐줘서 앙, 수준이었지 지금 자신이 만약 달려든다면 귀여운 개는 그 귀여운 형태조차도 잃을 것이었다.



"그리고 난 개 좋아하기도 하고."



덤으로 고양이도. 그러니 그들을 해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의지와 별개로 배고픈 건 배고픈 것. 삼시 세끼 피를 먹어도 부족했던 식욕이 일주일에 1, 2번으로 줄었으니 더 날뛰었다. 거기다 영 보통 음식은 입맛에 맞지 않아 깨작대다 보니 더 고팠다. 그도 모자라 체력을 길러보겠다고 시작한 배구부에 모든 힘을 다 쏟아 넣으니 더 더 고팠다. 더는 안 되겠다, 막 끝난 워밍업에 이어 바로 시합을 시작한다는 주장 사와무라의 말에도 불구하고 스가와라는 몸을 일으켰다. 음료수라도 한 캔, 아니 두 세 캔 뽑아 마셔야 할 기분이었다.



"스가와라군, 어디 가요?"
"아, 저 음료수 좀."



시합을 알리는 휘슬소리, 어차피 새로 들어온 후배가 선발 세터였고 레귤러였기 때문에 자신은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될 터였다. 밀려나 벤치를 차지한 자신이 영 신경 쓰이는지 다정하게 묻는 고문 선생에게 슬쩍 웃어 보이며 스가와라는 서둘러 동전 지갑만 챙겨 체육관을 빠져나왔다. 이왕이면 토마토 주스로 마셔야지. 눈으로라도 마시면 이 허기가 사라질지도 몰랐다.
그렇게 짤랑이는 지갑만 챙겨 나오는 길, 팔 한가득 토마토 주스를 들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나오긴 했지만 처음 와보는 타교라 그런지 자판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화장실 앞, 교내 식당 근처, 다리 근처까지. 심지어 카라스노와 비슷한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건물 외곽까지 삐잉 둘렀으나 보이질 않았다.



"무슨 학교에 자판기도 없냐?"



사립교는 자판기도 안 두나? 매점이 좋은가? 아니 매점과 자판기는 별개지! 버티지 못하고 배를 울리는 소리에 슬그머니 짜증이 치밀었다. 토마토 주스가 아니라도 좋으니 그냥 맹물이라도 들이켜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안돼. 이러다 어디서 쥐라도 쥐어다 빨고 싶어질 것만 같았다. 절대로 그것만은 피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어딘가에는 있겠지, 어딘가에는. 어딘가에는 자판기가 반드시-



"어?"



있을 거라는 그 믿음 하나로 빠르게 코너를 도는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겹쳤다. 멈춰야 한다는 생각과 달리 이미 뻗어진 발은 눈치 없이 앞을 내디뎠다. 그 뒤는 예상대로 어마어마한 충돌. 단단한 벽과 같은 몸에 부딪혀 그대로 나자빠졌다. 쿵, 제 쪽에서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둔탁한 소리도 함께 울렸다.



"아!"



동시에 고통스러운 비명까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스가와라는 눈앞에서 넘어지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자빠지는 주제에 남을 도우려 하는 제 꼴이 우스웠지만, 더 우스운 건 허공만 몇 번 휘저었다 땅으로 떨어진 자신의 손이었다. 그 손을 잡았어야 할 소년은 크게 부딪힌 소년은 제 도움을 붙잡지 못하고 그대로 크게 넘어졌다.



"괜찮아?"



부딪히는 동시에 벽에 머리를 찧은 소년을 보았기에 스가와라는 서둘러 손을 털어내며 물었다. 아니,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가 곧장 날아왔으나 그의 심기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소년이 입은 저지였다. 흰색에 민트색 줄이 들어간 저지, 그 안에 받쳐입은 민트색 티셔츠. 저거 분명 오늘 연습시합 상대인 배구부의 팀복인데? 시합 중에 나온 것도 모자라 상대 팀 선수와 충돌이라니, 후에 사와무라 다이치의 잔소리 감으론 충분해 보였다.



"미안, 내가 급하게 걷느라... 어디 많이 다쳤-"



좋게 넘어가야지, 괜한 트러블은 싫었기에 낼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목소리를 꾸며내며 물었다. 하지만 잔뜩 찌푸린 소년의 얼굴에 스가와라는 저도 모르게 꾹 입을 다물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소년의 이마를 보고서. 찢어졌는지 붉은 피가 맺혀 그의 매끄러운 이마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아, 피나잖아."



소년이 신경질적으로 이마를 훔쳐내며 투덜댔다. 훅 번져나간 핏자국에 스가와라는 꼴깍 침을 삼켰다. 아깝게시리, 생각과 동시에 심장이 요동쳤다.



"몸 풀러 나왔다가 이게 뭐야.."



주르륵, 굵게 한 번 더 맺힌 피가 또 이마를 타고 흘렀다. 아픈가? 그렇게 깊게 상처나 보이진 않은데. 아 아니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저 아까운 게 뚝뚝 흐르고 있는데. 자신은 오늘 제대로 먹은 게 없었다. 토마토 주스마저 손에 넣지 못했다. 그러니까, 어차피 버려지는 거라면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괜찮지 않더라도 더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미안."



처음 이웃집 개를 물고 사과했을 때도 아주머니는 "그래, 놀다 보면 그럴 수 있지." 라며 용서해주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용서받을 수 있을 거야. 인내의 글자를 지워낸 스가와라는 그리 생각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여전히 아픈지 찌푸린 얼굴로 저를 올려보는 소년을 향해 고개를 내렸다.



"잠깐, 뭐하는-"



붉게 물든 상처에 입을 맞추었다. 바동대는 먹이가 도망가지 않게 손으로 꽉 머리를 잡았다. 제 팔을 강하게 쥐여오는 힘이 느껴 졌지만, 입술을 타고 넘어오는 달콤한 향에 녹아 아프거나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아, 이게 인간의 피구나. 슬쩍 혀를 대 핥아 넘기자 안 그래도 두근대던 심장이 더욱 요동치는 게 느껴 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맛보았던 그 어느 피보다도 달고 또 달았다. 그 이웃집 개의 피보다도 더 강렬한 맛이었다.



"하아..."



입술을 타고 만족스러운 숨이 절로 흘렀다. 살려달라는 건지, 놔달라는 건지. 먹이가 마구 외쳐대는 소리가 귓가를 웅웅 울렸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더 먹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이 먹이의 숨통까지 끊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발끝부터 피어오르는 전율.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렸다. 바짝바짝 머리가 서는 기분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다니. 이렇게나 맛있다니! 스가와라는 소년의 머리를 헤집어 잡으며 더 강하게 입술을 묻었다. 평생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다면 뭐든지-



"젠장!!!"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하지만 그 생각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복부로 무언가가 강하게 꽂혀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고통과 함께 그대로 또 나동그라졌다. 아, 맞다. 먹이가 아니지. 인간이었지. 뒤늦게 돌아온 정신에 스가와라는 서둘러 손등으로 입술을 훔쳤다. 하지만 맑아지는 정신과는 달리 여전히 심장은 빠르게 뛰어댔다.



"뭐야, 너 변태야?! 이게 도대체...!!"
"아, 그게..!"
"다가오지 마!!! 손도 뻗지 마!!!"



소년이 벌떡 일어나 꽥 소리를 질러댔다. 잠깐,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배가 고파서 피 좀 얻어먹었을 뿐인데. 스가와라는 절로 억울한 기분이 들어 꾹 입술을 물었다. 어차피 흘려 버릴 거, 좀 나눠주면 어디가 덧나나?! 치사한 녀석이었다.



"다시 내 앞에 나타나기만 해봐, 그땐 절대로 가만 안 둘 거니까!"



더 치사하게도 소년은 바락바락 외치며 돌아섰다. 아쉬운 마음에 손을 뻗어보았지만, 여기서 진짜로 붙잡았다가는 제대로 오해받을 것 같아 스가와라는 조용히 손을 거두었다.



"아, 맛있었는데."



혀끝에 아직 남아있는 달콤함. 슬쩍 입술을 훑으며 스가와라는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목을 물게 되면 얼마나 더 많은 달콤함을 맛볼 수 있는 거지?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저릿했다.



"매일매일 먹고싶다."



어머니가 들으면 기함할 소리를 간절하게도 뱉어 말하며 스가와라는 허리를 숙였다. 떨어트린 동전 지갑을 챙겨 발걸음을 옮겼다. 더는 배고프지 않으니, 토마토 주스는 아무래도 좋았다. 체육관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얼마나 대단한 먹이였는지, 그렇게 요동을 치던 뱃속이 어느새인가 잠잠해져 있었다. 태어나 처음 가져본 완벽한 그리고 찰나의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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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풀다가 너무너무 보고시퍼서 쓰기 시작했는데... 이게 뭐지 싶다^_ㅠㅠㅠ...........

그래서 결론은 오이카와 품에 안겨서 목이랑 팔이랑 이런데 물고 빠는 스가와라 코우시가 보고싶었다!!!

였다.


지쳐서 여기까지.

이제 나도 내가 뭘 쓰는지 모르게따...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