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
간결한 제목과 달리 내용은 길었다. 스가와라는 구구절절 사정을 써놓았던 메일을 다시금 떠올리며 제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었다. 후룩, 적당하게 식은 액체를 목 뒤로 삼키며 시선만 올려 벽에 붙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곧 오겠네. 메일을 보낸 당사자와 만나기로 한 시간에서 5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이름도 모를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소는 불편했다. 어울리지 않는 값비싼 정장을 꽉 맞게 차려입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이 장소와 어울리기라도 하지. 스가와라는 이마를 문지르며 자신이 입고 있는 셔츠와 낡은 청바지를 내려보았다. 어울리지 않아도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그런 자신을 알아줬는지 반갑게도 단정한 인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 퍼뜩 오래된 신발을 내려보던 고개를 들자 말끔하게 수트를 입은 사내가 무뚝뚝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스가와라 코우시상?"
"네. 이와이즈미상 맞으시죠?"
메일에서 밝힌 그의 이름을 정중하게 묻자 그가 무뚝뚝한 얼굴을 살짝 허물며 고개를 끄덕여왔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가실까요?"
아, 아직 커피 다 못 마셨는데? 호텔 커피숍 커피가 얼마나 비싼데. 하지만 차마 그 말을 뱉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가방을 챙겨 몸을 일으켰다. 뭐, 이 일이 끝나면 또 돈이 들어올 테니 커피값 정도는 희생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아직 반이나 남은 잔을 그냥 두고 스가와라는 터덜터덜 이와이즈미의 뒤를 따랐다. 미리 방을 준비했는지 그는 로비로 향하지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고급 호텔이라 그런지 엘리베이터는 열고 닫히는 소리마저 조용했다. 자신의 낡은 아파트를 떠올리며 스가와라는 멍하니 저를 운반하는 작은 상자에 몸을 맡겼다. 이와이즈미 의뢰인치고는 이것저것 묻는다거나 말을 거는 타입은 아닌지 꾹 입을 다물고 있었다. 꽤 높은 층까지 올라간 엘리베이터는 탔을 때 만큼이나 조용한 소릴 내며 문을 열었다. 앞서서 내리는 이와이즈미를 따라 스가와라는 붉은 카펫이 깔린 복도로 발을 내디뎠다. 폭신폭신한 카펫이 모든 소음을 삼키려는지 발소리마저도 울리지 않았다. 띄엄띄엄 놓인 방문을 따라 걷던 이와이즈미는 가장 끝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스가와라가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찰칵, 아주 미세한 소음이 복도를 울렸다.
"오이카와. 왔어."
그가 메일에서 설명한 손님의 이름을 부르며 먼저 들어섰다. 스가와라는 역시 오늘 제 꼴이 참 추하다 느끼며 조금이라도 단정해 보이기 위해 셔츠를 꾹꾹 당겨 잡아 정리한 뒤에서야 방으로 들어섰다. 탁, 등 뒤로 닫히는 문의 소리를 받아내며 스가와라는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와-"
감탄사, 그저 작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도쿄의 반짝이는 야경이 펼쳐진 뷰에 저도 모르게 나온 감탄사였다. 그리고 그 야경을 등에 쥔 사내, 자신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오이카와 인사해. 오늘 널 도와줄 분이야. 스가와라상, 여기는 오이카와-"
"토오루입니다."
이와이즈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가 받아냈다. 오이카와 토오루, 지금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구 선수였다. 항상 TV로만 보던 사람을 눈앞에 두고 있으려니 스가와라는 기분이 참 이상했다. 물론 자신의 손님중에는 정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유명 연예인도 있었지만.. 운동선수는 또 처음이라 그런가? 이상하게 긴장이 되었다. 건강하고 튼튼해서 가드가 강하면 어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고민까지 슬금슬금 피어올랐다.
"그럼 스가와라상, 잘 부탁하겠습니다."
네? 벌써요? 이렇게 소개만 던져주고 나가려는 이와이즈미를 향해 어색한 분위기만이라도 도와달라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읽지 못했는지 매정하게도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다시 한 번 울리는 문소리에 스가와라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잘게 떨었다.
"긴장하지 마요."
"...하하..."
긴장하지 말라는 사람치고는 목소리에 위압감이 상당했다. 운동선수라 그런지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았다. 저 몸이 제 한 팔에 들어오려나. 스가와라는 슬쩍 팔을 뻗어 둥글게 말며 가늠해 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뭐해요? 들어와요. 그가 이상한 사람 보듯이 눈을 흘기며 명령아닌 명령을 던졌다.
"실례하겠습니다."
꾸벅 인사까지 하며 들어서자 그가 턱짓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스가와라는 냉큼 폭신해 보이는 곳에 엉덩이를 붙이며 소지품이 든 가방을 내려놓았다.
"전 씻었는데, 그쪽도 씻어야 합니까?"
"어.. 씻는 편이 더 좋지 않으세요?"
"잘 몰라서."
"시간을 주신다면 씻고 일했으면 좋겠는데요.."
아무래도 씻는편이 깔끔하고 더 좋을 테니까. 혹시 몰라 집에서 씻고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그게 손님에 대한 예의이다 싶어 스가와라는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괜찮다는 의미인지 욕실 쪽을 가리켰다. 그럼, 빨리 씻고 나오겠습니다! 씩씩하게 외친 후 스가와라는 그의 손끝이 닿은 방문으로 향했다. 반질반질한 문을 밀고 들어가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커다란 욕조였다. 사내 세 명은 거뜬하게 채울 크기의 욕조는 스가와라가 본 것 중에서 가장 큰 것이었다. 당장에라도 뛰어들어 푹 몸을 담그고 씻고 싶었지만, 저걸 채우려면 한참은 걸릴 것 같아 포기하며 벽에 걸린 샤워실로 향했다. 아쉽긴 했지만 통유리로 이루어진 깔끔한 샤워실도 나쁘지는 않았다. 물기 하나 없이 깔끔한 공간으로 몸을 밀어 넣고 서둘러 입고 온 옷가지들을 밖으로 벗어 던졌다.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알맞게 맞춤 온도로 설정된 뜨뜻한 물이 머리 위로 요란하게 쏟아졌다. 호텔의 물은 다른 물과 다른가. 착착 몸으로 휘감기는 감각에 우스운 생각에 웃음이 입을 비집고 흘렀다. 항상 그렇듯이 비누칠과 샴푸는 건너뛰고 제 몸을 이리저리 마사지 하듯 주무른 후에야 스가와라는 간단하고 짧은 샤워를 끝냈다. 따로 준비한 옷가지가 없어 벽에 걸려 있던 샤워가운을 걸치고 나오자 소파에 앉아있던 오이카와 토오루가 몸을 일으켰다.
"혹시 원하시는 뭐 잠옷 같은 게 준비되어 있으면 입어 드리기도 하는데.."
"없습니다."
가끔 손님 중에 더러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들이 있어 넌지시 물었더니 인상까지 구기며 말을 잘라냈다. 가운 차림은 내가 좀 불편한데. 그렇다고 따로 잠옷을 챙겨 온 것도 아니니 할 수 없이 허리에 느슨하게 묶여있던 끈을 살짝만 풀어 단단하게 동여맸다.
"그럼 어디서 잘까요?"
손님도 만났고, 씻기도 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일하는 것뿐이었다. 가볍게 묻는 스가와라의 그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오이카와는 말없이 발을 옮겨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쌩하니 사라진 그 뒷모습에 스가와라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뱉었다.
"꼭 이런 인간들이 있지."
보통 의뢰인이 손님인 경우는 자신을 믿고 부탁해오는 케이스라 대부분 친절하고 상냥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의뢰인이 손님이 아니라 타인일 경우는 마치 이상한 사람을 보듯 아래위로 훑거나 예의없이 막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부류에 비하면 오이카와 토오루는 나은 편이었으나 자신을 아랫사람을 대하듯 구는 것은 사양이었다. 자신은 정정당당하게 일을 하는 사람이었고 그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손님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쌩한 태도라니. 후, 스가와라는 결심한 듯 깊게 숨을 뱉어 쉰 후 그가 사라진 방으로 따라 들어섰다.
"오이카와상."
그리고는 막 침대에 누우려는 그를 불러 멈췄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도 돈 받고 온 입장이라 일은 프로답게 할 겁니다."
"..."
"믿지 못하고 의심스러운 건 이해합니다만 그렇게 고자세로 나오시면 저도 아무것도 못 해드려요."
"왜요?"
"음.. 교감이 필요한 일이라서?"
사실 정답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스가와라는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입으로 담았다. 자신은 없어 절로 말꼬리가 올라가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설명 같았다. 그 설명이 통하지 않았는지 오이카와는 픽- 웃어 보이더니 이내 강하게 손목을 잡아왔다. 잠깐만요! 스가와라가 다급히 외치기도 전에 강한 힘이 훅 팔을 당겨왔다. 방어할 준비도 못 한 몸이 풀썩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나마 침대가 푹신푹신해 얼굴을 박아도 아프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막 사람을 다루면-"
"인간 베개라며."
"네?"
"이와짱이 그러던데, 인간 베개라고. 난 베개에겐 사람취급 안해봐서 몰라."
"..뭐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럼 그만 떠들고 돈 받은 만큼 베개짓이나 해봐."
어느새 말까지 잘라먹은 그가 옆으로 누웠다. 그리고는 덥썩 허리 아래로 손을 넣어 몸을 꽉 끌어안기 시작했다. 음, 보통은 내가 끌어안는 역할인데. 스가와라는 그의 두터운 몸에 팔을 두르려다 다 닿지도 않을 것 같아 꼼실거리던 손을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일단 돈은 받았으니 일은 해야지. 마음은 크게 내키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달래며 제 몸에서 향을 내기 위해 천천히 긴장을 풀었다.
"스가, 너에게서 좋은 냄새가 나."
처음 시작은 그 말에서부터였다. 좋은 냄새? 같이 어울려 다니던 친구의 말에 스가와라는 킁킁 제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주 미세하게 남아있는 꽃향기에 오전에 쓴 비누 냄새가 남았나 보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날이 가면 갈수록 그 향기가 짙어졌다. 크게 로션이나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코끝을 찌르고 들어왔다. 분명하게 제 형태를 띄우기 시작하던 냄새는 더 진해져 18살이 되던 해, 걸핏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툭툭 쓰러지게 만들었다.
"니가 옆에 있으면 막 졸음이 쏟아져."
"스가 몸에서 나는 냄새는 마음이 편안해져."
"너랑 있으면 그냥 푹 잠들고 싶어."
주변 사람들의 말에 스가와라는 제 몸에 무슨 이상이라도 났나 싶어 두려워졌다. 마법사도 아닌데 멋대로 사람을 재우고 쓰러지게 만드니 겁도 났다. 병원에 가도 답은 없고, 무당을 찾아가도 귀신에 씐 것은 아니라니 그저 답답하고 짜증만 일었다. 하지만 달리 멈추고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해 방 안으로 숨어들었다. 제 냄새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모든 틈에 테이프를 붙이고 막았다. 누군가를 멋대로 잠재우는 일은 아직 어렸던 스가와라에게는 공포일 뿐이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던 해, 스가와라는 제 몸에서 나는 냄새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꽃도 아닌데 몸에서 흐르는 이 향은 스가와라가 마음이 편하고 기분 좋을 때만 흘러나왔다. 특히나 노곤하게 물에서 몸을 풀고 나오는 순간이 가장 강했다. 반대로 긴장하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렇게 스스로가 컨트롤 하는 방법을 알아내자 스가와라는 다시 용기를 내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내려진 능력이라면 좋은 곳에 써먹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일이 바로 남들의 수면을 돕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돕는데부터 시작을 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 입소문을 타자 많은 사람들이 의뢰를 해왔다. 개중에는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도 많아서 고생도 많이 했었다. 그런 시행착오를 걸치고 나서부터는 메일로만 의뢰를 받았고, 그중에서도 심각하다 싶은 사람들을 추리고 또 추렸다. 거기다 몸을 써먹는 노동이니 가격도 크게 올렸다. 비싼 가격이라도 흔쾌하게 지불 할 만큼 자신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럼에도 가끔 이상한 사람들이 걸리기는 했지만 예전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여성 손님들이라 침대에 가만히 누워 이야기를 들어주고 달래주고 가끔은 맥주도 나눠마신 후 품에 꽉 안고 재워주면 하루 만에 의뢰가 끝나기도 했었다.
그랬는데-
"...잠 들 노력 좀 해보세요."
이 오이카와 토오루는 눈도 감기지 않는지 멀뚱멀뚱 뜨고 가만히 저만 들여보고 있었다. 차라리 무슨 한풀이라도 하든지 고민이라도 털어놓으면 위로라도 해줄 텐데 입만 꾹 다물고 있었다. 이와이즈미 메일로는 [경기에 대한 압박감이 요 두 달 동안 제대로 잠을 못자 고 있습니다.] 라는데 두 달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인간 \치고는 말짱해 보이는게 참으로 신기했다.
"그건 베개가 해야지."
"...저는 하고 있는데요."
씻기도 씻었고, 이렇게 가만히 안겨있기도 하고, 긴장도 풀어 향도 내보내고 있는데... 대부분 이렇게 있으면 원하지 않아도 스르륵 눈이 감기던데 오이카와는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신에게도 강하게 느껴지는 이 향기도 맡지 못하는 듯이 보였다.
"음, 오늘도 시합했어요?"
그래서 일단 이야기라도 이어가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응."
"이겼어요?"
"아니."
"아..."
졌구나. 이런. 시합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하다 메일에 적혀있었는데 지기까지 했으니 상황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불안해."
"뭐가요?"
"오늘 무릎이 다쳤거든."
거기다 부상이라니. 엎친 데다 덮쳤다. 이거 절대로 못 재우겠는데.
"가볍게 3주 아웃이라는데, 가볍기는. 3주면 그사이에 경기가 몇 개나 있는데."
"..."
"팬들이 난리가 났어. 안 그래도 이번 시즌 부진해서... 비난 말고는 들어본 것이 없는데 거기에 불을 또 질렀지."
씁쓸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웅얼웅얼 흘렀다. 스가와라는 가만히 탄탄한 가슴팍을 바라보며 그의 불안감을 따라 생각을 옮겨보았다. 배구 경기를 하나하나 챙겨 볼 만큼 그의 팬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스가와라 코우시가 아는 오이카와 토오루는 언제나 정상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많은 응원을 받고 많은 관심을 받고 많은 사랑을 받는.
"불안해요?"
"뭐가?"
"다시 코트에 섰을 때가."
그런 사람이 비난을 받는 것이 익숙할 리가 없었다. 그 비난은 오이카와 토오루의 안에서 켜켜이 쌓여 자신감을 깎아 먹고 불안감을 키워냈겠지. 경기를 생각하면 숨이 막혀오고 압박감을 느끼고 잠을 잘 수 없게 된 것도 그래서일 것이 분명했다. 두려움은 언제나 모든 것을 잡아먹었으니까. 그건 스가와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큰 저주라도 걸린 사람마냥 방에 틀어박혔을 때 모든 것이 두려웠었다. 다정한 부모님을 잠재우고,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을 쓰러지게 만들 때 마다 무서웠었다. 그들에게 사랑받지 못할까, 비난 받을까 봐. 그래서 자신을 감추고, 죽여가고, 숨겼는데-
"시간은 늘 그렇듯이 모든 것은 해결해 줘요."
두려움도 녹아 사라지고, 흐르던 눈물도 말랐다.
죽고 싶다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살아 버텼더니 이렇게 기회도 주어졌다.
"정말로?"
그가 물어왔다.
스가와라는 대답 대신 가만히 시트 위에 내려놓았던 손을 뻗어 오이카와의 머리를 당겨 꽉 안아주었다. 그의 커다란 몸은 제 팔로 무리였지만 머리 정도는 한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늘 그렇듯이, 이 시간이 끝나면."
"모두가 당신을 응원할 거고"
"당신을 사랑할 거고."
"다시 당신 이름을 부를 거에요."
"그러니까 더는 불안해하지 말고 푹 잠들어요."
입에 발린 소리일지 몰라도 지금 스가와라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가득 어깨에 묻힌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안고 있는 그의 팔이 단단해지나 싶더니 그가 아이처럼 웅얼거렸다.
"배게, 너에게서 라벤더 향이 나."
완벽하게 자신의 냄새를 맡으며 오이카와 토오루가 중얼거렸다. 잠에 잔뜩 취한 목소리에 스가와라는 웃었다. 부디, 그가 꿈에서는 환호에 휩싸인 코트 위에 서 있기를. 그럼 바람을 담아 토닥토닥 잠들기 시작하는 사내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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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개 급결말.......................... 더 쓰다간 대형 지각이라 그냥...흑흑흑.
마음에 썩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뭐...
스가와라 코우시는 프로 베개꾼이니까여.
아!!!
전력 주제는 꽃/꽃놀이.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가 아니라 오이카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