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My little vampire
2015. 3. 9. 00:45



탕탕 칼을 이용해 커다란 생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냈다. 도마 위에서 마구 두드려질 때마다 붉은 덩어리가 내뿜는 핏물이 흥건했다. 스가와라는 질색인 얼굴로 한참을 그것을 잘라내어 옆에 놓아  둔 유리 볼에 쏟아 담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덩어리가 핏물에 잠겨 붉게 반짝였다. 절대로 자신이 짐승을 기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고기 손질을 할 때마다 사육사가 된 기분이 들었다. 핏물이 맺힌 고무장갑을 서둘러 벗어 던지며 식탁에 앉아 시리얼에 집중하고 있는 오이카와에게 다가가 그릇을 바꿔 챘다. 



"왜에?!"



빼액, 어린아이가 잔뜩 인상을 쓰며 시리얼 그릇을 사수하기 위해 손을 뻗어왔다. 



"이런 거 먹는다고 네가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잖아."



소리가 나도록 고깃덩어리가 담긴 그릇을 내려놓으며 스가와라는 단호하게도 말했다. 호랑이든 뭐든 상관없어. 오이카와씨는! 잔뜩 입을 내민 녀석이 툴툴거리며 자그마한 손으로 그릇을 밀어냈다. 식사 시간마다 이루어지는 이 작은 싸움에 스가와라는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안돼. 먹어. 조금이라도 먹어야지 버티지."
"이딴 냄새 나는 돼지인지 소인지 모를 피를 먹는 것보다야 맛없는 시리얼을 씹어 삼키는 게 더 나아!"
"이제 하루의 반을 너 혼자 버텨야 하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내가 그런 자제력도 없는 줄 알아?"



고작 8살 꼬맹이 주제에 위엄있는 그의 말에 스가와라는 픽 웃었다. 아무리 위엄있게 떠들어도 제 눈에는 고작 8살 꼬맹이일 뿐이었다. 그 비웃음을 발견했는지 잔뜩 이를 세운 오이카와가 달려들었지만 그 우스운 반항은 한 손으로도 저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억지로 턱을 눌러 입을 다물게 한 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꽉 잡아 쥐며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스가와라는 식탁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드디어 네가 세상으로 나가는 날이잖아. 나는 토오루에게 큰일이 날까 무서워."
"말했잖아. 오이카와씨의 자제력은 그렇게 하찮지 않아."
"빈혈로 쓰러지면?"
"흡혈귀가 빈혈로 쓰러진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어."



그래 그건 맞는 말이었다. 쓰러지기 전에 길거리에 널린 인간들이 모두 음식으로 보일 테니까. 맞는 말로 맞서는 단호한 녀석의 말에 스가와라는 하는 수 없이 밀어냈던 시리얼 그릇을 다시 앞으로 당겨 주었다. 피가 아니고서야 달고 고소하고 맛있다는 감각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주제에 오이카와는 수저를 푹 담가 눅눅해진 그것을 오물오물 씹어 삼켰다. 가만히 식탁에 허리를 기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살살 아이의 머리를 넘겨주던 스가와라는 정말로 이대로 이렇게 이 녀석을 키워도 되는가- 라는 늦어도 너무 늦어버린 본질적인 문제를 떠올렸다.




스가와라 코우시의 직업은 청소부였다. 말이 단순하게 청소부일 뿐이지 실제로는 청소하는 청소부는 아니었다. 굳이 급을 따지자면 3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꽤 대단한 청소부였다. 그 꽤 대단한 일은 죽은 흡혈귀나 그들에게 희생된 인간을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지워내는 아주아주 귀찮고 어두운 것이었다. 


보통의 대낮에 활동하는 모든 사람에게 흡혈귀란 동화책이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현실성 없는 공포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틈에서 흡혈귀들은 완전한 인간의 탈을 쓰고 삶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제 본능을 제어하며 인간인 척 구는 똑똑한 녀석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하고 멍청하게 나대는 녀석들이 있었다. 후자인 멍청한 녀석들은 제 주제를 모르고 밤이 되면 기승을 부렸는데 그런 놈들을 그저 어둠에 사라지도록 만드는 것이 청소부의 일이었다. 흡혈귀란 존재는 정부의 최고등급 기밀사항과 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었기에 그 작업은 언제나 신속하며 정확하게, 그리고 뒤 끝없이 이루어져야 했다. 덧붙여 아무도 모르게. 그렇기에 자신의 직업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존재하지만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런 우스우면서도 위험한 직업이었지만 스가와라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라 생명 값에 해당하는 연봉은 어마어마했고 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개인 판단에 의한 살인 허가가 내려진 직업이라는 뿌듯함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정신 나간 인간처럼 그 안에서 쾌감을 찾거나 즐기지는 않았지만. 단지, 단조로울 뿐이었다. 조금.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말 안 듣는 많은 흡혈귀를 이 세상에서 지워왔고 그건 마치 수저를 들고 식사를 하는 것과 전혀 다름이 없는 흐름이었다. 그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스가와라는 늘 문제 없이 모든 것을 해내었고 자신의 실력을 믿었기에 어떠한 말썽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녀석, 오이카와 토오루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날은 빌어먹게도 비가 많이 내렸었다. 묵직하게 내려앉는 공기에 몸이 무거운 것은 물론이요 시야 확보마저 불가능할 정도로. 흡혈귀가 인간과 삶을 함께 하기위해 정부의 강요로 이식되는 칩은 그들이 이성을 잃게 되면 바로 청소부의 데이터 맵에 뜨게 되는데 그날은 유달리 붉게 울리는 신호가 많았다. "비가 오면 원래 미친놈들이 더 기승을 부려요." 와이어 선으로 이루어진 둔탁하고 무거운 활을 정비하며 중얼거리는 츳키의 말에 스가와라는 쓰게 웃으며 제 나이프를 챙겼다. 어둠이 짙어지고 길어지면 잃어버린 제 본능이라도 되찾고 싶은 욕구가 드는 건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추측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지도의 표시되는 붉은 점을 따라 빗속을 달렸다. 그리고 언제나 늘 그렇듯이 사고를 친 놈들의 머리를 몇 번이나 베고 찔렀다. 인간과 달리 그것들이 내뿜는 검은 피가 걸치고 있는 방독면이나 수트에 묻지 않게 최선을 다하면서. 그리고 참 안타깝게도 희생당한 인간 역시도 청소부의 몫이었다. 죽은 인간은 물론이고 숨이 붙어 있어도 이미 흡혈귀의 존재를 알아버린 인간은 살릴 수가 없었다. 스가와라는 그런 인간들을 처리하고 거짓된 사망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일을 매우 싫어했다.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을 들어야 하는 그들의 가족을 만나야 하는 것도 질색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안 좋은 일은 동시에 일어난다고 그날은 제가 흡혈귀의 머리를 벤 만큼 멀쩡하게 숨이 붙어 있는 인간의 목숨까지 베어야 하는 날이었다. 망할, 도대체 내일 또 몇 번의 거짓말을 해야 하지? 그리고 몇 번의 감정 없는 위로를 해야 하지? 그런 계산을 하며 스가와라는 마지막으로 지도위에 반짝이는 불빛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비는 어느새인가 그쳤고 다행히 인적이 없는 공사 터에서 마지막으로 여자 흡혈귀의 머리를 베었다. 동이 트는 시간이라 등 뒤로 아침 해가 요란하게도 펼쳐졌다. 그 빛을 받으며 "차라리 칩에 자동 폭발 기능이 붙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카게야마의 큰일 날 소리를 들으며 스가와라는 그저 웃었다. 어둠은 사라졌고 해가 떴으니 이제 이 광기의 밤도 모두 정리된 셈이었다. 꿀렁꿀렁 잘려나간 목에서 검은 피를 쏟아내는 그녀의 배가 요동치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식사로 뭘 먹을래? 프렌치토스트? 도넛? 아침 메뉴를 정하며 멀어지는 팀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가와라는 챙겨 넣으려던 나이프를 고쳐 잡아 그녀의 배를 단박에 갈랐다. 바닥으로 우두두 쏟아지는 검은 피와 함께 그 안에서 완벽한 형태를 띄운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울지도 않고 쌕쌕 숨을 쉬며 저와 눈을 마주치는 갓난 아이. 그 기묘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에 스가와라는 꿀꺽 침을 삼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흡혈귀의 갓난 아이었다. 이 위험한 상황을 파악했는지 보통의 아이들이 내지르는 탄생의 첫 울음도 내지 않는 그 판단력에 스가와라는 나이프를 꽉 쥐었다. 어차피 어미는 죽었다. 자신이 찌르지 않아도 이 아이는 아마 이대로 죽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가만히 저를 올려보는 눈동자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 스가와라는 천천히 손을 뻗어 피투성이인 아이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그 행동에 응하듯 아이는 맑게도 웃어 보였다. 누가 본다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던 순간이지만 스가와라에게는 조금 달랐다. 무엇이 다른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르다 느꼈다. 저를 담아내는 아이의 눈동자가 웃어주는 미소가 따뜻해 보여 스가와라는 홀린 듯이 아이를 소중한 보석이라도 되는 양 챙겨 들었다.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아이는 정부에 신고할 수 없었다. 흡혈귀인 부모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 나라에는 인간을 위한 보육원은 있어도 흡혈귀인 아이를 위한 시설은 없었다. 거기다 인간의 피를 탐한 여자에게서 태어난 흡혈귀를 정부에서 보호 해줄 리도 만무했기에 스가와라는 아이를 신고하지 못했다. 대신, 자신의 아들로 출생 등록을 했다. 그리고 멋대로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여 대충 이름을 지어 불렀다. 오이카와 토오루라고. 참 멋없는 이름이었다. 흡혈귀로 신고하지 못해 칩을 이식시키진 못했지만 스가와라는 울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인간 아이와 다름이 없는 오이카와를 제대로 키우겠다고 결심했다. 그건 어린 시절 기억이 보호 시설에서 시작되는 자신을 동일시하며 생긴 동질감이기도 했고 태어나자마자 울지 않았던 아이에 대한 동정심이기도 했으며 아이의 어미를 죽였다는 죄책감이기도 했다. 그걸 자신의 정이며 사랑이라 포장하는 걸지도 몰랐지만 스가와라는 정말로 제 자식인 마냥 오이카와를 돌보았다. 똑똑하게도 오이카와는 2살부터 뾰족 솟아나온 제 이를 숨길 줄 알았다. 피가 아닌 분유를 탄 우유도 제 밥처럼 꼴깍꼴깍 잘 삼켰다. 낮에도 밤에도 보통의 아이들처럼 웃고 걷고 기어 다니고 잠들었다. 인간의 아이보다 첫 말이 빨랐어도 걸음마를 떼는 속도가 일러도 스가와라는 조금도 아이의 태생에 문제를 품지는 않았다. 그렇게 자란 오이카와는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스스로 구구단 노래를 유창하게 부를 만큼 학습력이 빨랐고 말의 구사력도 보통의 아이들과는 달랐다. 무언가를 알려주면 그 이상을 배웠다. 인간의 아이들이 따라갈 수 없는 학습력과 습득을 눈으로 확인하며 스가와라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여 본성이 나올까, 이성을 잃을까 두려워 가끔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동물의 피를 구해다 주었지만 오이카와는 부득부득 자신이 인간이라 우기며 먹기를 거부했다. 그래도 성장하는 데에는 조금의 문제가 없어 안심했다. 저를 올려보며 웃는 천사 같은 아이가 자신과 다르지 않음에 감사했다. 이 평온한 시간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고 아이를 끌어안으며 스가와라는 시간을 오이카와를 그리고 자신을 속였다.

그렇게 온전하게 흘러갈 것만 같았던 시간은 오이카와가 여섯 살이 되는 해에 끝나고 말았다. 그날은 스가와라의 일이 오프라 오랜만에 함께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고요한 새벽, 집안을 울리는 요란한 소음에 스가와라는 반사적으로 벌떡 몸을 일으켰다. 튕기듯 침대에 일어나 우선적으로 제 옆자리를 확인했지만 오이카와는 보이지 않았다. 쿵쿵 뛰는 불안한 심장 소리를 귀로 담으며 스가와라는 천천히 침대를 벗어나 거실로 향했다. 오이카와를 데려와 키우면서 어떤 상황이 와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불안했고 생각보다 무서웠다. 자신이 매일같이 휘두르는 나이프로 아이의 목을 베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에 땀이 다 찼다.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이토록 어두운 밤이 무서운 적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허공을 떠도는 불안감을 마음으로 새겨넣으며 발을 딛은 거실에는 깨진 컵과 함께 그 앞에서 토악질하는 작은 등이 있었다. 검은 피를 토해내는 오이카와를 발견한 스가는 서둘러 달려가 아이를 품으로 끌어안았다. 펄펄 열이 끓는 아이는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언제나 자신은 인간이라며 감추던 이를 바짝 세운 채로 숨을 헐떡였다. 간절하게 아이의 이름을 불렀지만 들리지 않는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무엇을 찾는 듯 허공에 허우적대는 손은 이내 간절하게 뺨을 어루만지고 이마를 만져주는 스가와라의 팔을 움켜쥐었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세운 날카로운 이를 박아 넣었다. 빼낼 수조차 없이 단단하게 묶인 아이의 힘에 굴복당하며 스가와라는 조금의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살을 파고드는 이의 감촉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아프기는 했지만 이걸로 오이카와가 편해질 수 있다면 자신의 피야 얼마든지 내어주면 그만이었다. 청소부로서 해선 안 될 어마어마한 생각과 행위를 벌여 놓고서도 그저 제 팔을 문 오이카와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급하게 처음으로 인간의 피를 흡수하며 오이카와는 헐떡이던 숨을 진정시켰다. 충혈 된 눈도 자연스레 원래의 빛을 찾아 돌아갔다. 천천히 정신이 돌아온 아이는 자신의 붉은 피를 입에 잔뜩 묻히고서는 서럽게 울었다. 아무리 인간이라 입에 담아 뱉어도 변하지 않는 본능을 스스로 알아버린 아이는 그렇게 괴롭게 울었다.

그 후로는 오이카와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스가가 건네주는 동물의 피나 날고기를 씹어 삼켰다. 보통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가끔 자신이 위험하다고 느껴지면 먼저 졸라 그것들을 입에 담았다. 맛없어, 최악이야, 토할 것만 같아, 역겨워. 당연한 소리를 내뱉으며 열심히도 씹어 삼켰다. 가끔은 그런 오이카와가 안쓰러워 스가와라는 동물의 피를 토마토 주스에 섞어 내어주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맛없는 것 더하기 맛없는 것은 완전 맛없는 거야. 코우짱." 이라며 질색을 해왔다. 그래도 그 아슬했던 시간을 지나 오이카와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8살이 되었고 학교에 갈 아이들에게 날라오는 입학 허가서를 받았다. 스가와라는 그 성장을 축하하며 잔뜩 신이 난 아이에게 교복을 사주고 파란 란도셀을 메어주었다. 그리고 약속했다. 절대로, 자신을, 잃지, 말 것. 스가와라는 몇 번이나 오이카와에게 그 사실을 당부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반복해 느꼈다. 오이카와 토오루에게 '자신'이란 흡혈귀 본성 그대로인데 자신은 그에게 '인간'이 되기를 요구하고 종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언제 웃으며 당부하는 스가와라의 새끼손가락에 제 작은 손가락을 걸며 노래했다. 응, 꼭 꼭 약속해.



"학교에서 위험하다 싶으면 어떻게 한다고?"
"코우짱에게 전화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멀리멀리 도망가거나 숨는다!"



집을 나서기 전, 함께 나란히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스가와라는 몇 번이고 일러 주었던 주의사항을 다시 확인했다. 씩씩하게 그리고 당차게 뱉는 그 말을 들으며 작은 교복이 흐트러지지 않게 가볍게 손바닥을 펴 탁탁 정리해 주었다. 오이카와의 가슴에는 학교에서 미리 보내준 작은 꽃이 달린 입학 브로치가 반짝이고 있었다. 흡혈귀로 등록된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달랐다. 스가와라는 지금 자신이 저지르는 엄청난 범법 행위를 앞에 두면서도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카메라 챙겼어?"
"응."
"가는 길에 나 줄 꽃도 살 거지?"
"그럼, 토오루가 좋아하는 꽃으로 사자."



처음 자신을 보고 웃어주던 그 맑은 웃음으로 묻는 아이의 손을 스가와라는 꽉 쥐었다. 막 문을 열기 전, 함께 산책하러 나가고 장을 보러 나가는 길은 늘 자신이 곁에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는데 이제 반나절을 떨어져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웃고 있는 얼굴이 떨려왔다. 그런 스가와라의 걱정을 읽었는지 오이카와는 쥐어진 제 손에 더 힘을 주어왔다. 



"코우짱이 있으면 난 괜찮아."
"그래?"
"응, 약속했잖아."



절대로. 자신을. 잃지. 말 것. 하나하나 힘을 주어 오이카와가 맹세했다. 



"그리고 난 절대로 코우짱을 울리는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어른스러운 얼굴로 오이카와가 또박또박 말했다. 스가와라는 가만히 그런 아이의 갈색 머리를 넘겨주며 자신이 베었던 여인을 떠올렸다. 그녀를 죽인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면 아마 아이는 크게 상심하고 배신감을 느낄 터였다. 언젠가는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고 결심했지만 언제나 입을 타고 나오는 것은 자신의 다정한 말과 거짓말뿐이었다. 그래도,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거짓이 아니야. 스가와라는 닿지 못할 약아빠지고 초라한 제 마음을 마른 입안으로 감추며 천천히 잡은 손을 이끌었다. 어렵사리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언제나 이뤄질 오이카와의 첫 발걸음을, 그 내딛음을 무사히 지켜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룰 수 없는 꿈을 그리며 스가와라는 입을 열었다.



"기념으로 집 앞에서 사진 하나만 찍자."



언젠가 오이카와 토오루가 자신의 곁에 떠나도 남겨질 무언가가 스가와라에게는 필요했다.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제 손을 놓고 집 앞에 서 브이자를 그리며 웃는 아이를 담기 위해 서둘러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낡아빠진 구식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스가와라는 간절하게 빌었다. 바라옵건대- 신이 있다면 부디 저 아이가 자신과 다르지 않게 자라기를. 부디 저 아이가 자신의 추함을 알지 않기를. 그리고 부디 저 아이의 목을 자신이 베지 않기를. 그 바람과 함께- 찰칵 셔터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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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자기전에 문득 흡혈귀 꼬맹이인데 난 인간이 될 거야! 라고 우기면서 토마토 주스를 쪽쪽 마시는 오이카와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런 오이카와를 써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이게 뭐지...^_T??????????

퇴고 안하고 올려서 나중에 수정 합니다. 나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1도 모르게따. 

그냥 막 써내려가서 세계관 개떡같음 주의;;;;;;;;;;;;;;;;;;;;

원래 막 이렇게 뭔가 설명 하려고 시작한 것이 아닌데...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