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다리 잘 붙이려면 제발 더는 사고 치지 말고 제 말 좀 들어요."
깐깐한 여의사의 말에 오이카와는 그저 웃었다. "낫기는 해요?" 퉁명스런 말투로 그리 물으니 그녀는 안경을 고쳐 쓰며 "오이카와군이 허튼짓을 하지 않으면 나아요."라며 강수를 두었다. 오른쪽 다리에 강하게 둘린 깁스가 이번 여름의 험난한 고생길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뭐 아무렴 좋았다. 오이카와는 거칠게 자신의 머리를 흩트린 후 근처에 서 있는 간호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쥐여주는 목발을 가볍게 잡아 제 몸을 부축하며 몸을 일으켰다. 제발 그만 싸워요. 그녀의 간절한 목소리에 "네~"라고 가볍게도 대답한 후 병실을 나섰다. 코끝 가득 치미는 약품의 냄새가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길게 뻗어진 조용한 복도에는 저마다 사연을 안고 제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평일의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북적했다. 오이카와는 질질 제 다리를 끌어 남겨진 자리 한구석을 차지해 앉았다. 망할, 작게 욕을 짓이겨 씹은 후 목을 젖혀 찬 벽에 머리를 기댔다. 슬쩍 손을 올려 멍이 든 눈두덩을 누르자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더럽게 아프네."
한 학년 위라고 코트 위에서 이래저래 잔소리하는 선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의 머리통으로 공을 던진 것이 이 상처의 이유였다. "지금 뭐 했냐? 오이카와?" 날카롭게 묻는 그의 말에 오이카와는 그저 웃으며 바켓에서 다시 공을 꺼내 그에게 던졌다. 그리곤 지껄였다. "시끄러우니까 입 좀 다무세요. 선배." 그 말을 신호로 달려든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운 좋게 뻗어 날아간 주먹은 그의 턱을 날렸는데 문제는 달려든 것이 그놈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코트 위에서 선배 셋을 상대로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을 했다. 치사하게도 죄다 노리는 곳이 얼굴이라 위쪽만 방어하느라 방심했다. 거기서 제 발목을 마포 자루로 내려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누군가의 고자질로 나타난 감독의 중재로 일단락되었지만 한 달간 체육관 출입 금지라는 우스운 벌을 받았다. 엄하게 말하는 감독의 말에 오이카와는 그저 다리를 쩔뚝이며 그곳을 나왔다. 맞은 곳이 욱신거리며 머리 위로 떨어지는 피는 눈가를 덮었다. 그깟 코트 안 서면 그만이었다. 철없는 고등학생은 이미 졸업했으면서도 화에 차오른 유치한 반항심만 품으며 오이카와는 생각했다. 언제부터일까, 배구가 즐겁지 않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배구가 이까짓 공놀이가 된 것은. 어릴 때부터 코트 위가 아닌 다른 곳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은 단 한 번도 떠올려 본 적 없는 오이카와에게 그것은 꽤 새로운 접근이었다.
단 한 번도 전국에 가지 못했을 때도 배구는 즐거웠다. 분해서 울고 화를 내기는 했어도 코트 위에서 지루함 혹은 무기력함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코트에 설 때마다 같은 팀으로부터 달라붙는 진득한 시기와 질투가 지겨웠다. 신입생 주제에 레귤러를 따냈다는 이유로 그 비난이 정당화되는 분위기가 역겨웠다. 그런 세터라고 제 말을 무시하는 선배들의 행동이 짜증 났다. 네가 그 오이카와 토오루야? 적의를 담은 질문이 우스웠다. 네, 제가 그 오이카와 토오루에요. 단 한 번도 스스로 자신의 이름 앞에 <그>라는 지칭을 담아 본 적 없었지만 그리 대답했다. 경기가 시작되면 그저 이기기 위한 도구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플레이가 갈증을 일으켰다. 그런 주제에 자신의 플레이에는 조금도 따라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귀찮아졌다. 그러면서 잘났다고 왈왈 짖는 꼴이 웃기지도 않았다. 이와짱, 배구는 여섯 명이 하는 거라며. 가라앉던 자신을 일으켜주던 친구는 이제 곁에 없었다. 오이카와는 코트 위에서 그렇게 침몰했다.
이런 짜증에 가까운 목마름을 이겨내면서 자신은 코트에 있을 필요가 있는 걸까. 오이카와가 내놓은 대답은 아니오, 였다. 이제 그만두고 싶어. 배구. 즐겁지 않아. 어둑한 부정만이 머릿속으로 가득 찼다. 오랜만에 이와짱에게 전화해 "배구 그만두고 싶어."라고 칭얼대자 위로의 말은커녕 "너, 그래 보여."라는 냉정한 답변만 들었다. 그저 조금의 칭찬과 다정한 관심과 적당한 위로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오이카와는 찢어진 입술을 당겨 자조적으로 웃었다. 사실은 조금 울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답답해진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오이카와는 서둘러 제 가디건의 주머니를 뒤적여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하지만 불을 붙이기도 전에 옆에 앉아있던 아주머니의 "병원 금연이에요!!"라는 날카로운 잔소리가 날아들었다. 아, 금연이구나. 당연한 사실을 잊은 채로 오이카와는 씩 웃었다.
"그냥 물고 있는 거예요."
"뭐라고요?"
"제가 존나 니코틴 중독자 또라이라 이거 없으면 돌아버리거든요. 그래서 물고만 있는 거라고요."
근처에 앉은 아이의 어머니가 제 아들의 귀를 막으며 시선을 돌렸다. 붉게 번지는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며 상큼하게도 웃은 오이카와는 이로 필터를 물어 씹으며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시선 끝에 뜻밖의 얼굴이 들어와 박혔다. 타박타박 실내용 슬리퍼가 유려하게 복도를 밟으며 마찰음을 냈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사내는 마치 그것이 어느 음악의 박자라도 되는 마냥 흥얼거리며 손에 쥔 여러 권의 동화책을 가볍게 돌려 잡았다. 여름을 채우는 습기와 복도를 뒤흔드는 싸한 약품 냄새와 달리 그의 주변은 마치 봄과 같아 보였다. 아마, 상쾌한.
"상쾌군."
오이카와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뱉으며 중얼거렸다.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자신이 이런 우스운 별명으로 그를 불렀다는 사실만 기억했다. 고교 시절 네트 반대편에서 마주했던 상대. 상쾌하고 부드러운 얼굴과 달리 코트 위에서는 꽤 강단 있고 냉정하며 날카로운 선수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차림은 뭐지? 저와 동갑이니 현재 학생임이 분명했는데 그는 연분홍의 남자 간호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 저 색 때문에 더 봄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몇 번이고 손에서 책을 돌려 잡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는 이 길이 익숙한 사람처럼 걸어 코너를 돌아 사라졌다.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옆에 내려놓은 목발을 잡아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바로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금세 시야에서 사라져 찾을 수가 없었다. 딱딱한 목발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얼마나 복도를 걷고 기웃했을까, 오이카와는 하는 수 없이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았다.
"여기 남자 간호사 중에 키 이 정도에 머리카락 색이 옅고 좀 화사하게 생긴-"
"아, 스가와라군?"
스가와라라, 그런 이름이었던가? 사실 잘 모르겠다. 이름은 기억에 없었다. 하지만 긍정의 대답도 전에 그녀가 웃으며 "간호사는 아니고 자원봉사자로 나오고 있어요. 어린이 병동에 가 있을 텐데?" 라며 친절하게도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거기다 더 나아가 손을 뻗어 병동 가는 길까지 알려주는 그녀의 행동에 오이카와는 오늘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로 웃으며 인사를 한 후 걸음을 옮겼다. 23년을 멀쩡한 다리로 살았더니 여전히 깁스를 찬 걸음걸이는 적응되지 않았다. 본 병동과 달리 어린이 병동은 입구서부터 거부감이 드는 풍경이었다. 마치 어린이집에 온 것처럼 입구에 붙어있는 동물 캐릭터들이 참 부담스러웠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척 보아도 썩 모범적이지 않은 자신의 얼굴 때문인지 잔뜩 경계한 간호사가 용건을 물었다. 그러니까, 누굴 좀 찾으러 왔는데- 다시 한 번 우습지도 않은 인상착의를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연 순간 귓가로 듣기 좋은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아기 토끼가 여행을 떠납니다. 토끼는 꼭 가야 할 곳이라면 어디라도 갑니다."
나직나직 떨어지는 조용한 목소리였다. 오이카와는 다시 질문하려는 간호사에게 웃으며 "저 친구요." 라며 스가와라를 가리켰다. 어린이 병동 내의 놀이방 한구석에 그가 앉아 있었다. 제 머리카락과 똑같은 색의 동화책을 든 그는 곁에 모여든 아이들의 앞에서 한장 한장 종이를 넘기며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대부분 환자복을 갖춰 입은 아이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폭신한 매트나 제 엄마의 품 혹은 소파에 자리를 잡고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토끼야, 토끼야, 길을 떠나는 구나. 토끼야, 토끼야, 돌아오지 않을거니? 어디로 가는거니, 아기 토끼야."
아, 코우시군 친구예요? 차마 들어가진 못하고 근처에 자리를 잡은 오이카와에게 아까의 어린이 병동 간호사가 말을 붙였다. 친구라기 보다 그저 아는 사이? 아니 아는 사이도 되지 못하는 관계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는 게 귀찮아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부터 일주일에 2번씩 병동에 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요. 자원봉사라 얼마 못하고 그만두지 않을까 했는데 얼마나 성실한지. 늘 시간 맞춰서 온다니까."
호감 가득한 말이었다. 책장을 넘기는 그의 가슴팍에는 <자원봉사자 / 스가와라 코우시>라는 커다란 명찰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도 상대하는 아이들이 환자인지라 갖춰 입었을 그 간호사복이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생각하며 오이카와는 눈을 감고 그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세웠다.
"아기 토끼야 안녕! 그 소리에 토끼는 잠이 깼습니다. 머물 곳이 없니? 집이 없는거야?"
길을 떠난 토끼가 다른 동물을 지나치고 걷고 걸어 어둑한 밤을 만나는 이야기를 넘어 이번에는 소녀를 만났는지 대사 톤이 여리고 높아졌다. 자연스레 소녀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그의 행동에 아이 몇 명이 까르르 웃음을 내보였다.
"아니야, 그럼 안녕! 아기 토끼는 애완 동물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한 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거든요. 숲을 지나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갑니다. 토끼는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참으로 먼 길을 왔는데도 말이죠."
팔랑 종이가 긴 손가락을 따라 넘어갔다.
"토끼야, 토끼야, 언덕을 오르는구나. 토끼야, 토끼야, 좀 쉬었다 가지 그러니?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니, 아기 토끼야?"
토끼 어디 가요? 멀리 가요? 궁금증에 가득 찬 아이들의 질문이 틈틈이 튀어나왔다. 그 모습이 귀여운지 그는 목소리로 웃으며 아니야, 멀리 안가. 라며 다독였다.
"여기야, 내가 찾던 곳이 바로 여기야. 자 봐, 나도 집이 있다니까?"
쫙 펴 보이는 동화책에 여러 마리의 토끼가 무리를 지어 있는 그림이 담겨 있었다. 오이카와는 멍하니 그 그림을 눈에 담으며 쓰게 웃었다. 토끼도 저의 집을 찾아가는데 자신은 지금 어디 즈음 서 있는 걸까.
"아기 토끼에게는 정말 집이 있었습니다. 편안히 머물 곳이 있었지요."
오이카와는 정말로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돌아갈 곳은 언제나 코트 위라고 믿고 살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이지 조금도 알 수가 없었다. 서 있는 길 앞은 모두 엉망진창이었다. 반짝이던 자신의 열정도 열망도 신념도 모두 사라진 길만이 눈앞에 길게 뻗어있는 기분이었다. 선생님, 더 읽어주세요! 보채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이카와는 벽에 기대고 있던 자신의 어깨를 떼어냈다. 다음 책을 꺼내기 시작하는 스가와라 코우시에게서 돌아서 복도로 나왔다. 여름의 해가 저물어가는지 노을이 창을 타고 길게 바닥에 빛을 만들어 냈다. 주황빛으로 가라앉는 복도에 자리 잡으며 오이카와는 머릿속으로 열심히 달리는 토끼를 떠올렸다. 어둠 속을 달리는 토끼. 그 애처로운 달음박질이 마치 자신의 마음과 닮아 보였다. 살다 살다 자신을 토끼에 비유할 줄이야. 기가 막힌 웃음이 타고 흘렀다.
얼마나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발끝을 간질이던 노을은 이미 사라지고 방문 접수 시간이 끝났다는 안내 방송이 건물을 울려댔다. 오이카와는 천천히 시트를 딛고 몸을 일으켰다. 체중에 밀린 의자가 끼긱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저-"
청아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 내려놓은 목발을 들려던 오이카와는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확인했다.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스가와라 코우시가 있었다. 손에는 다 읽었는지 여러 권의 동화책과 함께.
"...간호사님이 친구가 와 있다고 해서-"
"아.."
말을 전할 필요는 없었는데. 서로 실제로 이름을 불러 본 적도 없는 사이였다. 감싸고 도는 공기가 답답하고 거추장스러운 사이였다. 미안, 나 기억해? 오이카와는 애써 그 공기를 털기 위해 웃으며 물었다.
"응, 이름도 기억나. 오이카와 토오루군 맞지?"
"응."
다행이었다. 모른다고 대답했으면 아마 조금 민망하고 창피했을 것이었다. 웃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조심스레 뜯어보던 스가와라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싸웠어?라고. 다쳤어도 아니고 싸웠느냐니, 그렇게 얼굴에서 티가 나는 상처였던가. 어째서인지 갑자기 창피해져 오이카와는 제 뒷목을 긁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아이들도 그렇게는 안 싸우는데..."
말끝을 흐리는 잔소리에 오이카와는 픽 웃었다. 당연하지, 어린아이들이 자신처럼 싸우면 큰일이었다. 마포대로 사람 발목을 작살을 내놨으니까. 슬슬 가기 위해 다시 몸을 일으키려는 오이카와를 도와 그가 손을 뻗어왔다. 대신 목발을 들어주며 팔을 잡아주는 그에게서 은은한 향이 났다. 자신이 아는 23살의 남자들에게서 나는 것이라곤 담배, 그리고 땀, 가끔의 술이 전부였는데- 기분이 참 이상했다.
"혼자 갈 수 있어?"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그래,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
이걸로 끝? 너무도 간단하게 재회를 끝내버리는 그의 매정함에 오이카와는 꾹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를 붙잡고 할 이야기가 마땅히 주어진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벗어날 타이밍에 지나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건네는 목발을 받아 어깨 아래로 끼워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다정하게도 스가와라 코우시는 멀어지는 등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꼿꼿하게 저를 봐주고 있었다. 누군가가 곧게 봐주는 시선은 꽤 오랜만이라 오이카와는 참지 못하고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
"저기요, 선생님."
"...응?"
"오이카와 토오루라는 토끼에게도 집은 있을까요?"
책에 나오는 아기 토끼처럼 열심히 넘고 넘어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집을 찾아갈 수 있을까. 장난스레 묻는 오이카와의 질문에 스가와라는 꽤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흔들리지 않는 토끼라면 아마 반드시?"
"..."
"지금 오이카와 토오루 토끼는 막 흔들리는 거 같은데?"
놀리듯 그가 제 눈가를 가리키며 웃었다. 멍이 든 자신을 가리킨 것이었다. 그리곤 다가와 오이카와의 널널한 한 손에 아까의 그 동화책을 쥐어 주었다. "중고로 산 책이라 상태가 별로지만. 너 줄게." 자신은 어린아이가 아닌데 이런 선물을 하다니, 기분이 묘했다. 물끄러미 책을 내려보는 오이카와에게 스와라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토끼가 멋진 집을 찾길 바랄게."
그 다정한 말에 아주 잠깐이지만 어둑한 길에 잠깐의 빛이 들어차는 기분이 들었다. 오이카와는 말없이 끄덕인 후 다시 돌아섰다. 푸르스름한 하늘이 차오르는 여름의 밤공기 속으로 나오자 더운 바람이 훅 끼쳐왔다.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었음에도 거친 길을 달리던 토끼가 킁킁, 봄 냄새를 맡은 것도 같았다. 봄에게서 다정한 관심과 적당한 위로를 받았으니-
"다음번에는 칭찬을 받아 볼까."
오이카와는 손에 든 책을 가볍게 돌려 잡은 후 웃었다. 제 웃음이 처음으로 상쾌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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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른 전력 주제 <스가와라 코-시> / <2nd>
방황하며 코트를 벗어나려 하는 오이카와에게 2번째 코트를 선물하는 스가와라 코우시가 보고 싶어서!!!!
며칠 전에 썼던 <영원한 계절>이 오이스가의 봄의 끝에 대해 떠들었다면 이번에는 봄의 시작 같은 분위기를 보고 싶었다.
내게 스가의 이미지는 초 여름에 가까운 느낌인데, 역시 사랑에 빠지면 여름보다는 봄이라는 이미지부터 와 닿지 않을꽈.
내가 오이카와가 아니라서 모르겠네. 헤헤헤헿
아, 스가가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동화는 피터 매카티의 <토끼야, 토끼야>
그래서 제목도 귀찮아서 그냥 토끼야, 토끼야^^...?! 부제로 ~두 번째 코트~ 라고 붙이려다가 너무 웃겨서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