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카나] 운석이 떨어져도 번개가 내리쳐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2017. 11. 12. 19:14




"연극?"
"네에~ 저 어쩐지 「출석 일수」가 모자라서 말이죠. 이대로는 큰일이니 교내 활동을 하라고 해서요."



<운석이 떨어져도 번개가 내리쳐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해양생물부의 부장인 신카이 카나타가 내민 대본에는 정확하게 그런 제목이 적혀져 있었다. 유려한 글씨로 휘갈긴 이상한 제목에 칸자키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으나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거 같은 신카이의 얼굴에 서둘러 표정을 풀었다.



"제 오랜 친구인 와타루가 속해있는 연극부가 곧 거리에서 열리는 연극제에 참가한다고 해요! 그들의 공연 전에 「분위기 띄우는 용」으로 연극을 해주면 교내 활동으로 처리해주겠다고 해서요~ 괜찮으면 카오루와 소마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안될까요? 간절함을 담아 제 손을 꼭 쥐여오는 신카이의 행동에 칸자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려서부터 정신 통일을 외치며 검을 휘두르고 어떤 것에도 현혹되거나 휘둘리지 않도록 끊임없는 수련을 해왔건만, 왜인지 이상하게 자신은 신카이 카나타에게 약했다. 그가 저보다 강하고 뛰어나며 나이도 하나 위임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데도 늘 그를 보호해야 할 거 같고 지켜야만 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몸 안에 잠든 무사의 정신 때문일까.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이 언제나 함께했다. "왜?"라고 질문해도 대답 내릴 수 없는 물음표 가득한 이 감정이 무엇인지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으나 어쨌거나 정리하자면 자신은 신카이 카나타에게 약했다. 그러니 누가 보아도 이 이상한 제목의 연극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조금도 없었지만, 그가 이렇게 제 손을 붙잡고 부탁한다면



"카나타군? 이거 제목부터 너무 우스꽝스러운데? 이런 연극을 도울 리가-"
"하겠소!"



할 수밖에 없었다. 운석이 떨어지든 번개가 내리치든 파도가 몰려오든 화산이 폭발하든 제목은 칸자키에겐 상관없는 문제였다.



"하아? 잠깐, 잠깐. 난 싫어. 거리에서 하는 거면 여자애들도 많이 올 텐데 이런 구닥다리 같은 연극에-"
"물론 하카제공도 참여할 테니 부장공은 걱정하지 마시길!"
"잠깐! 소마군? 이럴 때만 내 이름 부르지 말아 줄래?"



사나이가 되어서 쫑알쫑알. 함께 받은 대본을 휘두르며 강경하게 나오는 하카제의 말에 칸자키는 미간을 구겼다. 그리곤 허리에 찬 칼집을 쥐었다. 당장이라도 칼을 빼 저 정신머리를 싹 뜯어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부실에서 칼을 휘둘렀다간 신카이에게 혼날 게 뻔해 그저 쥐기만 했다. 그에게 혼나는 건 아무렇지 않았지만, 그의 소중한 공간을 망가트리는 건 피하고 싶었다.



"네 놈도 좀 도움이 되는 그런 생산적인 일에 몰두해보는 게 어떨지?!"
"하? 난 항상 언제나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고 있거든?"
"하!"



웃기지도 않는 소리. 전학생을 괴롭히고 여학생들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는 행동의 어디가 생산적이라는 건지 칸자키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더는 대꾸할 가치가 없는 일에 입을 놀리고 싶지 않아 꾹 다물고 받은 대본을 펼쳤다. 몇 달 전에 참여했던 연극부의 <신데렐라>과 똑같이 완벽한 형식을 갖춘 대본이었다.



"와타루가 하루 만에 써 준 대본이랍니다~ 배역도 와타루가 정해주었어요! 소마가 몽국(夢國)의 왕자 소마역, 제가 이웃나라 화국(和國)의 공주인 카나타역, 그리고 카오루가 왕자 소마의 충실한 신하역이랍니다~"
"잠까안, 잠깐! 신하? 누가? 왜 소마군이 왕자인데 내가 신하야? 그보다 카나타군은 왜 공주?"
"글쎄요? 와타루가 정해준 거라.. 봄에 소마랑 했던 라이브를 보고 만들어 줬다고 했어요. 불량배가 끼어 있어서 정신 없던 라이브라 저는 별로였지만, 와타루는 무척 좋았던 모양이라~"



왕자, 왕자, 왕자. 칸자키는 멍하니 대본을 내려보았다. 왕자면 주인공인가? 그렇겠지? 초등학교 때 몇 번이고 연극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주인공이 되어 본 적은 없었다. 아들이 연극으로 무대에 선다는 소식에 캠코더를 준비한 부모님께 죄송하게도 대부분은 지나가는 사무라이나 혹은 배경에 가까운 나무 같은 것들이었다. 최근에 참여했던 <신데렐라> 역시도 주인공은 아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왕자였다고. 백설 공주도 신데렐라도 잠자는 숲속에 미녀에서도 난 왕자였다고!"



보통 왕자는 인정하기 싫지만, 보통 하카제 카오루 같은 사람이 하겠지. 칸자키는 대본을 흔들며 싫다고 빽빽 소리를 내지르는 하카제를 보며 인정했다. 하지만 왜인지 이번에는 자신이 주인공이었다. 왕자역이었다. 상대역은 신카이 카나타. "에에, 아무렴 어때요!" 귀찮다며 팔랑팔랑 손을 흔드는 그를 바라보며 칸자키는 꾹 대본을 쥐었다.



"이 칸자키 소마, 무사의 혼을 걸고서 이 연극! 완벽하게 해내 보이겠소!"



이 연극을 완벽하게 해내면 부모님의 <소마 컬렉션>에 제대로 된 늠름한 아들의 모습을 추가할 수 있을 테고 그 다음으론 같은 유닛의 선배인 하스미 케이토와 키류 쿠로에게도 어엿한 한 사람의 칸자키 소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다음으론 눈에 가시 같은 하카제 카오루를 신하로 부릴 수 있으며 마지막으론 신카이 카나타의 위험한 출석 일수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일석이조. 아니 어쩌면 일석여러조. 그걸 위해서 이 연극은 무조건 완벽해야만 했다.


유메노사키의 연극부 부장인 히비키 와타루가 하루 만에 썼다는 대본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미끼 공연용이라 그런지 두껍지도 않았고 어렵지도 않았다. 동맹의 약속이라는 이유로 협박 비슷하게 화국에서 볼모로 공주를 데려온 몽국의 왕자는 그녀를 차가운 지하 감옥에 가두고 냉정하게 대하며 조금의 공주 대접도 해주지 않는 냉혈한이지만, 아름다운 유리 정원에서 자란 꽃 같은 공주는 노래와 이야기로 얼음장 같은 왕자의 마음을 녹여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지고 두 국가는 진실한 동맹이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게 <운석이 떨어져도 번개가 내리쳐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의 주 내용이었다. 냉혈한 왕자 역이라 그런지 칸자키의 대사는 대부분 짧고 간결했다. 상대인 신카이의 대사 역시도 비슷했다. 대부분은 노래하는 장면으로 바다 생물들도 춤추게 하는 그의 노래 실력을 알고 있는 히비키 와타루가 내놓은 비책처럼 보였다. 내용은 둘째치고 신카이 카나타가 노래한다면 물고기는 물론 연극제를 보러온 관객들의 시선도 모두 홀릴 게 분명, 미끼용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활용이었다. 거기다 로맨스의 역사는 인류와 함께 해왔고 고난을 넘어 이루어지는 러브스토리를 싫어하는 관객은 없을 테니 완벽한 연극에 걸맞은 완벽한 구성이었다.



".....대본 다 숙지했지? 시간 얼마 없으니까 빨리빨리 연습하자고. 왜 내가 이런 귀찮은 일에 휘말려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참가는 해줬으니까 기뻐들 하라고?"
"네에~"



거기다 연극은 둘째치고 끝까지 신하역은 하기 싫다던 하카제 카오루까지 합류, 이제 남은 것은 연습과 또 연습이었다. 연극제까지는 앞으로 일주일, 칸자키는 속으로 일주일 분의 달력을 그리며 머릿속으로 달달 외운 대사들을 떠올렸다.



"앞부분은 나랑 소마군 장면이니까 패스하고 우선 왕자와 공주의 첫 만남부터 가보자. 큼큼.... 왕자님! 분부대로 화국의 공주를 모셔왔습니다. 우선 급한 대로 빈 처소에 모셨으나 정식으로 어떻게 할지..."



싫다, 싫다 했던 것과 달리 하카제는 대본을 보지도 않고 술술 대사를 뱉었다. 억양도 발음도 어디 하나 꼬투리 잡을 거 없이 완벽했다. 그의 완벽함에 칸자키는 지지 않기 위해 서둘러 입을 열었다.



"허울뿐인 동맹을 위해 데려온 볼모일 뿐, 대단한 예우를 갖출 필요는 없겠지. 우선은 자신의 현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할 터! 지하로 옮겨라!"
"하지만 왕자님, 그래도 공주란 신분을 가진 자를-"
"내 명....명을 어길 셈인가?"



박자를 놓치는 바람에 흐름이 끊겼다. 조금 아쉬웠지만, 첫 연습의 처음치고는 완벽함에 가까웠다. 얼마 전에 열심히 참가했던 <신데렐라>의 경험이 도움이 되는 듯싶었다. 다시 한번. 하카제의 신호에 맞춰 처음부터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장면을 돌렸다. 이번에는 박자, 호흡, 발음 모두 신경 써서 완벽하게. 조금의 흉도 필요 없이 단숨에 한 장면의 리딩이 끝났다. 짝짝짝, 그 모습이 대견했는지 신카이 카나타가 박수를 쳤다. 



"카오루도 소마도 「대단」해요!"
"부장공을 위해 달달 외웠소!"
"착한 아이네요~"
"칭찬만 할 게 아니라 다음은 카나타군 순번이라고? 대사 제대로 외워온 거 맞지? 그럼 지하 감옥의 첫 만남부터 해볼까?"



저도 준비해왔다고요! 박수 치던 것을 멈추고 신카이가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그나저나 공주라, 칸자키는 자신의 앞에 선 신카이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어딜 보아도 남자인 게 확실한 부장을 어떻게 해야 공주로 몰입하고 대할 수 있을까. 아니 남자인 그렇게 대해도 되는가. 연극이니까 예의에 어긋나는 건 아니겠지. 미처 깨닫지 못한 잡다한 것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하지만 여기서 몰입하지 못하면 큰일이었다. 그의 출석 일수와 여러 가지 잡다한 게 걸려있는 극이었다. 무대에서 하는 라이브만큼 실수하고 싶지 않았다.



"소마?"



조심스럽게 부르는 목소리에 칸자키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는 걱정스러운 얼굴의 신카이 카나타가 있었다. 자신의 상태를 걱정했는지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의 세심함에 슬쩍 미소지으며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몰입이 안 될 리가 있나. 그를 보며 드는 감정은 아직도 물음표였지만, 확실한 건 신카이는 언제나 칸자키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존재였다. 꼭 그를 공주나 여성으로 대입하지 않아도 적국에서 데려온 아름다운 이라 생각하면 어렵지 않을 듯했다.



"그대가 화국에서 온 카나타인가?"
"그렇습니다."



무대 위에선 언제나 완벽하게. 자신이 아는 한 단 한 번도 무너진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오기인 신카이 카나타답게 연습에 들어가기 무섭게 평소의 아이 같은 얼굴은 쓱 사라진 채, 완벽하게 두려움이 가득한 공주로 변했다. 성큼, 있지도 않은 감옥의 쇠창살의 앞을 떠올리며 칸자키는 적당한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몽국에 온 소감은 어떠신지?"
"오는 길에 본 들판이 아름답고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이 좋아 마음에 듭니다."
"그거 다행이군."
"그저..."
"그저?"
".... 이런 곳에서 생활은 익숙지 않아 조금 춥고 무서운데-"



신카이가 슬쩍 땅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분명히 신고 있을 그의 학생화 대신 여기저기 망가진 구두가 멋대로 눈앞에서 그려졌다. 단정하게 신고 있을 양말 위에는 차가운 족쇄가 떠올랐다. 처연하기 그지없는 얼굴, 금방이라도 뚝뚝 눈물을 떨어트릴 것 같은 눈, 그리고 잔뜩 겁에 질린 입술로



"지낼 장소만 좀 옮겨 주시면 안 될까요?"



라 부탁하는데 여기서 이 왕자놈은 어떻게 "허튼소릴 하는군."이라는 대사를 할 수 있지? 믿을 수가 없었다.



"옮....겨 드리겠소. 어디가 좋으시오? 햇빛이 들어오는 방으로-"
"잠-까안! 소마군? 부동산 아니거든? 왜 갑자기 방을 옮겨주는 건데?!"



하지만 그가 말하지 않았는가. 이곳의 생활은 익숙하지 않다고. 춥고 무섭다고. 저렇게 슬픔을 머금은 얼굴로 울 것 같이 부탁하는데 어느 누가 옮겨주지 않고 버틸 수 있단 말인가. 뭐 이 극의 소마라는 왕자는 가능할지 몰라도 자신에겐 무리였다.



"에에, 소마 저 옮겨주는 건가요?"
"당연하오! 부장공을 차가운 감옥에서 지내게 할 수는 없으니 당장 따뜻한 곳으로..!"
"소마는 「착한 아이」네요~"



머리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저도 모르게 웃었다. 누군가에게 쓰다듬 받을 시기는 훌쩍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그의 이 「착한 아이」는 부끄럽거나 창피함 대신 항상 간질하고 두근댔다.



"착한 아이가 아니라 이래서는 연습이 안 되잖아. 다시, 다시! 이번엔 그럼 공주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해보자."
"카오루 「열심」이네요?"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 건데. 자, 얼른! 시-작!"



머리에 앉은 다정함을 마음껏 누리기도 전에 하카제 카오루가 훼방을 놓았다. 그의 시작 소리에 맞춰 떠나가는 손을 붙잡고 싶었지만, 애써 참아내며 칸자키는 머릿속에 입력된 대본을 휘릭휘릭 넘겼다. 이번 장면은 서로 투닥대다 조금 정이든 왕자에게 바다에 둘러싸인 화국에서 자란 공주가 온갖 바다의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이었다. 신카이 카나타가 주로 다루는 대화의 주제인 만큼, 바다에 관한 대사는 다른 대사에 비해 꽤 길었음에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줄줄 뱉어나갔다. 바다에서 만난 거북이의 이야기, 떼죽음 당한 물고기의 이야기, 공주의 방의 수조 이야기, 바다 위로 잠드는 석양의 이야기. 기뻐 보였다 슬퍼 보였다 그의 얼굴 위로 온갖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는걸 칸자키는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 석양이 가라앉으면 물결을 따라서 붉고 노란 보석들이 반짝거리는 것이 정말로 절경이랍니다. 몽국에도 바다가 있지요?"
"있소. 이 성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탑에 올라가면 보이긴 하오."
"와아, 그럼 몽국의 바다에도 해가 잠드는 시간에 멋진 보석들이 가득하겠네요. 보고 싶어라."



꿈을 꾸듯 말하는 공주, 그런 공주를 가만히 바라보다 애써 뛰는 가슴을 무시하고 "잘 시간이오."라 무뚝뚝하게 내뱉는 왕자. 그래야 하는데



"그럼 지금 바다에 가는 건 어떻소?"



왜 자꾸 다른 말이 툭 튀어나가고 마는 걸까. 저도 모르게 나간 말에 아차 싶었으나 이미 NG였다. 부실을 가득 채우는 하카제 카오루의 짜증에 죄송하오! 서둘러 사과를 뱉었지만, 무리였다. 이래선 연습이고 뭐고 제대로 진행될 리가 없었다.




"괜찮아요. 「첫」연습이고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부장공, 정말 면목이 없소. 분명 대사를 완벽하게 외웠을 텐데.. 자꾸만... 실수하게 되는구려."
"괜찮아요, 괜찮아요. 오히려.... 기쁜데요?"
"뭐가 말이오?"



쭉쭉 이어나가던 흐름을 자신이 뚝뚝 끊어 먹고 있는데, 제대로 집중도 못 하고 얼빠진 소리만 하고 있는데 뭐가 도대체 기쁘다는 걸까. 거짓말은 아닌지 환하게 웃는 신카이를 보며 칸자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자신을 바라보며 신카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의 「왕자」보다 저는 소마 같은 「왕자」가 더 좋아요. 제가 공주라면 분명 소마 같은 왕자와 사랑에 빠졌을 텐데~"



아, 이건 명중. 완벽한 명중. 다시 연습 시작하죠?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는 신카이를 바라보며 칸자키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대신이라기엔 우습지만 멋대로 머릿속으로 몸을 움직였다. 천천히 팔을 뻗어 자신의 심장 부근을 꾹 잡아 눌렀다. 그리곤 다른 손으론 입을 틀어막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대로 입에서 대사가 아닌 심장이 튀어나올 거 같았으니까.



"그럼 다시 바다 이야기하는 씬부터..... 잠깐? 뭐야? 소마군?!"
"...?"
"코피 나는데?"



뭐? 하카제의 손짓에 서둘러 굳어 멈췄던 손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들어 코 아래를 훔쳤다. 손가락 사이로 끈적하고 붉은 것들이 마구 묻어 나왔다. 시험 공부 할 때도, 넘어졌을 때도 흘려본 적 없는 코피가 왜 지금 흐르는 걸까.



"진짜 도대체 뭐 하는 걸까?"



대충 뽑아 거칠게 코를 잡아주는 하카제에게서 휴지를 받아 눌렀다. 붉게 물들어가는 휴지만큼이나 제 얼굴도 물들었는지 화끈했다. 연습은 엉망,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는데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신카이 카나타가 웃음을 터트렸다. 부모님의 <소마 컬렉션>에 들어갈 멋진 영상도 선배들에게 보여줄 자신의 늠름한 모습도 완벽한 연극도 그 외 이것저것도 모두 물 건너간 거 같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칸자키는 코를 다시 훔쳐 닦으며 신카이를 따라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다행히 엉망이던 심장 소리가 감춰졌다. 무엇이 제 가슴에 명중했는지, 총이나 화살이 아닌 칼을 주로 쓰는 자신으로서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감정도 마음도 명중한 무언가도 아직은 물음표에 남겨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대본을 쥐었다. 어쨌거나, 신카이 카나타의 출석 일수 만큼은 해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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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연극은 망했겠지 ㅎ

출석 일수는 그냥 연극 시키려고 내가 억지로 깍아먹어따...


연극 제목은 그냥 드립....으로 썼는데 이걸 제목으로 걸다니ㅎㅎㅎㅎ

소마는 른도 좋은데 왼도 조아.. ㅎ 멋있으니까~

퇴고는 나중에라 쓰고 또 안하겠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