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쥰히요] 기회의 꽃다발
2017. 11. 5. 14:48





"흐응"



또다. 현관 앞, 꽃다발. 화려한 장미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귀한 백합도 아닌 이름 모를 꽃으로 엮어진 꽃다발.



"벌써 며칠째지~"



대부분 자신의 머리색과 비슷한 색을 띠고 있는 꽃다발을 안아 들며 토모에 히요리는 한숨을 쉬었다. 한 달인가? 아니 두 달? 언제부터인가 세는 것도 잊어버렸다. 정식적으로 팬들이 선물이 들어오는 창구를 통해서도 아니고 버젓하게 자신의 집 앞에 놓이는 이 꽃다발이 썩 좋은 의미는 아니라는 건 정식 아이돌 생활 2년 차,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신고한다거나 범인을 잡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로 아직 완벽하게 자리 잡지도 못한 단계에서 '스토커' 같은 부정적인 단어로 언론에 알려져 이미지를 만들고 싶지 않았고 두 번째는 괜히 그런 기사로 안 그래도 자신의 아이돌 활동을 달가워하지 않는 집안에 먹이를 던져주고 싶지 않았으며 세 번째는



"또?!!"



바로 저 남자, 사자나미 쥰때문에. 자신이 내려오지 않아 걱정되었는지 옛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직접 올라온 사자나미의 모습에 토모에는 웃으며 꽃다발을 꽉 품에 안았다.



"쥰군, 쥰군! 이거 봐! 또 꽃다발이야."
"몇 번을 말합니까? 그렇게 다 받아주니까 계속 주는 거 아니에요?!"
"뭐 어때? 예쁘잖아~"
"하? 공포라든지 경계심이라든지 없는 겁니까?! 집 앞이라고요? 맨션 건물도 아니고 당신이 사는 집 현관 앞이요! 억지로 밀고 들어오면 어쩔 겁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이미 늦은 거라고요?!"
"괜찮아, 벌써 꽤 지났는데 아무 일도 없었잖아? 날 직접 볼 용기가 없으니까 이렇게 꽃만 주고 가는 거잖아? 꽃이 무슨 죄가 있어~ 이 정도는 괜찮아."
"안 되겠습니다. 사무소에 이야기해서 이사를 하든지-"



잔뜩 화가 난 얼굴, 당장이라도 꽃다발을 어디론가 치워버리고 싶은 얼굴. 토모에는 사자나미가 이런 얼굴을 하는 게 좋았다. 토모에 히요리 앞에서, 토모에 히요리를 위해, 토모에 히요리 때문에. 평소에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그의 얼굴이 이렇게 잔뜩 감정으로 물드는 사자나미 쥰은 최고였다. 그 모습을 포기하라니, 차라리 이 역겨운 꽃다발에 둘러싸이는 게 더 좋았다.



"어쨌거나 꽃다발은 압수입니다."
"쥰군, 너무 차갑네! 이렇게 예쁜데!"



직접 쓰레기통에 던질 수도 있었지만, 찌푸린 사자나미의 미간이 좋아 몇 번을 버텼다. 그렇게 버티다 버티다 못 이기는 척 건넨 꽃다발은 그의 기분을 대변하듯 거칠게 맨션 공용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아아, 아까워라. 진심도 아닌 말을 뱉으며 토모에는 슬쩍 입술을 내밀었다. 사실은 활짝 웃고 싶은 이 삐뚤어진 마음을 꽁꽁 숨기며.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자신이 삐뚤어진 것은 아니었다. 사자나미 쥰을 처음 주웠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 못 했으니까. 처음엔 그저 심심풀이었다. 새 유닛을 짜면서 자신과 대등하게 빛나는 이보다 저를 밝혀줄 이가 필요했고, 사자나미 쥰은 거기에 딱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우중충하고 어둡고 무뚝뚝한 주제에 빛을 갈망하는 소년. 그 빛을 잡기 위해서라면 자신을 위해 뭐든지 해줄 거 같았으니까. 좋은 노예를 하나 산다는 생각으로 그를 주웠다. 그리고 예상대로 사자나미는 자신을 위해 뭐든지 해주었다. 툴툴거리고 짜증 내고 화를 내면서도 언제나 제 곁에 있었다. 다정함이 다정함인지도 모르고 그랬다. 처음엔 그를 괴롭히는 게 즐거워서 굴었던 행동들이 어느샌가 애달프게 변했다. 맛있는 디저트, 향기로운 차를 요구하기보다 그의 커다란 손이나 단단함 품을 요구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토모에 히요리씩이나 되어서 노예에게 "날 좀 안아줘!" 혹은 "나에게 키스해줘!"라고 요구하는 건 어쩐지 자존심이 상했다. 역겨운 망상으로 가득 찬 로맨티시스트는 딱 질색이라 떠들고 다녔는데 이제 와서 그런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기도 좀 창피했다. 그래서 사자나미 쥰이 부디 먼저 훅 다가와 주면 못 이기는 척 훅 넘어가 줘야지 하고 결심했는데 둔해 빠진 그는 조금도 넘어와 주질 않았다. 그러던 차에 나타난 이 꽃다발, 어쩌면 좋은 기회가 될 거 같아 토모에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예전처럼 쥰군이 같이 살아주면 되겠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말했다. 슬쩍 피어오르는 기대감은 숨기고 아무렇지 않게.



"싫습니다."



기대감은 조금 넣을 걸 그랬나? 역시나 오늘도 사자나미의 가드는 단단했다.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사무소에서 "서로 프라이버시는 필요하니까-"라고 떠들었을 때, 싫다고 할 걸 그랬다. 사자나미의 쥰의 프라이버시는 토모에 히요리인게 당연한데. 제 마음도 몰라주고 속 편하게 1층을 누르는 뒷모습을 노려보며 토모에는 내밀었던 입술을 삐죽댔다.


삐죽하게 솟은 제 마음은 찰나, 언제까지고 밖에 내보일 수는 없는 법. 오전부터 진행된 화보 촬영과 인터뷰 스케줄에서는 꽃다발부터 시작해 모두 머릿속에서 밀어냈다.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 일도 제대로 못 하는 엉망진창인 토모에 히요리는 싫었다. 누구보다 완벽하고 아름답게, 그렇게 버티고 서 있어야 아직도 목이 마른 사자나미 쥰이 제 곁에 붙어 있을 테니까.



"오늘도 완벽하네요!"



폭풍처럼 휘몰아친 스케쥴도 일단락. 매니저의 칭찬에 토모에는 웃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다음 스케쥴 있어요?"

"아, 8시부터 라디오 녹음이요."
"그럼 집에 가서 잠깐 눈 붙여도 될까?"



4시간이면 충분하지. 라디오 스케쥴이면 딱히 다시 의상을 맞춰 입거나 메이크업을 손보지 않아도 될 스케쥴이었고 할 일도 없는데 4시간이나 차에서 혹은 카페에서 대기하는 건 너무 지루했다.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굴렀으니 이 정도는 봐주지 않을까 싶어서 슬쩍 묻자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쥰군은?"
"아, 저는 그럼 운동 좀 하고 올게요."



같이 쉬자 이야기하려던 계획을 초반부터 쿵 하고 막아왔다. 빈틈없는 사자나미의 철벽에 토모에는 슬쩍 고개를 저었다. 빡빡한 스케쥴 속에 이런 쉴 틈은 귀중한 건데, 그걸 운동으로 채우겠다니. 몸이라도 망가질까 걱정되었지만, 여기서 걱정했다간 불똥이 튈 거 같아 참았다.



"그럼 쥰군, 미안하지만 히요리군 집에 데려다만 줄래? 나 바로 사무실에 가봐야 할 거 같아서. 픽업은 내가 할게."



썩 내키지 않아 하는 얼굴이었지만, 별말 없이 키를 받아드는 사자나미를 보며 토모에는 속으로 브이를 그렸다. 매니저, 나이스 토스! 그리 외쳐주고 싶은 걸 꾹꾹 참으며 스태프 용으로 구비된 과자 몇 개를 챙겼다. 아니나 다를까



"운동은 내가 아니라 아가씨가-"



예상했던 불똥이 곧바로 튀었다. 쥰군, 쥰군은 너무 잔소리가 심하네! 그 관심으로 먹고사는 주제에 장난스레 툴툴대며 그의 입안에 과자를 밀어 넣었다. 달아, 그가 오독 과자를 씹어 넘기며 툴툴댔지만, 역시나 다정하게도 뱉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 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흘렀다. 사자나미의 취향에 비교하면 조금 지루하고 심심할 수 있는 노래인데도 그는 별 말이 없었다. 흐르는 건 노래, 길게 이어진 침묵에도 토모에는 편안함을 느꼈다. 다른 요소 하나 없이 그저 이 차 안에서의 시간이 계속되길 바랐다. 하지만 그런 저와 다른지 평소 걸리던 시간보다 더 빠르게 맨션 입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저녁에 또 볼 얼굴, 그냥 놔주어도 될 텐데 아쉬운 마음은 그럴 생각이 없는지 멋대로 입을 벌렸다.



"쥰군! 차 내려줄게! 마시고 가!"
"괜찮습니다. 가서 쉬세요."



단박에 또 거절. 나름 배려로 보였으나 그래도 서운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같이 어? 좀 푹 쉬고! 자고! 그러고 스케쥴 같이 가면 좀 좋아? 하여간 무드도 없고 로맨틱도 모르고! 그렇게 쏘아 주고 싶은 걸 참으며 차에서 내렸다.



"있다가 봐! 쥰군!"



고작 4시간도 떨어지기 싫다니, 아무래도 큰 병에 걸린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차 문을 닫았다. 돌아보면 그대로 붙잡고 "제발 차 한 잔만 마시고 가라고!"라 징징댈 것만 같아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대신 마음으로 백 번 정도 배웅한 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피곤해."



노래하는 건 즐겁다. 춤추는 것도 즐겁다. 사자나미 쥰과 함께하는 건 더 즐겁다. 그러니 아침 일찍 일어나 이렇게 스케쥴을 뛰는 것도, 밤늦게 들어와 겨우 잠드는 것도 모두 참을 수 있었다. 입만 열면 자동으로 피곤하다는 징징거림이 튀어나왔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계속 즐거웠으면 좋겠네~"



흥얼흥얼, 코로 노래하며 주머니에서 키를 찾아 꺼냈다. 손가락에 넣고 빙빙 돌리는 새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야 할 곳에 정확히 멈춰섰다. 띵, 경쾌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맞춰 발을 뻗었다. 매일매일, 언제나처럼 하는 행동이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움직임이었다. 현관 앞, 꽃다발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



아침에 받았던 그 꽃다발이었다. 아니 조금 다르긴 했다. 사자나미가 던진 탓인지 여기저기 목이 꺾여 조금 안쓰러워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목이 몇 개가 꺾이든 토모에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자신의 현관 앞에 서 있는 남자였다.



"....히... 히요리군."



버려진 자신의 마음을 돌려주고 싶었던 걸까. 바라는 마음은 소식이 없는데 원치도 않은 마음만 이렇게 저를 찾는다. 그런 거 별로 반갑지도 않은데. 토모에는 당장 시궁창에라도 던져 버리고 싶은 꽃을 바라보다가 이내 입꼬리에 힘을 주어 웃었다. 매니저, 경찰서, 사무소. 여러 가지 전화번호가 떠올랐지만, 굳이 주머니에 잠든 휴대폰으로 손을 뻗지는 않았다. 저 마음보다 소란이 더 질색이었다.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 좋았다.



"매일, 꽃 주고 가시는 분?"
"아...네...네!!"
"그렇구나, 항상 고마워요. 그런데.. 이렇게 집까지 찾아오시는 건 조금 어떨까 싶은데요."



어리거나 혹은 제 또래의 여성만 상상했는데, 꽃다발의 주인공은 예상과 달리 멀끔한 차림의 남자였다. 들킨 게 겁나서 그런지 이상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저기요...?"



거기다 덜덜 떨기까지. 한숨을 작게 내쉬며 토모에는 천천히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쨌든 꽃은 고마워요. 덕분에 아침마다 기분이 좋네요! 하지만 앞으로는 그만둬 줬으면-"
"마...만나러 올 생각은 없었는데...!!!"
"네?"
"그...그냥 히요리군을 옆에서 볼 수만 있는 거로도 좋았는데... 히요리군이 매일 아침 꽃을 받는 거로도 좋았는데...."



아, 이거 좀 위험할 거 같은데.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지켜보며 히요리는 서둘러 손을 뻗었다. 엘리베이터를 붙잡기 위함이었지만, 그보다 남자의 손이 빨랐다. 어깨를 움켜잡는 강한 힘에 순간적으로 토모에는 인상을 찌푸렸다.



"용기 있는 사람이 좋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만나러 왔어요... 히요리군!"
"제가 언제-"
"아침에요! 오늘 아침에 꽃이 예쁘다고 하면서...!"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는데? 아무리 머릴 굴려도 용기 있는 사람이 좋다고 한 적은 없었다. 물론 용기가 없어서 안 나타나는 게 아니냐 사자나미에게 떠들긴 했지만, 그거랑 이거는 전혀 다른 이야기. 그보다 뭐야, 그걸 보고 있었다는 거야? 토모에는 온몸으로 피어나는 소름을 꾹 견디며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침이라니? 여기 있었어요?"
"히요리군을 위해서 이사했어요. 히요리군이 이 아파트에 산다는 걸 듣자마자 바로! 마음 같아서는 옆집으로 이사 하고 싶었는데... 아니,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지금 중요한 건 히요리군이니까...!"



덥썩, 남자가 저를 품에 안았다. 훅 풍겨오는 땀 냄새에 구역질이 몰려올 거 같았다. 밀어내려 손에 힘을 주었지만, 얼마나 단단하게 안았는지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뭐야, 이거. 짜증 나는데!



"아... 용기를 내길 잘했어요. 이렇게 히요리군을 가질 수 있다면... 좀 더..! 더..! 빨리...!"



아 더듬지 말라고, 이 변태. 슬금슬금 등줄기를 훑는 손길에 토모에는 이를 악물었다. 정강이를 찰까, 발을 밟을까. 그가 자신을 놓아준 그 작은 타이밍에 비상구까지 달릴 수 있을까. 온갖 경우를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괜히 그를 자극해서 더 안 좋은 상황에 놓이고 싶지 않았다. 맞거나 다치는 건 더더욱 싫었다. 그런 부상 없이, 문제없이 가장 안전하게 빠져나갈 방법은



"당신 뭐야?"



뭘까. 그건 사자나미 쥰이 운 좋게 나타나 주는 것. 가능성 0%에 가까운 것을 떠올림과 동시에 등 뒤에서 경쾌한 알림음, 뒤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쥰군! 그를 부르기도 전에 남자가 거칠게 떨어져 나갔다. 어느새 시야는 답답한 남자의 품이 아닌 널찍한 사자나미의 등이었다.



"당신 뭐야? 스토커?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아...나...! 나는...!"
"뭐해요? 집에 안 들어가고?!"



무어라 변명하려던 남자의 말을 뚝 끊고 이번엔 사자나미가 자신을 돌아보았다. 지금껏 그가 화내는 모습은 수도 없이 보았지만, 이건 또 새로운 얼굴이네. 멍하니 얼굴 감상을 하던 자신의 손에서 열쇠를 뺏은 그가 서둘러 문을 열었다. 그리곤 거칠게 밀어 넣었다. 쾅, 순식간에 문이 닫히고 상황 종료. 아니 정확하게 상황은 문밖에서 계속되고 있었지만, 토모에 히요리의 상황은 종료되었다.



"으아..."



심장, 내 심장. 토모에는 서둘러 쿵쿵 뛰는 자신의 심장을 붙잡고 주저앉았다. 문밖에서 웅얼대는 남자의 변명과 함께 경비를 부르는 사자나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잔뜩 화가 난 그의 언성을 들을 때마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이건 공포나 두려움이 아니었다. 이건 그냥 순수한 두근거림이었다. 이 상황에서 두근거릴 틈이 있는 자신이 어이없으면서도 방금 화를 내던 사자나미를 떠올리니 멈출 수가 없었다.



"아.. 어쩌지.. 너무 좋아."



역시 그 꽃다발이 기회가 될 거 같았다니까. 당장이라도 일어서 춤을 추고 싶은 걸 참아내며 토모에는 굳게 닫힌 문만 바라보았다. 경비가 왔는지 밖이 한층 더 소란스러워졌다. 그 소란에 이웃들도 가세했는지 여기저기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문이 열리기만 기다렸을까. 드디어 지친 얼굴의 사자나미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괜찮아요?"



또 화를 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엔 걱정 가득한 얼굴. 이 얼굴도 너무 좋아. 별로 울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다정하게 묻는 그 질문에 토모에는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자신이 공포에 잠겼다고 생각했는지 "무서웠죠?"라 물으며 다가오는 사자나미의 행동에 토모에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쥰군, 나 너무 무서워. 안아줘."



평소라면 "하? 미쳤습니까?"라고 반박했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팔을 뻗는 자신을 향해 사자나미가 몸을 숙여줬다. 완벽한 기회를 그대로 품에 안으며 토모에는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러게.. 제가 조심하라고 그렇게-"
"쥰군, 쥰군이 옳았어. 나 너무 무서웠어!"
"이상한 짓 안 당했죠?"
"당했어! 당했어! 막 엉덩이 주물렀어!"
"뭐요?! 저 자식을 그냥!!!"



까득, 이를 갈며 다시 나가려는 사자나미에게서 떨어지지 않게 더 꽉 팔에 힘을 주었다.



"쥰군, 쥰군!"
"네."
"나 이 집 싫어. 이제 여기서 못 살 거 같아."



엉엉, 소리 내 울며 거짓말을 술술 뱉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침대에 누우면 눈 감을 수 있으면서 없는 소릴 마구 뱉었다.



"하아, 알았어요. 일단 매니저에게 이야기해서 당분간은 호텔에서 지내...."
"안돼!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나 혼자 있는데 또?! 쥰군, 나 무서워!"
"...절대로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게요."
"무슨 수로?! 쥰군이 내 옆에 매일 붙어 있을 것도 아니면서! 거짓말 하지 마!"
"붙어 있을게요. 제가. 우리 집으로 가요."



제가 계속 지켜드릴게요. 뭐 그런 대답을 기대했는데, 이것도 나쁘지는 않나. 마음에 가득 차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대답에 토모에는 슬쩍 웃었다. 울음소리는 뚝 그쳤는데 등을 토닥이는 사자나미의 손길은 그치지 않았다. 그런 사자나미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그에게선 땀 냄새도 꽃 냄새도 아닌 자신의 냄새만 났다. 그 완벽함에 누군가에게 들킬까 토모에는 살짝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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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히요 전력 60분, 주제 꽃다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