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카나] 싸움이 필요해
2017. 9. 13. 22:11




"카나타랑 사귄다고? 오, 그럼 싸울 일은 없겠구먼?"



처음 신카이 카나타와 사귄다고 털어놨을 때, 그와 자신의 오랜 친구인 사쿠마 레이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하카제 카오루 역시 어느 정도 그렇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행동이나 말투와 달리 신카이 카나타의 속은 배려와 이해심으로 넘쳐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하."



집을 나가? 하카제는 텅 비어버린 집을 둘러보고 한숨을 뱉었다. 베란다며 거실이며 주르륵 놓인 수조에 붙어있는 메모들, 그리고 엉망으로 어지럽혀진 드레스룸 마지막으로 늘 현관에 있던 사라진 신카이의 신발. 설마설마했으나 집을 나갈 거로 생각하지 못했던 하카제로선 지금 마주한 풍경이 황당해서 저도 모르게 웃음까지 나왔다.



"아니, 진짜 집을 나갔다고?!"



놀라서인지 아니면 화가 나서인지 차게 식은 손으로 하카제는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이유는 고민하지 않아도 가까이에 있었다. 온 집안에 놀진 수조들. 바로 어제 저 수조 문제로 싸운 참이었다.



"물고기를 새로 들이고 싶어요."



몇 달 전, 신카이 카나타가 기르던 물고기가 죽었다. 물고기가 죽든 말든 하카제는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죽었다. 그래도 신카이가 아까던 물고기였던지라 함께 묻어주었다. 그 후로 그 수조는 새 주인을 맞이하지 못하고 텅 비어 있었는데 어제저녁, 갑자기 새 물고기를 기르고 싶다고 그가 말했다.



"아니아니, 잠깐. 카나타군. 꼭 빈 수조를 채울 필요는 없잖아. 지금도 이렇게 많은데."



거실부터 방, 그리고 베란다까지 모두 수조들뿐이었다. 죽은 물고기를 빼고도 그가 기르는 물고기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거기다 수조 용품들은 또 어떻고. 방 하나가 온갖 먹이들과 수중 환경을 위한 도구와 재료들로 한가득이었다. 이미 넘칠 만큼 넘치고 충분한데 또 물고기라니. 이러다 집이 수족관이 될 거 같은 예감에 하카제는 스탑을 걸었다. 언젠가 걸어야 할 스탑이라면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카이는 고집을 부렸다.



"어차피 빈 수조잖아요. 계속 비워 두는 것도 아깝다고요?"
"치우면 되잖아. 카나타군, 지금도 물고기가 이렇게 많은데 꼭 늘릴 필요는 없지 않아?"
"죽은 「베타」가 보고 싶어요."



베타는 묻어준 물고기의 종류였다. 신카이의 말로는 공격 성향이 강하고 영역 싸움을 하는 물고기라 홀로 수조를 써야 한다고 해, 그 녀석을 위해 부러 수조 하나를 더 들여 키웠는데 그 정성도 몰라주고 떠나고 말았다. 붉은 꼬리를 마구 흔들며 다니던 물고기를 떠올리며 하카제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도 충분하잖아?"
"「친구」는 많을 수록좋은 거라고요?"
"지금도 많잖아!"
"더 많으면 좋잖아요!"
"왜 억지를 부리는 거야?!"
"억지라니, 저는!"
"여기 나랑 카나타군이 함께 사는 집이잖아! 여기서 더 늘리면 물고기 집이지 그게 사람 집이야?!"



버럭, 자신도 모르게 내지른 소리에 놀랐는지 신카이가 눈을 키웠다. 아차 싶었으나 이미 늦은 모양이었는지 그는 금세 고운 얼굴을 마구 일그러트리며 입을 열었다.



"「카오루」는 내 가족이에요."
"..."
"「물고기」도 내 가족이에요."
"카나타군-"
"그런데 같이 있으면 외로워요. 물고기는 「이야기」는 들어줘도 말은 해주지 않아요. 카오루는 이제 말만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요."
"..."
"쉬는 날도 없고 매일매일 늦게 들어오고. 작년 「여름」 기억나요? 같이 바다 가자고 해놓고 카오루 바빠서 바다도 못 갔잖아요."
"...실내 수영장 갔잖아."



작년 여름은 핑계가 아니라 정말 바빴다. 물의 계절이다 보니 신카이의 욕구가 다른 계절보다 높다는 걸 알면서도 신경 써 줄 틈도 없이 정말로 바빴다. 그래서 겨우 짬을 내, 간 곳이 실내 수영장. 하지만 제 기억이 맞다면 그마저도



"사람이 많아서 수영도 못 했잖아요!!"



그래, 그랬었지. 휴가철을 맞이한 실내 수영장의 풍경은 아비규환이었고 신카이는 겨우 파도풀에 발 담그는 거로 그해 여름을 만족해야 했다. 미안해서 실내 서핑장에도 데려가 보았지만, 수영이나 서핑을 할 줄 모르는 그에겐 영 마음에 차지 못했던 모양이고.



"바빠서 어쩔 수 없잖아.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
"카오루는 나랑 같이 있는 시간보다 레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카나타군."
"그렇게 좋으면 레이랑 살지."



아니아니, 그렇게 질투해주는 건 귀엽고 고마운데 왜 또 이야기가 거기로 튈까. 카오루는 한숨을 쉬었다. 아침부터 녹음하랴 인터뷰하랴 정신이 없었는데, 유일한 안식처인 집에서까지 정신을 소비해야 하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 키워. 키우자."



그래서 일단은 이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다. 끝내고 씻고 쉬고 빨리 잠들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훌쩍 넘기려는 저를 알았는지 신카이는 결국



"필요 없어요!!"



답지 않게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문을 닫고 드레스 룸으로 사라졌다. 그게 바로 어제저녁의 일. 평소라면 "잘 다녀오세요."라 졸린 눈으로 남겼을 인사도 오늘 아침에는 붙지 않았다. 틈틈이 미안하다 사과 메시지도 보냈지만, 답장도 없었고 전화 역시 받지 않았다. 물고기 하나로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일인가? 황당해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초조했다. 우선은 집에 가는 길에 신카이가 좋아하는 초밥집에서 포장을 하자. 초밥으로 달래고 그 후에 물고기를 키우자고 다시 이야기하고 또 이번 여름에는 반드시 바다에 가자고 약속하자. 그렇게 화해의 플랜까지 짜서 빠르게 귀가했더니, 돌아온 게 가출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수조에 물고기마다 먹이 시간과 물갈이 방법까지 적어 놓은 걸 보면 정말 본격적으로 집을 나간 거로 보였다.



"...어딜 간 거야."



포장해온 초밥 쇼핑백은 식탁에 던져진 지 오래, 하카제는 서둘려 휴대폰을 들었다. 연락처 목록에서 신카이가 갈만한 곳을 뒤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름은 사쿠마 레이였지만, 그는 방금까지 자신과 있었으니 패스. 그럼 다음으론 모리사와 치아키. 후우, 불안감으로 목소리가 이리저리 튈까 심호흡을 하며 하카제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다행히 부재중으로 넘어가지 않은 채 신호가 연결되었다.



-"오! 하카제 카오루! 무슨 일이지? 갑자기 이 모리사와에게-"
"미안, 모릿치. 지금 네 긴 인사 들어줄 시간이 없거든. 혹시 카나타군 거기 있어?"
-"카나타? 아니? 뭐야 뭐야? 무슨 일이야? 카나타가 사라졌어?"
"아.. 어. 좀?"
-"....좀? 그렇게 이야기하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 카나타가 사라졌다는 게 무슨 말이지? 누가 데려간 건가?"
"야나. 무슨 애도 아니고... 그런 게 아니라 어제 좀 싸웠는데-"



싸워?!! 수화기 너머로 모리사와 치아키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뭐야,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놀랄 일이지! 둘이 싸운 적 없잖아?"
그건 그랬다. 신카이와 고등학교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면서 사소한 말다툼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상황이 하카제는 더 당황스러웠다. 한 번 싸웠다고 집을 나가면, 다음은? 다음은 뭐 어떻게 되는 건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거야?"
"그냥 사소하게 싸운 거야. 몰라. 내가 너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모리사와 치아키에게 연애 문제를 털어놓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하카제는 털썩, 빈 식탁 의자를 빼 앉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너무 멋대로 군 거 같아. 카나타군이 항상 날 받아주고 착한 아이라고 해주니 그것만 믿고 너무 내 사정만 몰아붙인 거지."
-"..."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내 사정만 들이댔으니 카나타군도 참은 게 터진 걸 거야."
-"으음... 그건 아니지 싶은데."
"뭐가?"
-"아니, 내가 보기엔 카나타의 어리광을 받아주고 있는 건 항상 하카제라고 생각하는데? 하카제 말야, 카나타가 해달라는 건 다 해주잖아? 고등학교 때도 몇 번이나."
"그랬나?"
-"그랬지! 수업 빼먹고 바다 갔다 오고, 옥상에 물풀 설치해준 것도 하카제 너였잖아? 안경에게 엄청 깨졌던 거 기억 안 나? 나는 일단 정의의 편이라서 카나타를 엄하게 대했던 거 같은데 하카제는 오히려 받아주는 편이고."



그랬었나.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랬다 하더라도 그게 뭐. 좋아하는 사람에겐 뭐든지 해주고 싶은 거잖아. 수업도 빼먹고 선생님에게 혼나도 다 해주고 싶은 거잖아. 하카제에겐 그걸 어리광을 받아줬다고 표현할 수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카나타랑 이야기를 하도록 해! 받아주지만 말고!"



그러니까, 받아준 게 아니라니까? 그리 말하고 싶었지만, 카나타가 없는 모리사와 치아키와 더 오래 이야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뚝 끊어진 통화를 끝으로 다시 신카이 카나타 찾기에 돌입했으나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그가 갈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카제는 가장 가능성 높아 보이는 인물을 찾아 화면을 마구 내렸다. 액정 가득 떠 있는 이름에 손가락이 머뭇댔다. 통화버튼 위에서 몇 번이고 망설이다, 이내 꾸욱 눌렀다. 이번에도 신호는 그리 길지 않았다.



-"네 놈이 무슨 일이지?"
"하하, 안녕 소마군! 오랜만에 선배와 통화하는데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네 놈과 다정하게 통화할 이유가 나에겐 없다."
"있어. 있고말고. 카나타군 거기 있지?"
-"..."



빙고. 짧은 침묵에 하카제는 몸을 일으켰다. 카나타군 너무하네. 가장 무시무시한 곳에 가 있었잖아. 수화기 너머로 무어라 외치는 칸자키 소마의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하며 전화를 끊었다. 틀렸다니, 없다느니 그런 소리 뒤늦게 외쳐보아도 믿을 사람 세상에 하나 없었다. 하필 칸자키 소마라니. 함께 2년이나 부활동을 했으나 신카이에게는 꼬리를 내보이면서 자신에게만 칼을 겨누는 후배였다. 곱게 신카이를 받아오지 못하겠구나 싶은 마음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으나, 시간을 더 지체하면 영영 이 집으로 다시 함께 오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하카제는 벗은지 얼마 되지 않은 구두에 다시 발을 구겨 넣었다.


칸자키가 지내고 있는 곳은 다행히 그리 먼 곳도 아니었고 하카제가 모르는 곳도 아니었다. 그가 본가에서 나와 처음으로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 걱정된다는 이유로 신카이가 이것저것 참견한 탓에 몇 번이고 오갔던 집이었다. 그때도 썩 환영받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또 얼마나 환영받지 못할까. 하카제는 허하게 웃으며 서둘러 차에 올랐다. 다행히 퇴근 시간을 비켜나간 저녁이라 그러지 거리에 차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어디 걸리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만 속도를 올려 달린 차는 덕분에 금방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야. 소마군!"



급히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마주한 것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칸자키 소마였다. 떡하니 팔짱을 끼고 손에 검까지 든 꼴을 보니 제대로 정답을 찾아온 거 같아 미소가 번졌다. 안도의 미소였는데 칸자키의 눈에는 다른 것으로 보인 모양인지 그가 팍 인상을 찌푸렸다.



"네 놈, 부장공을 울려놓고 무슨 낯짝으로 웃으면서 나타난 거지?!"
"에? 카나타군 울었어?!"
"조..조금?"



놀라서 물으니 되려 저쪽이 당황한다. 저 반응을 보니 진짜로 운 건 아니고 또 애 앞에서 흑흑거리며 가짜로 울고 놀린 게 분명했다.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 저 후배는 아직도 그 눈물에 속아 넘어가는지, 신카이 카나타를 세상에서 제일 봐주는 건 제가 아니라 눈앞의 칸자키 소마 같았다.



"어쨌든 사과하려고 온 거니까 들여보내 주면 좋겠는데?"
"쩨쩨하게 물고기 하나로 사람을 울린 놈에게 비켜줄 길 따위는 없다!"
"물고기 사 줄 거야. 백 마리든 천 마리든. 그러니까 좀 비켜주지?"
"물고기가 문제가 아니라-"
"알아."
"..."
"알아, 소마군."



물고기가 문제가 아니라는 거, 안다. 처음 시작은 물고기였으나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물고기가 아니었다. 종일 오늘 연락되지 않은 그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도달한 답, 대화의 단절. 하카제는 카나타가 어제 터트렸던 말을 곱씹었다. 자신이 그에게 말만 던져 놓고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 확실히 일 핑계를 대면서 신카이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전에는 함께 붙어서 온갖 책을 보고 온갖 이야기를 하고 웃고 떠들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은 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신카이를 혼자 두었다. 일 해야 해, 돈 벌어야 해, 나갔다 와야 해, 등등. 그 말에 신카이가 슬쩍 서운함을 보이면 웃으며 그랬었지.



"어쩔 수 없잖아. 우리 먹고살려면~"



하고.

가볍고 별 생각 없이 했던 소리였는데, 아마 그 말 때문에 신카이는 그동안 외로움을 꾹꾹 눌러 담았을지도 몰랐다. 함께 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고 바다에 가고 싶어도 투정 하나 던지지 못하고 참았을 테지.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도 참고 참아가며 "잘 다녀와요."라고 늘 자신을 배웅했을지도 몰랐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코가 시큰댔다. 후배 앞에서 우는 꼴사나운 모습은 보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하카제는 겨우 견뎠다.



"이번에 싸울 수 있어서 좀 다행인 거 같아."
"뭐?"
"싸움도 대화의 일종이잖아. 서로 무언가 원하는 게 있고 말하고 싶은 게 있어야지 싸움도 성립되는 거고. 카나타군이 나에게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게 많았었나 봐. 물고기는 그냥 핑계지."
"..."
"물고기가 문제가 아니라는 거 알아. 그러니까 만나게 해줘. 소마군."



자신에게 길을 비켜주는 게 썩 내키지 않는지 칸자키는 버텼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지는 않았다. 하카제는 훌쩍 칸자키를 너머 그의 집으로 들어섰다. 혼자 살기에는 조금 크게 느껴지는 주택,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건지 별다른 물건도 없는 공간에 신카이가 있었다. 소파에 누워 <해수어 사전>을 넘겨보고 있던 그가 눈동자만 올려 자신을 바라보았다.



"데리러 왔어."
"..."
"집에 초밥도 사다 놨는데."
"..."
"용서해주면 안 될까?"



응? 그리 물으며 슬쩍 무릎을 굽혀 신카이와 눈을 마주했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그는 뾰로통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아까 모릿치와 통화했는데, 내가 카나타군의 어리광을 너무 받아주고 있다고 하더라?"
"근데 나는 내 어리광을 카나타군이 다 받아준다고 생각했거든. 예전부터."
"우리는 너무 서로의 어리광만 받아주다 보니 정작 서로가 정말 원하는 말들은 다 삼키고 살았나 봐."
"미안해. 카나타군의 외로움을 빨리 눈치채지 못해서. 내 이야기만 해서. 같이 바다에 가주지 못해서."



이렇게 반성하고 있는데, 이제 용서해주면 안 될까? 직업이 아이돌이니 표정 짓는 건 자신 있었다. 최대한 가여운 얼굴을 하며 묻자 그제야 신카이가 슬쩍 웃었다. 풀렸나? 풀렸을까? 슬쩍 용기를 내 그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자 "아직 다 안 풀렸어요."라고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가 중얼댔다. 그리곤 덧붙였다.



"돌아가는 길에 「물고기」 살래요."



라고. 아이 같은 그 말에 하카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베타 말고 다른 물고기를 사자. 혼자 외롭게 두지 말고, 여러 마리 넣어 친구 만들어주자. 가족도 만들어주고 그러자."



이젠 진짜 화가 풀렸는지 신카이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구석에 풀지도 않고 던져둔 짐 가방을 챙겨 들었다. 뭘 챙겼을까 싶어 슬쩍 보니, 오래 나가 있을 생각은 아니었는지 안에 든 건 바다에 관한 책과 자주 끌어안는 물고기 인형이 전부였다. 가끔 싸우는 것도 연인 사이엔 나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취소. 저런 짐가방으로 나갔다간 큰일 날 거 같았다.



"그럼, 돌아갈까?"



몇 시간도 안 된 가출 소동이었는데 어쩐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비 온 뒤에 하늘은 맑고 땅도 굳는다고 이젠 괜찮겠지, 그리 생각하며 하카제는 손을 내밀었다. 부드럽게 감겨오는 손이 빠져나갈까 꾹, 정말 꾹 쥐어 보였다. 온종일 엉망으로 뛰던 심장이 손안에서 퍼지는 온기와 함께 조용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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