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완벽한 이별여행
2016. 12. 9. 23:05



"지금, 통보하는 거지?"


손가락에 쥐고 있던 컵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제 목을 타고 흐르는 목소리인데도 스가와라는 이토록 자신이 싸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것도 눈앞의 사내에게. 머릿속으로 방금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하나둘 차근차근 정리하면서도 이게 현실인지 아니면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인지 스가와라는 가늠이 잡히질 않았다.


"코우시-"


눈앞의 사내, 오이카와 토오루는 그런 자신을 진정이라도 시키려는 듯이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왔다. 그런데 어쩌나, 스가와라는 웃음이 나왔다. 머그잔을 쥔 손이 잘게 떨려왔다. 지금 오이카와 토오루는 어떠한 말을 해도 자신을 달랠 수 없었다.


"선 봤고 결혼할 것 같아, 라니. 언제 그렇게 나 몰래 준비했어?"

"코우시-"

"도대체 언제부터?"


사랑에 배신을 당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드라마 속에서나 보아왔지 자신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일이 닥치자 자꾸만 자꾸만 입술을 비집고 웃음만이 흘러나왔다. 그 웃음, 그리고 입을 타고 흐르는 목소리만큼이나 싸늘한 시선에 오이카와가 변명하듯 입을 열어 멋대로 떠들어 댔다. 나이가 가진 숫자의 앞자리가 바뀌면 모두 빠르고 급해진다, 할아버지가 위독하신데 손주 결혼하는 모습은 꼭 봐야겠다 난리시다, 그러니 집에서도 결혼하라 성화를 부렸다, 너에게 말 안 하고 선을 본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절대로 원해서 나간 자리가 아니다, 결혼도 하고 싶지 않다, 끝으로는


"나 미워하지 마. 제발."


그렇게 빌었다. 테이블 위로 그가 손을 뻗었다. 언제나처럼 붙잡으려는 그 행동에 스가와라는 고개를 저으며 제 손을 뒤로 뺐다. 이대로 마주하고 앉아 있으면 견디지 못하고 눈물이라도 보일 것만 같아 스가와라는 제 코트를 챙겨 일어섰다. 그렇게까지 오이카와 토오루에게 상처받은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그에게 불쌍하게 남겨지고 싶지 않았다.


"코우시!!!"


액수가 큰 지폐를 카페 카운터에 내려놓고 잔돈도 챙기지 못한 채로 나섰다. 훅 겨울바람이 달려들어 뼈를 조각내었다. 제대로 걸치지 못한 코트를 여미지도 못하고 목에 둘러진 머플러로도 가리지 못하며 스가와라는 무작정 걸었다. 그 뒤로 달라붙는 지독한 목소리에 귀를 막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코우시, 코우시! 잠깐만. 내 이야기 좀-"


반대편에 세워 둔 자신의 차로 가기 위해 빈도로를 건너려는 스가와라를 오이카와가 붙잡아 세웠다. 그가 쥔 힘에 반동적으로 몸이 자연스레 돌아섰다.


"내 이야기 좀 들어. 나 이렇게 버리고 가지 마. 제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애달픈 얼굴로 그가 빌었다. 왜 네가 그런 얼굴을 해? 울고 싶고 미쳐버릴 것 같은 사람은 바로 난데. 스가와라는 답답한 제 가슴을 크게 내려치고 싶었다.


"나 이렇게 두고 가지 마, 코우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오이카와 토오루."

"..."

"네가 날 두고 가는 거고, 네가 날 버린 거야. 오늘. 지금."


선택은 오이카와 토오루가 했고 자신은 그저 통보받았을 뿐이었다. 비어있던 다른 손으로 오이카와의 손가락을 풀어낸 스가와라는 충격받은 그를 두고 돌아섰다. 차에 키를 꽂고 문을 열고 올라타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그에게 시선을,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렇게 헤어졌다.

어느 날 겨울, 8년의 연애가 끝났다.







-






"스가와라군은 왜 연애를 안 해?"


앞치마를 두르며 가게 오픈 준비를 하던 메구미의 말에 막 가게 밖으로 커다란 소파를 끌어 빼던 스가와라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커피 머신의 전원을 켜며 함께 포터 필더를 정리하던 그녀의 생뚱맞은 질문에 "갑자기 왜요?"라고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다른 사람이 제 아픈 상처를 후벼 팠다면 단박에 인상을 쓰고 "무슨 상관이야?"라고 따져 물었겠지만 슬프게도 그녀는 스가와라 코우시의 고용주였고 제 일터인 이 카페의 오너였다.


"아직 서른이면 창창하잖아. 놀기 좋고. 그런데 왜 연애를 안 하나 싶어서."

"인연이 없네요."

"거짓말. 우리 카페에 오는 단골손님에게 연락처 받는 거, 내가 몇 번을 봤는데."



그냥 안 하는 거지. 넌 못하는 게 아니잖아. 그녀의 날카로운 지적에 스가와라는 쓰게 웃으며 다시금 소파를 끌어내 카페 앞 골목에 놓았다. 겨울이 가고 막 봄이 오는 계절이었다. 추위는 한풀 꺾여 더는 두터운 코트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 꺼내놓는 블랑켓들과 작은 의자들까지 골목에 내놓자 대충 오픈 준비가 끝난 듯이 보였다. 스가와라가 일하고 있는 카페 <grâce>는 프랑스어로 주인인 메구미의 이름인 은혜라는 뜻을 그대로 가져와 붙인 곳이었다. 작은 골목에 위치한 만큼 내부도 작아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곤 모든 의자와 작은 테이블을 골목에 펼쳐놓고 장사를 했다. 그리 손님이 많은 편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쁜 편도 아닌 그럭저럭 보통의 가게였다. 스가와라가 이 가게에서 일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으로 1년 전, 그 빌어먹을 오이카와 토오루와 이별한 후폭풍 덕분이었다.

이별 직후, 오이카와는 끈질기게 전화했고 문을 두드려댔다. 끊어내야 할 사람을 어쩌지도 못한 채로 스가와라는 제 미련을 욕했다. 쌓이는 문자와 남겨지는 음성 사서함은 목을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한 달, 두 달, 그리고 석 달이 지나자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찾지 않았다. 찾을 때도 괴로웠지만 완벽하게 그가 찾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자 그것은 몇 배로 아팠다. 이게 무슨 청승이람. 처음부터 오이카와 토오루는 자신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그가 전한 그 이별과 함께 만나야 할, 대화를 나누어야 할 이유가 모두 사라지고 말았으니까. 머리로는 그걸 알면서도 마음이 인정하지를 않았다. 끊어진 벨 소리와 함께 찾아온 고독을 버티지 못한 스가와라는 번듯하게 잘 다니던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머릿속에서 그를 지우기 위해 여행을 결정했다. 숨이 막히도록 괴롭고 끈적하게 달라붙은 기억을 지워내기 위해 아무 계획 없이 공항에 가 티켓을 끊었다. 아주 가벼운 충동이었다. 그저 오이카와 토오루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움직였다. 지금 당장 그리고 빨리 떠날 수 있는 티켓을 끊었더니 여행지가 캘리포니아가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메구미를 만났다.

그녀는 스가와라보다 4살 연상으로 독신주의자에 고양이를 7마리나 키운다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호텔 로비에서 만난 그녀는 "이글스의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를 엄청 좋아해서 왔어요."라고 대뜸 말을 붙였고 그 후에 "지금 그쪽 얼굴이 참 그 노래랑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라며 멋대로 시비를 붙여왔다. 이상한 사람, 그녀를 그렇게 정의 내리며 스가와라는 입을 다물었다. 어울리지 말아야지, 그렇게 그녀를 판단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호텔에 머무르며 오고 가다 마주치고 함께 식사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말았다. 그런 평범한 우연과 우연이 겹쳐 현재에 이르렀다. 어울리다 보니 첫인상과 달리 대담하고 단도직입적인 그녀가 스가와라는 싫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 편하게 다가왔다. 이별하고 청승맞게 홀로 여행을 왔다는 말에 비웃긴 했지만 일을 그만두었다는 말에는 "카페 직원 구하는데 일할래요?" 라고 고마운 제안을 해왔다. 대뜸 던져진 그 말에 스가와라는 고민 없이 승낙했다. 새로운 일에 빠지면 오이카와를 잊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스가와라를 도왔다.

하지만 그 선택과 도움으로 스가와라 코우시가 완벽하게 오이카와 토오루를 잊을 수 있었느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홀로 떠난 캘리포니아 여행은 무척이나 우중충했고, 돌아와 메구미에게 커피와 카페 일을 배우면서도 툭하면 그를 떠올렸다. 메구미가 좋아한다며 내민 애크미의 민트색 컵을 볼 때마다 그 색을 좋아하던 오이카와 토오루가 떠올랐고 그녀가 구워 온 크림빵을 시식 겸 씹어 삼키면서도 입술에 가득 부스러기를 묻히며 웃던 오이카와 토오루가 떠올랐다.

잊고 싶은 기억들은 왜 쉽게 잊을 수 없는 것일까. 스가와라는 오이카와 토오루를 잊고 싶었다. 제 주변을 부유하는 미련을 모두 날려버리고 싶었다. 스스로 선택하고 고르지 않았던 이별은 정말이지 지옥과 같았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마다 오이카와 토오루가 보고 싶었다. 코로 숨을 뱉고 들이켜는 그 순간마다도 그러했다. 못 이기는 척 전화를 먼저 걸어볼까, 술을 빌려 이 갈 곳을 잃어버린 마음을 풀어낼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스가와라는 헤어진 연인에게 제 자존심마저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스가와라는 간신히 아주 간신히 버텨냈다.

그 인내와 고통 속에서 스가와라는 많이 울고 많이 아팠다. 하지만 그 고통도 잠시,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정말인지 어느새인가 더는 울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자신의 안에 쌓인 8년이라는 시간을 지운 것은 아니었다. 오이카와 토오루가 던지고 간 8년이라는 기억들을 지워낼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견딜 수는 있었다. 똑바로 설 수는 있었다. 시간의 약을 먹은 탓인지 잘 살 수는 있었다. 정말로 잘 사느냐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응!"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그런데 저런 질문이라니. 너무했다.

연애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자신은 청춘 한 페이지를 몽땅 그 남자를 위해 써먹었다. 열정도 애정도 간절함도 모두 그에게 줬고 그가 가져가 버렸는데 어디서 그걸 다시 찾으란 말인지. 스가와라에게 연애라는 것은 막막하고 또 막막한 것이었다. 메구미처럼 평생 혼자 살겠다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았다.


"메구미상."

"으응?"

"한 4,5년 뒤에 제가 여전히 혼자면 저랑 결혼이나 할래요?"

"어머, 싫다. 나는 혼자 살 거야."


대답 대신 묻는 말에 매몰차게 거절하며 그녀가 까르르 웃었다. 애초에 "그래, 그럼!"이라는 말을 기대하고 던진 농담이 아니었기에 스가와라도 웃으며 마지막으로 그녀가 기르는 화분들까지 모두 카페 앞으로 내놓았다. 적당하게 물과 애정을 먹고 자란 녀석들은 내리쬐는 오전의 햇살 아래에서 부럽게도 반짝였다.

오전에는 가게 구석에 앉아 메구미가 구운 쿠키와 브라우니를 포장했다. 커피 머신 앞에 선 그녀는 첫 샷을 뽑는 것으로 오픈의 시작을 알렸다. 오가는 손님들과 근처 유명 관광지를 찾은 여행객들의 발길로 어느새인가 가게 안은 커피 냄새가 가득 피어올랐다. 흰 주전자를 들고 오픈된 카운터에서 핸드드립을 하며 단골손님과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메구미를 바라보며 스가와라는 가게 한쪽에 놓인 오디오 앞에서 CD를 골랐다. 모두 그녀가 어디선가 사오고 수집한 것들로 스가와라는 잘 모르는 노래들이었다. 적당하게 앨범 자켓으로 선택해 CD를 재생시켰다. 건성한 선택이었지만 가게 내부를 채우는 노래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스가와라군-"


그렇게 노래를 고르고 열었던 CD 케이스를 닫는 순간, 메구미의 조금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요? 그런 눈으로 돌아보자 그녀가 웃으며 밖을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시선을 돌려 가게의 입구이자 문인 커다란 창을 바라보자 그 너머로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얼굴이 서 있었다. 뜻밖의 얼굴에 스가와라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마구 제 눈을 비볐다. 비비고 또 비비고, 비비고 또 비볐다. 눈을 깜빡이고 감았다 뜨고 멍청한 짓을 반복했으나 놀랍게도 그 얼굴은 창 너머에서 사라지지 않은 채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아직 여름도 아닌데 더위를 먹은 걸까? 아니면 수면 부족이라 헛것이라도 보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오이카와 토오루가 저 너머에 서 있을 리가 없었다.


"친구분이라고 널 찾던데?"


멍하니 뭐 하고 있느냐는 듯이 재촉하는 메구미의 말에 스가와라는 허리에 두르고 있던 앞치마를 풀었다. 급히 푸른 짧은 앞치마를 접지도 못하고 둘둘 끈으로 묶어 구석으로 던진 뒤 조심스레 창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에 멍하니 거리에 나와 있는 가구들을 바라보던 시선이 올라와 제게 박혀왔다. 같은 숫자가 만나는 스물둘에 만나 숫자가 바뀌기 직전인 스물아홉에 헤어진 연인이 이제 앞자리가 달라진 숫자를 가지고 서 있었다. 서른 살의 오이카와 토오루라, 기분이 이상했다. 그도 그럴게 스물둘부터 스가와라는 오이카와의 변화를 사진으로밖에 느끼지 못했다. 늘 같이라 항상 함께라 미세하게 나이를 먹고 변해가는 오이카와의 속도를 스가와라는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저 같이 찍었던 과거의 사진을 보며 "너 조금 늙었네." "너 많이 변했네." 라는 말로 서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틈 하나를 놓쳐버린 오이카와 토오루는 너무도 변해 있었다.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서도 큰다더니 조금 더 시선이 높아진 것도 같았다. 밝은 머리 색은 그대로였으나 조금 자라 눈가 앞에서 흔들렸다. 잘난 얼굴도 나이 앞에서는 의미가 없는지 눈가도 깊숙하게 느껴져 왔다. 참 이상하지? 스물둘의 스가와라 코우시는는 서른의 오이카와 토오루를 이렇게 변했다고 느낄 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라진 1년의 틈을 지금 이 순간 스가와라는 너무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멍하니 올려보는 스가와라를 향해 오이카와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약이 부족했을 때 만났더라면 퍽 오랜만이다? 라고 화라도 냈을 텐데 스가와라는 그러지 않았다.


"그래, 오랜만이네."


그저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변한 그를 눈에 담으며, 아 우리 이별했지. 헤어졌었지. 그 겨울에. 라고 자각할 뿐이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 여전히 내 전화는 받지 않을 것만 같아서 멋대로 찾아왔어."

"...괜찮아. 보다시피, 한가하고."


멋쩍게 웃으며 스가와라가 근처에 텅 빈 의자들을 둘러보며 중얼댔다. 멋진 가게네. 모두 메구미의 센스였으나 오이카와의 칭찬에 스가와라는 굳이 알려주지는 않았다.


"시간 좀 내줄래?"

"...지금?"

"응. 지금.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조금 길게."


길게? 이상한 말이었다. 갑자기 찾아와 시간을 달라, 그것도 길게 라니. 그 긴 시간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 스가와라는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길게가 무리라면 내일, 내일 저녁까지라도."


마른 목소리로 그가 간절하게도 부탁했다. 하루하고 이틀이었다. 오이카와 토오루가 요구하는 그 시간의 범위는 스가와라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컸다. 잠시도 아니고 긴, 그것도 이틀. 도대체 왜 그런 시간이 우리 사이에서 필요하지?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시간만큼 자신은 그와 나눌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훌쩍 멀어진 사이에서 이틀은 아주 불편한 시간이 될 것이었다. 그런 스가와라의 얼굴을 읽었는지 오이카와가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호선을 그린 입술을 열고 흘러나온 것은


"미련도, 기억도 다 잊을 수 있게-"

"..."

"완벽한 이별을 위해 같이 여행 좀 하자."


뜻밖의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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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6.13에 나왔던 오이스가 소설 <완벽한 이별여행> 재판을 위한 sample 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