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의 8시 35분
저녁 8시 35분은 카게야마가 수많은 하루의 시간들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흐름이었다. 소리 없이 부지런히 바늘을 움직이는 시계를 바라보며 초조한 마음을 애써 누르기 위해 괜히 카운터의 레지 버튼을 삑삑 눌러댔다. 오늘도 오겠지? 어제도 왔고 그제도 왔으니 오늘도 올 거야. 매일 하는 생각이 지겹지도 않았다. 매일 기다리는 것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카게야마는 이 모든 것이 조금도 지겹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삐리리- 손님의 입점을 알리는 자동문 소리와 함께 카게야마가 시선을 돌리며 인사를 던졌다. 찬 겨울바람을 뚫고 들어선 사내가 카운터 쪽을 힐끔 보더니 이내 도시락 코너로 향했다. 그 손님이었다. 8시 35분의 손님. 오늘은 2분 정도 늦기는 했지만. 늘 그렇듯이 가장 먼저 도시락을 신중하게 고르는 사내의 작은 등을 보며 카게야마는 서둘러 카운터 밑에서 담아 줄 봉투를 미리 준비했다. 도시락의 크기에 따라 봉투의 크기도 달라지지만 카게야마는 그가 무엇을 고를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고르는 메뉴는 그가 오는 시간만큼이나 일정했다. 가끔은 변덕을 부렸지만 대부분은 예상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데워 드릴까요?"
편의점을 한 바퀴 돈 남자는 늘 그렇듯이 가지런하게 계산대 위로 물건을 내려놓았다. 메뉴는 오늘도 여전했다. 마파두부 덮밥 도시락과 레몬 홍차 음료수, 그리고 바닐라 맛 콘 아이스크림이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한정으로 입점 되어있는 몽블랑 푸딩까지. 식사와 디저트로 이루어진 완벽한 코스요리와도 같았다. 그가 데워 간다는 것은 이미 3개월 넘게 이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알고 있는 수만 가지 사실 중의 하나였지만 일단은 물었다. 이렇게라도 한 번 더 대화를 하고 한 번 더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네, 데워주세요."
사내는 조용히 대답했다. 서둘러 마파두부가 담긴 도시락을 렌지로 밀어 넣으며 2분 버튼을 눌렀다. 사실은 20분, 아니 2시간도 데우고 싶었다. 그 시간 동안 이 남자는 계속 자신에게 묶여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다시는 이 편의점에 오지 않을 것이 분명함으로 카게야마는 시린 마음을 감추며 서둘러 바코드기를 이용해 물건을 찍어댔다.
"총 1038엔 입니다.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그가 포인트 카드가 없다는 것을 카게야마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답이 듣고 싶으니까 또 물었다.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그것도 1단위까지 딱 맞춰 내는 사내가 "아!"하고 작은 탄성을 내뱉더니 이내 웃으며 무언가를 꺼내 건넸다. 무려, 포인트 카드였다.
"만들었어요.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어제 도착했는데... 쓸 수 있어요?"
"네."
그럼요, 쓸 수 있고 말고요. 안되면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쓸 수 있게 할거에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주변과 친화력이 없는 자신을 탓하며 카게야마는 서둘러 카드를 받아들었다. 푸른색의 반짝이는 카드에는 카게야마가 일하는 편의점 브랜드의 로고가 심플하게 찍혀 있었다. 그것을 포스에 긁으며 슬쩍 박혀있는 이름을 훔쳐 읽었다. 스가와라 코우시, 드디어 3개월 만에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적립 되셨고요, 봉투 나눠 담아 드릴까요?"
"아뇨. 그냥 같이 넣어주세요."
두근거리는 마음의 위험 신호라도 되는 양 렌지가 삑- 소리를 내며 멈췄다. 그가 늘 봉투를 나눠 담지 않는 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카게야마는 또 뻔뻔하게 물었다. 대답을 듣고 나서야 미리 준비해놨던 봉투를 꺼내 차곡차곡 물건을 담아, 봉투 고리 부분을 잘 말아 들기 편하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받아 들고 멀어지는 그리고 사라지는 사내의 등을 보며 카게야마는 형식적은 인사를 건넸다. 그 안에 사심을 가득 담아서.
카게야마가 자신의 자췻집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 것은 단순한 이유였다. 배구화를 살 돈이 필요해서. 친화력도 부족하고 말주변이 좋은 편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라는 것 자체에 조금 겁을 먹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인사하고 계산하고 필요한 물건 찾아주고 다시 인사하고의 반복. 역 근처의 편의점이라 시급이 다른 곳 보다 약 100엔 정도가 더 높았고 여러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기에 카게야마는 배구화를 살 돈이 다 모였음에도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시시한 이유보다도 더 중요한 이유는 매일 8시 35분에 오는 손님 때문이었다.
옅은 머리의 자신의 체구보다 조금 큰 정장을 입은 사내는 보통 8시 30분에서 40분, 그러니까 대략 35분 즈음에 편의점에 나타났다. 매일 먹는 것은 마파두부 덮밥. 카게야마가 이곳에서 일한 지 3개월이 지나가는 지금도 그는 늘 그 메뉴를 골랐다. 그리고 모 브랜드의 레몬 홍차. 군것질이나 디저트 종류는 조금씩 바뀌지만 최근에는 바닐라 콘 아이스크림과 몽블랑 푸딩이었다. 저번 달에는 와사비 맛 감자칩과 녹차 초콜릿이었고 그전에는 생크림 에클레르와 감자튀김이었다. 꽂히는 게 있으면 그것만 파는 성격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매일 같이 마파두부만 먹는 게 신기해서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 할로윈이었던 10월의 마지막 날, 점장이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주라던 사탕을 봉투에 같이 넣었다. 유통기한이 아슬아슬한 낡은 사탕들이었다. 그런데 그 사탕을 보며 "저 주시는 거에요?" 라고 묻는 조용한 목소리가, 놀란 얼굴이 조금 귀여웠다. 같은 사내를 조금 귀엽다고 평가한 게 놀라워서 당황한 목소리로 서둘러 "네, 할로윈 서비스에요." 대답하자 그가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인사일 텐데 그 인사가 카게야마에게는 돌과 같았다. 조용하던 수면위로 던져진 돌. 흔들리는 수면과 함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꼭 처음이라는 순간을 말하자면 아마 그 날이었을 것이다. 카게야마가 그 손님, 스가와라 코우시에게 반한 것은.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집 주소도, 연락처도 모르는 사내를 카게야마는 정말이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우스울 정도로 열렬하게 좋아했다. "마파두부 덮밥은 인기 없으니까 뺄까?"라고 묻는 점장에게 "아뇨, 저희 매장 최고의 효자 상품이에요."라며 우기기도 했고, 덮밥이 딱 하나가 남았을 경우에는 일부러 뒤쪽으로 밀어 넣어 보이지 않게 만들기도 했었다. 8시 35분을 기다리며 레몬 홍차를 줄 맞춰 진열하거나, 그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가득 채웠다. 괜스레 입구 앞에 앉아 석간신문을 정리하는 척 밖을 살피기도 했고, 그가 감자튀김에 빠져 있던 시절에는 시간에 맞춰 새로 튀겨 놓기까지 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가 전부였다. 그가 올 시간을 기다리고, 그가 올 시간에 맞춰 준비하는 일들. 그리고 형식적인 인사와 접대 멘트에 가득 사심을 담는 것 정도. 평범하게 날씨를 묻는 사이 정도는 되고 싶었지만 그 레벨까지는 아직 카게야마에게는 무리였다. 그래도 좋았다. 좋아하기 시작한 마음은 멈추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 마음을 신이 가엽게 여기셨는지, 드디어 이름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훔친 것과 다름없었으나 카게야마에게는 과정 따위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가와라 코우시.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 카게야마는 혹여 이름을 잊어먹기라도 할까 서둘러 핸드폰 메모장에 그 이름을 입력했다. 차마 쑥스러워 소리 내어 부르지는 못했다. 소리 내어 부르기 조차 아까웠다.
- 봄의 8시 35분
"...네?"
"그러니까, 이것보다는 새로 나온 파스타가 더 잘나가거든요. 그걸로 한번 드셔 보시는 건 어떠세요?"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이 무슨 소리를 내뱉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카게야마는 잘도 떠든다고 생각했다. 눈앞의 여고생이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로 자신과 계산대에 올려진 마파두부 덮밥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 손님 중에 "어느 게 더 잘나가요?"라던가 "어느 게 더 맛있어요?"라고 묻는 경우는 있었지만 자신이 나서서 "이게 더 맛있어요"라는 식으로 권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금만 더 웃으면 인기 장난 아닐 텐데. 카게야마는 낮 타임에 바통을 터치하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의 말을 떠올리며 어색하게 입술을 움직여 웃었다.
"아... 그럼 .. 어.. 그렇게 할게요. 한번 먹어볼게요."
다행이었다. 통한 모양이었다. 붉어진 얼굴로 여고생이 후다닥 도시락을 바꿔왔다. 새로 나왔으나 아르바이트생 전원에게 "기대 이하"라는 평을 들은 신제품 명란 파스타 도시락이 대신 계산대에 올려졌다. 이걸로 명란 파스타도 처리했고 마파 두부덮밥도 사수했다는 생각에 카게야마는 저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왔다. 여고생 손님을 보내고 나자 뒤에서 발주를 넣고 있던 점장이 말을 걸어왔다.
"저런 스타일이 토비오군의 취향이야?"
"네? 아닌데요. 전혀."
카게야마가 싹 정색하고 말하자 점장이 웃으며 "그런데 왜 그렇게 방금 실실 웃었어?" 라며 괜히 트집을 잡아왔다.
"서비스의 기본이죠."
"기본은 무슨! 너 처음에 우리 가게 들어와서 일 할 때 표정 굳어있어서 무시무시 했던 거 기억 안나냐?"
"언제적 이야기를 하시는 거에요. 벌써 반년도 전 이야기인데."
"뭐 그때에 비하면 좀 나아졌다고는 하나, 니가 그렇게 웃는 거 처음 봐서. 여고생이 취향인가 싶었지."
"절대 아니에요. 제 취향은 어른스럽고 정적인 분위기에 말이 없어 보이는 얼굴로 쑥스럽게 웃는 모습이 귀여운 사람이에요."
뭐야? 그 자세한 이상형 설명은? 점장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지만 카게야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이 그런 사람을 좋아하고 있으니까. 가을이 끝날 무렵 찾아왔던 짝사랑은 여전히 건재했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었다. 얼마 전에는 머리를 잘랐길래 저도 모르게 "머리 자르셨어요?"라고 대뜸 묻는 용기까지 발휘했다. 놀란 얼굴로 "네."라고 대답하는 모습에, 아 괜한 짓을 했구나 하고 금방 후회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는 8시 35분 즈음 편의점을 찾아왔다. 그리고 카게야마 역시 저녁의 편의점을 지키고 있었다.
"아, 맞다. 너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왜요?"
"그 날 알바생 하나가 여자친구랑 꽃 구경 간다고 빼달라고 하잖냐. 아, 너도 데이트 있냐?"
"아뇨, 전 없어요."
"친구들이랑 놀러도 안가고?"
"네, 제가 할게요. 제가 나올게요."
주말이라. 그러고 보니 자신은 주말에 일 한 적이 없었다. 주말에도 그가 올까? 주말이면 사복을 입겠지? 8시 35분이 아니라 다른 시간에도 나타날까? 사복은 어떤 차림일까? 정장처럼 크게 입을까? 아니면 달라붙게 입을까? 아니 뭐 뭘 입어도 이뻐 보이겠지만. 카게야마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여러 옷차림을 그에게 대입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어쩐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말에도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카게야마를 둥둥 뜨게 만들었다. 이번 일주일은 모두 그를 위한 시간이 될 듯했다.
"헬프 필요하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주세요. 점장님."
덧붙이는 사심 가득한 카게야마의 말에 점장이 웃었다. 일이 좋다거나 편의점이 좋은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저 이곳에서만 그를 만날 수 있으니 기회를 더 잡고 싶을 뿐이었다. 되도록이면 매일 매일 그를 보고 싶었다. 편의점에서는 뭐든지 다 판다는데, 스가와라 코우시는 왜 팔지 않는 걸까. 아니, 반대다. 자신을 그에게 팔고 싶었다. 그놈의 마파두부는 그만두고 자신을 좀 사갔으면 좋겠는데. 점원도 팝니다- 라고 써 붙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카게야마는 이루지 못 할 상상을 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로 인해 천국과 지옥을 하루에 수십번도 더 오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놀랍게도 스가와라 코우시는 마파두부 덮밥이 아닌 하나 남은 명란 파스타를 사갔다. 이 파스타 도시락은 맛이 없다고 카게야마는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그 정도의 용기는 아직 카게야마에게 부족하고 또 부족했다. 열심히 사수 했던 마파두부 덮밥은 폐기가 되어 카게야마의 몫이 되었다. 짜고 매웠다.
모두가 꽃 구경으로 난리가 난 주말의 아침 카게야마는 기분 좋게 편의점으로 출근했다. 하지만 출근길, 카게야마의 짝사랑을 알고 있는 대학 동기 쿠니미의 메시지가 그 좋았던 기분을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너야 한가해서 그 사람 보러 편의점 출근하지만 그 사람은 오늘 데이트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 망할.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다. 카게야마는 반짝이는 메시지를 보며 도쿄의 꽃놀이는 이번 주말이 절정입니다! 라던 아침 일기예보 아나운서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연스레 어느 여자 손을 잡고 벚꽃 아래를 걸을 스가와라 코우시도 떠올렸다. 차라리 출근하지 말 것을.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은데. 오늘 그가 나타나지 않아서 확인 사살을 받는 것보다야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막상 출근하니 너도 꽃 구경 가고 싶냐?"
홀로 매장을 지키고 있던 점장이 잔뜩 풀이 죽어 들어서는 카게야마를 보며 인사 대신 핀잔을 늘어놓았다. 아닌데요. 카게야마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러 사무실로 향했다. 심드렁한 기분으로 들어서자 이제 막 퇴근하는지 전 타임의 알바생이 폐기 바구니에서 가져갈 음식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오늘 완전 한가해요. 다들 꽃 구경 갔나 봐요."
이 매장 사람들은 왜 제대로 다들 인사를 해주지 않는 거지. 카게야마는 그리 생각하며 "한가했어요?" 라며 성의있게 물었다. 잔뜩 먹을거리를 가방에 챙겨 넣은 알바생이 "네. 완전요." 라며 무시무시한 말을 뱉었다. 주말의 한가한 편의점, 그가 없는 편의점, 시간이 죽었다 깨어나도 빠르게 흐를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심란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니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늘 정리하던 레몬 홍차도, 덩그러니 놓여있는 마파두부 덮밥도 반듯하게 줄을 세우고 모양을 잡을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점장이 출근했으니 눈치는 봐야하는 터라 카게야마는 대충 과자 코너 앞에서 먼지들을 털어냈다. 덤으로 신상으로 들어온 과자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봄이라고 벚꽃 한정이라 붙은 신제품의 가지수가 꽤 되었다. 그래봤자 내년 봄이 되면 또 나타날 녀석들이었다. 계절 한정, 시즌 한정 참 의미 없는 말들 뿐이었다. 얼마나 그렇게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을까. 손님 하나 없이 조용하던 편의점에 삐리리- 자동문 음이 울렸다. 그리고-
"어서오세..."
요, 까지도 카게야마는 뱉지 못했다. 막 안으로 들어선 사람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리고 기다렸던 손님, 스가와라 코우시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편해 보이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초록색 후드를 뒤집어쓰고 모자 끈을 당겨 묶고 있기까지 했다. 와, 진짜 귀여워. 카게야마는 서둘러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정장 입고 저녁에 퇴근하는 것을 보면 분명 회사원이 분명한데.. 나이로 따지면 자신보다는 적어도 3살이 많을텐데... 그런데 저렇게 귀엽다니. 반칙 아니야? 사기 아니냐고. 카게야마는 슬쩍 돌렸던 고개를 다시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스가와라 코우시는 아이스크림 박스 앞에 서서 슬리퍼를 신은 발을 콩콩 찧고 있었다. 아, 대박 귀여워. 장난 아니야. 주말 출근 만세였다. 한참을 서서 고민하던 그는 62엔짜리 가리가리군을 들었다. 소다맛 하나. 계산대로 향하는 그의 모습에 카게야마는 당장에라도 카운터로 뛰어들어가 자신이 계산하고 싶었으나 이미 점장이 눈치 없이 바코드 기계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바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값을 치른 그는 바로 아이스크림을 까 입에 물고 사라졌다. 가게의 창 너머 그가 오물오물 아이스크림을 물고 사라지는 모습을 카게야마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담아냈다. 그는 꽃놀이에 가지 않았다. 그 사실로도 기뻐 죽을 것 같은데 덤으로 저런 귀여운 모습이라니. 카게야마는 서둘러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점장이 "뭐하냐 너?" 라며 물었지만 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빨리 뛰는 심장 때문에 말할 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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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갑자기 이런 스토커 같은 짝사랑을 하는 카게야마가 보고 싶어서 막 썼는데
눈이 =_= 이런 상태로 쓴거라 오타 장난 아니고 거지같은 문장 흐름이 장난 아닐 것 같다.
귀차느니까 나중에 수정....
여름과 가을의 8시 35분은 언젠가 쓰게찌...
과연 돌아오는 겨울의 8시 35분을 카게야마는 쟁취할 수 있을 것인가.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