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펑하고 터졌다
2015. 12. 20. 22:00







"그럼 다음 질문 드릴게요, 항상 오이카와상은 스가와라상에게 매달리는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로 그런가요? 라는 질문이 올라왔네요. 질문은 52sg님이 보내주셨습니다! 자 어떤가요?"



듣기 좋은 목소리의 DJ가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스가와라는 그의 입술을 타고 흐르던 질문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굳어버렸던 얼굴을 감쪽같이 감춰내며 어색하게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앉은 오이카와 토오루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가면 같은 남자는 싱글거리는 얼굴로 "엑? 제가 매달린다고요? 절대로 아닌데요!" 라며 억지로 목소리를 내어 떠들어대고 있었다.



"가끔 방송 같은 거 보면 그래 보이긴 해요. 오이카와군이 스가와라군에게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살짝 치대는 느낌?"
"치대요? 제가요? 에이! 아닙니다. 저희는 서로 상호존중하는 관계로... 네 맞습니다. 맞아요. 제가 매달려요. 코우짱이 사실 엄청엄청 차가운 남자라서요! 제 마음을 잘 안 받아주네요."



비위도 좋은 놈. 스가와라는 막힘없이 쏟아내는 그의 우는 소리를 비꼬며 동시에 비웃었다. 같은 남자를 저렇게 엮어 질문하고 몰아붙이는데도 자연스레 받아내다니. 아무리 사무실에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부탁했어도 그렇지, 정말 대단한 놈이었다.



"그럼 스가와라군은 어때요? 정말 오이카와군이 매달린다고 생각해요?"
"아뇨. 절대 아니에요."
"그럼 무슨 관계에요?"
"...어, 그게.."
"동등한 관계, 그거죠."



애써 너무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또 너무 무겁지 않게 포장하려 더듬거리는 자신의 말에 아카아시가 툭 끼어들어 도와주었다. 우리 세터즈는 모두 동등한 관계에요, 사이 좋아요. 무뚝뚝하게 받아치는 그의 말에 DJ가 "리더의 말이 그렇다니 그런 거로 넘어가겠습니다!" 라며 다음 질문으로 돌렸다. 어색하게 그리고 어물쩍 대답하면 더 시끄러워질 뻔했는데 다행이었다. 스가와라는 능숙하게 넘겨준 아카아시에게 눈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곤 다시금 DJ의 말에 집중했다. 뒤이어 나온 질문들은 역시나 다행스럽게도 그리 짓궃지 않았다. 이번에 나온 신곡의 포인트를 말해달라, 바쁜 스케줄 중에 스트레스는 무엇으로 푸느냐, 뮤직비디오 찍었을 때의 에피소드가 있느냐와 같은 컴백 첫 주에 적합한 질문들이 줄지어 나왔다. 이번엔 막힘없이 대답하며 스가와라는 애써 굳었던 얼굴을 풀어냈다. 어쨌거나,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방송은 방송. 지금 자신의 기분이 불쾌하다고 해서 그걸 다 내보이는 건 아이돌로서 실격에 가까웠다.



"수고하셨습니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50분의 라디오 생방송이 끝나자 절로 몸에 쌓여있던 긴장이 푸스스 빠져나갔다. 방송국 스태프들에게 저마다 인사를 건네며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가 하나둘 물병을 내밀었다.



"다들 수고했어, 말실수 한 것도 없었고 괜찮았어. 반응도 좋고."
"이제 데뷔 3년 차인데 실수하면 큰일 나죠."



똑, 물병 뚜껑을 까내리며 코즈메 켄마가 나직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넌 좀 말 수를 늘려. 그를 향한 날카로운 매니저의 지적을 들으며 스가와라는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매번 메고 다니는 묵직한 백팩에 물병을 넣고 지퍼로 잠그자 슬쩍 다가온 오이카와 토오루가 손을 내밀었다.



"뭔데?"
"줘, 내가 들어줄게."
"네가 왜?"
"밖에 팬들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래서 뭐? 저도 모르게 팍 인상을 쓰며 가방끈을 꾹 쥐자 지켜보고 있던 매니저가 얼른 건네주라는 듯 턱 짓을 했다. 지긋지긋한 이 연극. 웃기지도 않은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스가와라는 하는 수 없이 가방을 건넸다. 내키지 않아 머뭇거리는 저와 달리 오이카와는 가볍게 가방을 메고 앞장섰다. 아마 몇 분 후면 팬카페고 트위터고 온갖 공간에서 <오이카와상이 스가와라상 가방 대신 들어줬데!> <둘이 진짜 잘 어울려!> <진짜 둘이 그런 사이 아니야?>와 같은 아주 위험한 이야기들이 쏟아질 것이었다. 그 반응을 의도해내야 하는 이 상황이 스가와라는 정말로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팬들의 관심은 곧 반응이었고 반응은 인기였으며 인기는 곧 꿈이었다. 스가와라 코우시는 아이돌이든 뭐든 가수로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까, 이런 웃기지도 않은 장난질 때문에 때려치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라디오국을 벗어나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오이카와 토오루의 예상대로 몇몇 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기온이 뚝 떨어진 겨울 그것도 더 추운 밤에 다들 붉어진 얼굴로 기다렸다 생각하니 쉬이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스가와라상, 스가와라상.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를 차마 밀어낼 수 없어 스가와라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저 작은 인사일 뿐인데 그녀들이 든 카메라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밤을 수놓는 소리에 스가와라는 더 입꼬리를 올렸다.



"또 늦는다, 코우짱."



하지만 그도 잠시. 앞서 걷던 오이카와 토오루가 돌아와 멋대로 팔짱을 껴왔다. 잠깐! 하고 당황해 외치기도 전에 그의 이끌림에 절로 발이 움직였다. 자신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을 때보다 더 요란하게 터지는 카메라 소리에 스가와라는 그대로 죽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는 저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않는 주제에 팬들 앞에서만 이렇게 스스럼이 없었다. 아, 아니다. 카메라 앞. 보는 눈이 있으면 언제든 오이카와 토오루는 적극적이었다. 그 찰나를 버티고 참으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소름이 돋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 스가와라는 끌려가듯 걸으면서 꾹 주먹을 쥐었다. 겨우 이동 차량에 도착해서야 스가와라는 그 주먹을 풀어낼 수 있었다.



"오이카와상 그냥 배우로 전업하는 게 어때요?"



차에 올라타기 무섭게 카게야마가 빈정대며 자신이 대신 던지고 싶은 말을 던졌다.



"아, 안 그래도 나 대본 고르고 있어."



하지만 오이카와 토오루는 살랑살랑 웃으며 얄미운 대답으로 받아쳤다. 재수 없는 자식, 스가와라는 툭툭 그가 멋대로 만졌던 제 팔뚝을 털어내며 그의 등에 달린 가방을 잡아당겨 뺏어냈다.



"그렇게 당기지 않아도 주는데, 코우짱."



아프지도 않으면서 앓는 소리와 함께 그가 웃었다. 그리곤 덧붙였다. "나 너무 싫어하지 마." 라고.


하지만 스가와라 코우시는 오이카와 토오루를 싫어하는 것 외에는 대하는 방법을 몰랐다. 첫 만남부터 싫었으니까. 싫은 사람은 그저 싫기만 했다. 좋아질 틈이 있어야 좋아지는데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딘가에는 좋은 점이, 좋은 구석이 있겠지 싶어도 싫은 사람의 좋은 점 따위는 애써 찾아내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인사해, 오이카와 토오루. 팀에서 보컬도 랩도 담당할 거야.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진 않았지만 같이 데뷔할 거니까 친하게 지내도록 해."



사장님이 처음 그를 연습실로 데려왔을 때, 스가와라는 들고 있던 물병을 떨어트렸다. 막 데뷔일 카운트를 세고 있던 제 설레임에 오이카와 토오루는 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녹음도 끝냈고 안무도 다 짜여 매일같이 죽어라 연습만 하는 날들, 그날의 끝에는 성공적인 데뷔만 앞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굴러들어온 어느 돌이 예뻐 보일 리가 없었다. 심지어 기획사에 들어온 지 이제 한 달이라며 어색하게 소개하는 그의 말에는 더 기가 찼다. 자신은 연습생으로 무려 6년을 넘게 지냈는데 고작 한 달, 30일 만에 그는 자신과 같은 궤도에 나란히 서게 된 것이었다. 그러니 오이카와 토오루가 스가와라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 곱게 보이지 않아도 대중의 눈에 오이카와 토오루는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였다. 데뷔와 동시에 오이카와 토오루는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6년을 기다려 들어간 그룹 '세터즈'는 그 이름보다 오히려 '오이카와 토오루와 아이들' 이라는 이름으로 더 불리게 되었다. 그래서 스가와라는 더욱 분했다. 6년을 피와 같은 땀을 흘리며 노력하고 버텨온 끝이 누군가의 그림자고 병풍이라니. 허무하고 억울하고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찾아온 사장님의 말.



"팬들 사이에서 요즘 스가군을 오이카와군과 엮는 게 인기가 있는 모양이야."



강요도 강제도 아니었지만, 넌지시 던지는 그 말은 그냥 지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스가와라는 오이카와 토오루가 죽기보다 싫었지만, 자신이 몇 번이고 더 아니 조금이라도 더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오이카와 토오루가 필요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인기를 나누어 받아야 했다. 그래서 막다른 골목에서 유일한 길을 찾은 마냥 오이카와 토오루의 손을 잡았다. 같은 맴버인 카게야마의 손도, 코즈메의 손도, 아카아시의 손도 잡아보았지만 단 한 번도 잡아보지 않았던 오이카와의 손은 생각과 달리 따뜻했다. 그리고 곧고 길었으며 크고 단단했다. 그리고 마치 그 손처럼 곧고 긴 그리고 크고 단단한 길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소소했던 팬덤은 금세 불어나기 시작했다. 오이카와 토오루를 연호하던 사람들 입에서 적지 않게 제 이름도 함께 올랐다. 무대를 제외한 인터뷰도, 예능도 항상 함께 나가게 되니 자연스레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졌다. 자신의 길이 트이니 금세 다른 맴버들에게도 시선이 옮겨갔고 2집 싱글이 나올 즈음에는 더는 '오이카와 토오루와 아이들' 이라는 별명은 없었다. 오롯이 '세터즈'라는 이름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뭐, 그렇게 다시 제대로 된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이 열등감에 가까운 질투심과 오이카와 토오루를 향한 미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스가와라는 오이카와 토오루가 싫었고 미웠다. 그러니 이제 좀 그만하고 싶은데 오이카와 토오루는 잡은 손을 놓을 줄을 몰랐다. 도대체 왜? 이제 알려질 만큼 알려졌고 인기도 충분한 데다 사장님의 압력도 없는데 자꾸만 팬들이며 대중 운운하며 웃기지도 않는 커플 놀이를 하는 그가 스가와라는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았다. 썩 반응이 나쁘지 않으니 매니저도 적당하게 장단 맞추어 주라 했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언제까지 쟤랑 이러고 지내야 하는데?



"...하.."



끝이 보이질 않는 그 질문에 기분이 더 나빠졌다. 훅 가라앉은 이 기분의 탓이 제 탓이라는 것 정도는 아는지 오이카와가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건넸다. 웃기지도 않는 그 친절에 스가와라는 싫다거나 치우라는 거절의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오이카와 토오루의 손바닥 위에서 기다리던 사탕은 이내 다시 그의 주머니로 사라졌다. 익숙한 행동이었다.


한참을 달려 숙소 앞에 도착하자 평소와 다름없이 여러 팬이 마중을 나왔다. 이걸 마중을 나왔다고 표현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험한 표현을 써야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스가와라는 애써 웃으며 피곤함을 감추었다. 매일같이 숙소 앞을 지키는 팬들을 매니저는 험하게 대하고 불렀지만, 어쨌거나 제 자리를 있게 만들어준 사람들이었다. 똑같이 거칠게 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과는 달리, 제 이름을 부르며 팔을 잡고 달라붙은 팬들을 대하려니 저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아이돌로서 팬들에게 그런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솔직히, 조금 지쳤다.



"미안, 우리 이제 들어가 봐야 하는데 코우짱 좀 놔주면 안 될까?"



놔달라 한마디 하려는 찰나, 익숙하게 팬들을 뿌리치고 벗어난 오이카와가 끼어들었다. 제 손에 이것저것 쥐여주며 한 마디 더 건네려던 팬들이 신기하게도 "죄송해요!" 라는 말로 사과하며 후다닥 떨어져 나갔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람. "고마워." 제 어깨에 팔을 두르며 팬들에게 던지는 그의 감사 인사를 들으며 스가와라는 신기해서 오이카와의 뺨만 올려보았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임에도 거기다 오늘 하루 조금도 쉬지 못했음에도 피곤함 하나 보이지 않는 반질반질한 얼굴, 그 얼굴이 웃으며 저와 눈을 마주했다. 그리곤 말했다.



"올라가자."



응, 스가와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맴버들이 먼저 올라갔는지 불만 들어와 있는 건물 계단을 오르며 오이카와는 어느새 둘렀던 손을 떼어냈다. 훅 떨어져 나간 타인의 온기를 느끼며 스가와라는 눈가에 치미는 피곤을 떼어내기 위해 손가락으로 문질러댔다.



"피곤해도 팬들에게 넌 그러면 안 돼."
"뭐가?"
"떨어지라거나, 놔달라거나. 그런 이미지 아니잖아. 세터즈의 스가와라 코우시는."



문지르던 손가락을 떼고 스가와라는 걸음을 멈추었다. 앞서 걸어 올라가던 오이카와 역시도 움직임을 멈추고 저를 내려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살짝 차이 나는 신장이 계단 몇 칸으로 훌쩍 높아져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세터즈의 스가와라 코우시는 어떤데?"
"팬들이 해달라는 건 다 해주잖아. 귀찮아하지도 않고, 잘 웃어주고, 팬 서비스 좋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팬들 사이에서도 스가엘이라며 이상한 별명으로 불리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자신의 이미지였지 오이카와 토오루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러니 그가 신경 쓰고 관리해주고 배려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너는 나를 이다지도 배려하고 신경 쓰는 걸까. 이렇게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고 밀어내고 미워하는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젠 하지 않아도 될 그 우스운 연기까지 내보이면서 달라붙고 귀찮게 구는 걸까.

스가와라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을 차마 어떻게 뱉어야 할지 몰라 굳은 얼굴로 가만히 오이카와 토오루만 노려보았다.



"뭔가, 묻고 싶은 게 많은 얼굴이네."



저 질문들에 덧붙여, 심지어 자신을 잘 파악하기까지. 하지만 묻지 않아도 답은 알 것 같았다. 여유로운 얼굴. 저 얼굴이 대답일 것이었다. 모든 걸 다 가진 남자는 이 상황이 아주 즐거울 테니까.  아마 오이카와 토오루는 알고 있을 테지. 자신의 이 미움이 어디서부터 피어오르는지 잘. 아주 잘.  너를 향한 질투, 열등감. 그러니 저리 여유 있고 웃으면서 자신을 휘두르는 거다.



"너는 이 상황이 재밌지?"



눈을 올려 뜨며 스가와라는 물었다.



"아니."



오이카와는 웃으며 부정했다.



"내가 널 미워하고 질투하고 발악하는 게 즐겁잖아."
"전혀 즐겁지 않아."
"거짓말 하지 마. 다 알아. 나 같은 건 너를 넘볼 수 없다고 생각하잖아."
"..."
"날 배려하고 챙기고 이해하는 척하면서도 사실은 비웃고 있잖아."
"아니라고 했어."



살짝 화난 목소리 같다고 느낀 것은 자신의 착각일까. 제 말이 끝나기 무섭게 튀어나오는 오이카와의 목소리는 낮고 탁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긴 그 목소리를 들으며 스가와라는 마른 손으로 눈가를 덮었다.



"다들 잘못 보고 있는 거야. 네가 매달리는게 아니라 내가 필사적으로 너에게 매달리는 거지.."



라디오 방송 중에 들었던 질문을 다시 떠올리며 조용히 말했다. 네 인기를 좀먹고, 빼앗아 먹고, 얻어먹으며. 쥐새끼처럼. 사실을 인정하려 하니 억울하고 분해서 목소리가 살짝 흔들렸다. 아니라고 해주길 내심 바랐는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조금 아니 사실 많이 서러웠다. 그래도 여전히 자존심만큼은 높아서 스가와라는 잠시 꾸욱 입술을 물었다가 겨우 놓았다.



"아까, DJ가 우리 관계가 어떤 관계냐고 물었잖아."
"..."
"당황해서 뭐라 설명하지 못하겠는데, 지금은 대답할 수 있을 거 같아."
"..."
"풍선. 우리 관계는 풍선이야."



보이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 조금만 더 부풀어 오르면 펑 터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풍선과 같은 관계. 남들이 보기엔 둥실둥실 예쁘게 떠올라 있어도 실상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빈 허상. 그럴듯한 껍데기.



"풍선 안에는 아무것도 없잖아. 우리처럼."
"아닌데."



적당한 비유를 찾았다며 스스로 칭찬하며 뱉었더니 금세 오이카와 토오루가 잘라 말했다. 그리곤 삐딱하게 고개를 꺾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풍선 터지면 고무 조각이 남잖아. 코우짱."
"..."
"남아, 남는다고."



그게 뭐가 되었든. 오이카와 토오루는 딱 잘라 말하며 돌아섰다. 탁탁,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화가나 보이는 발소리가 계단을 올라 점점 멀어졌다. 마치 박자와 같은 그 발소리를 들으며 스가와라는 들리지 않을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그럼, 우리가 터지면 무엇이 남을까? 하고. 머리 위로 들어온 빛이 깜빡, 꺼져 내렸다. 찬 공기와 어둠의 틈에서 스가와라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발소리는 멈췄지만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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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풀었던 썰을 전력 주제와 묶어서.... 쓰려니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게따.

스가와라 코우시는 왜 눈을 그렇게 떠요?

졸려서 일찍 자려고 전력을 일찍 시작했는데 시간을 맞췄다^_ㅠ

퇴고는 나중에!!!!!!!!!!!!!!!!!!!!!!!!!!! 잔다. 자야한다. 월요일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