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샌드] 성장의 날
2014. 12. 21. 22:03

스가른 전력 주제 / 달리기







"스가와라상- 일어났-"


따스한 주말의 아침, 인사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던 카게야마는 책상위에 동그랗게 말려 있는 작은 등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반 즈음 열었던 문을 완전하게 젖히고 책과 종이의 냄새로 가득한 방 안으로 들어서며 떨어진 모포를 들어 스가와라의 등 위로 조심스럽게 덮어 주었다. 불이 꺼진 노트북 앞에서 식어 빠진 커피 잔과 함께 누워 있는 그는 피곤 가득한 얼굴로 감긴 눈을 뜰 줄을 몰랐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가 노트북을 사용할 때에만 착용하는 무테안경을 벗겨 근처에 망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마음 같아서는 안아 들어서 침대로 옮겨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그가 분명히 깰 것이었다. 카게야마는 가만히 책상을 짚은 손에 힘을 주며 곤히 잠들어 있는 스가와라를 내려 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또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렸다. 감겨있는 눈 위의, 정확하게는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이마 위로 몰래 입을 맞추고 서둘러 떨어졌다. 입술에 닿았던 뜨뜻한 감촉이 사라지기도 전에 카게야마는 붉어진 얼굴로 서둘러 그 방을 나왔다. 




카게야마 토비오가 스가와라 코우시를 처음 만난 것은 9살 때의 일이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홀로 남겨진 카게야마는 구석에 입을 다물고 앉아 자신을 몰래 훔쳐보고 흘겨보는 어른들의 시선 속에서 묵묵하게 자리를 지켰다. 첫 기억이 고아원에서 시작되었던 카게야마에게 있어서 할아버지는 유일한 가족과 같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어린아이를 호적에 올리셨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별난 양반이야." "다시 시설로 보내야겠죠? 우리 핏줄도 아닌 애를 누가 거두겠어요."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악의없이 공간을 울리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할아버지의 이유에는 관심이 없었다. 재정이 어려웠던 시설이 문 닫기 전 할아버지가 나타났고, 자신의 아이가 되지 않겠냐고 했고, 카게야마는 더이상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삶이 두려웠기에 냉큼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게 카게야마가 기억하는 전부였다. 그랬던 별난 할아버지는 말은 없었지만 꽤 다정하고 좋으신 분이었다.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카게야마의 걱정만 한 아름 하셨던 분이었다. 울타리와 같았던 할아버지가 사라지니 카게야마에게 남은 것은 그저 두려움과 막연한 미래뿐이었다. 희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하듯 누군가가 크게 말했다. "아이가 무슨 애완동물도 아니고." 누군가가 카게야마를 흘겨보며 그렇게 말했다. 애완동물이라도 상관없어. 할아버지가 다시 살아서 돌아 오신다면 동물이 되어도 상관없어. 카게야마는 자신의 작은 무릎을 꽉 끌어안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안녕?"


그때였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카게야마에게, 오직 카게야마를 위한 인사가 들려 온 것은. 카게야마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앞의 사내를 올려 보았다. 옅은 머리색에 눈가에 점이 있는 청년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스가와라 코우시이며 할아버지의 손주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할아버지에게 가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카게야마는 자신에게 웃어주는 사내를 본능적으로 경계했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점점 구석으로 몸을 숨기려 드는 카게야마와 달리 사내는 눈높이를 맞춰 앉으며 다정하게도 웃어 보였다.
"나랑 같이 살래?"
뜻밖의 제안, 카게야마에게 있어서 그것은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어른들의 냉담한 시선으로 불투명했던 자신의 앞에 내밀어 진 그 손을 카게야마는 가만히 들여보다 냉큼 붙잡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아이에서 카게야마는 스가와라 코우시의 아이가 되었다. 자신보다 12살이 많은 남자는 어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게야마의 손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마치 주문처럼 어린 카게야마에게 그리 이야기해주었다. 카게야마는 오직 스가와라에게만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또 끄덕였다. 




스가와라와의 생활은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그 이상으로 행복했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요리가 올라가는 저녁 식탁도, 함께 주말의 햇살을 받으며 하는 집 안 청소도, 자신의 첫 운동회에 함께 손을 잡고 달렸던 달리기도, 같이 거실에 앉아 풀어가던 방학의 숙제들도, 같은 이불에서 누워 하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카게야마에게는 너무도 소중하고 반짝이는 것들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렇게 반짝이던 순간들 속에서 자신이 다른 눈으로 스가와라를 보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자라면 자랄수록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는 스가와라를 지켜야 한다고 결심했던 때였을까? 아니면 같이 목욕하기를 그만둔 순간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잠든 스가와라를 몰래 훔쳐보던 밤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샤워 하고 나오던 스가와라를 보고 밤을 설친 그 날이었을까? 언제부터라고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카게야마는 자연스럽게 스가와라가 좋았다. 좋아졌다. 그 감정이 이상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았다. 자각하기 시작한 감정들은 급속도로 카게야마 안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멈출 수 없었다. 마치 마라톤을 달리는 사람 마냥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달리기 시작한 이상은 골을 봐야만 했다.




삐걱거리는 낡은 나무 계단을 밟으며 2층에서 내려온 카게야마는 슬쩍 방금 자신이 부볐던 스가와라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술을 꾹 눌러 보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자신은 이제 19살이 되었고, 스가와라는 31살이 되었다. 어린 시절 30대의 남자에게서는 담배 냄새 같은 것 말고는 남는 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이 아는 31살의 남자는 여전히 소년 같았으며 여전히 아름다웠다. 평일에는 학교에 가기 위해 서두르는 카게야마를 위해 아침을 준비하던 스가와라를 대신해 카게야마는 주말인 오늘은 자신이 근사한 밥상을 차리자고 결심하며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요리는 전혀 하지 못했지만 계란프라이 혹은 토스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스가의 등 너머에서 지켜봤던 것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카게야마는 그릇에 계란을 깨 담았다. 하지만 몇 번을 계란을 깨도 껍질이 함께 바스러져 안으로 뒤섞였다. 당황해 서둘러 젓가락을 이용해 건져냈지만 작은 껍질들은 잘 잡히지 않았다. 



"코우시-"


얼마나 계란에 집중했을까. 드르륵 미닫이문으로 된 현관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카게야마는 엉망이 된 계란이 담긴 그릇을 서둘러 내려놓으며 현관으로 급하게 나갔다. 어디서 철야라도 했는지 피곤한 얼굴의 오이카와가 주방에서 튀어나온 카게야마를 보며 바로 인상을 구겼다. 


"코우시는?"
"자요."


카게야마의 무뚝뚝한 대답에 오이카와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며 자신의 짐을 내려놓았다. 포토그래퍼인 그의 묵직한 카메라 가방이 소리를 내며 신발장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곤 바로 2층으로 올라가려던 오이카와를 카게야마는 서둘러 붙잡았다. 


"잔다고요."
"알아, 방금 들었어."
"놔둬요."


카게야마는 날카롭게 말했다. 부탁이 아닌 명령에 가까운 말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오이카와는 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카게야마의 손에서 자신의 팔을 빼내었다. 그리고는 쿵쿵 소리를 내며 2층으로 올라 사라지고 말았다. 카게야마는 공중에서 쳐내진 자신의 손을 움직여 꽉 주먹을 쥐어보았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 토오루가 너무도 싫었다. 어느 정도로 싫었냐고 물으면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싫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첫인상부터 최악이었다. 여름방학 숙제를 끝내고 거실에서 이불을 깔고 잠들었던 어렸던 자신을 깨운 그 목소리를 지금의 카게야마는 잊을 수가 없었다.
"피도 섞이지 않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꼬맹이 때문에 다 포기하겠다는거야? 그런 거야 코우시?!"
잔뜩 화가 난 사내의 목소리에 카게야마는 졸린 눈을 가까스로 열어 떴다. 현관 앞에 카디건을 걸치고 당황한 얼굴로 서 있는 스가와라 앞에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 9살의 카게야마의 인생에서 몇 없는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다. 카게야마는 계속 잠든 척,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슬쩍 실눈을 뜬 채로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불이 꺼진 어두운 거실로 현관에 켜진 작은 빛이 일렁거렸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토오루."
"나랑 같이 영국에 가기로 했잖아."


카게야마는 사내가 울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 정도로 목소리에는 애절함이, 슬픔이 가득 담겨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미안해- 스가와라의 대답에 사내가 무언가를 쳤는지 요란한 소음이 집 안을 울렸다. 카게야마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이불에서 일어났다. 저 남자가 스가와라에게 무슨 짓을 할까 두려웠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자신이 스가와라를 지켜야만 했다.


"난 갈 거야. 네가 안가도 난 갈 거야."
"알아, 가야지. 나 때문에 여기 함꼐 남을 필요는 없어. 토오루."
"너랑 헤어지지는 않을 거야."
"..."
"헤어지자고 말하지 마. 기다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해줘."


기다릴게. 5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스가와라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곤 자신을 늘 꼭 안아주던 그 팔로 남자의 목을 감으며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이 현관에서 키스를 나누는 모습에 카게야마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콱 쥐며 서둘러 이불로 숨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스가와라는 그 남자와 함께 방에서 나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테레비를 보고 있던 카게야마에게 와서 "인사해, 내 가장 친한 친구 오이카와 토오루야" 라며 그를 소개했다. 친구라는 그 말을 순진했던 카게야마는 그대로 믿었다. 친한 사이라서 그렇게 뽀뽀를 하는구나 그 시절에는 그렇게 순수하게도 믿었었다.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흘러 카게야마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친구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 수밖에 없었다. 어떠한 친구도 그런식으로 입을 맞추지 않으니까. 그런 식으로 서로를 바라보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오이카와는 영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카게야마가 스가와라를 자각하기 시작할 즈음 그가 돌아왔다. 훌쩍 키가 자라고 뼈대가 자란 카게야마에게 있어서 오이카와 토오루는 가장 거대한 적이 되었다. 그를 항상 노려봤고, 견제했다. 그리고 그 눈빛을 오이카와는 금방 알아차렸다. 




오이카와가 사라진 2층에서 스가와라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결국 늦게까지 깨어있던 자신의 스가와라를 깨운 모양이었다. 카게야마는 그 행복한 웃음소리가 듣기 싫어 서둘러 주방으로 도망쳤다. 엉망인 계란을 하수구로 쏟아 버리려다 그대로 기름을 두른 펜 위로 투하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계란 속에 자잘 자잘한 껍질들이 뒤섞여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자신은 쉼 없이 달려왔다. 자신의 손을 잡아 준 스가와라 코우시의 곁에 설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커져서, 조금이라도 더 어른이 되어서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리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려 여기까지 왔다. 훌쩍 커버린 카게야마는 이제 더이상 스가와라를 올려보지 않았고 마주 대는 손 역시도 마디 하나가 커졌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한순간에 다시 스가와라를 차지해버린 저 남자가 너무도 미웠다. 밉고 끔찍하고 역겨웠다.



"어라? 토비오가 요리하는 거야? 미안해, 내가 늦잠자서-"


등 뒤로 들려오는 스가와라의 목소리에 카게야마는 방금까지 굳어있던 얼굴을 감쪽같이 감췄다. 그리고 어색하게 미소를 그리며 돌아보았다. 엉망으로 뻗친 머리로 모포를 두른 채로 들어오는 그를 보며 "잘 잤어요?" 라고 늘 하는 아침 인사를 건넸다. 그리곤 그 뒤로 따라 들어오는 오이카와를 바라보며 스가와라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조심스럽게 정돈해 주었다. 


"스가와라상은 일단 씻고 와요."
"아, 내 정신 좀 봐. 오이카와 먼저 카게야마랑 아침 먹고 있어. 나 금방 씻고 올게."


탁 손바닥을 치며 활기차게 말한 스가와라가 웃으며 주방을 벗어났다. 오이카와는 말없이 식탁에 앉았고, 카게야마는 막 완성된 후라이를 식빵에 올려 그릇에 담아냈다. 보기 좋게 케첩도 뿌려 오이카와의 앞에 내려 놓았다. 오이카와는 말 없이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그것을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잘라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카게야마는 등을 돌려 새로운 그릇에 계란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운이 좋게 깔끔하게 계란만이 흰 그릇으로 투하되었다. 등 뒤로 아그작하고 오이카와가 계란 껍질을 씹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음식에 대해 불평을 하거나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등 뒤로 닿는 날카로운 사내의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며 카게야마는 이번에는 완벽한 계란을 펜 위로 부었다. 이번것은 스가와라의 몫이었다.


"토비오짱, 대학은 결정했어?"


휘휘 계란을 조심스럽게 젓가락으로 저어내는 카게야마에게 오이카와가 물었다. 


"아뇨."
"이왕이면 기숙사 있는 곳으로 가. 멀리멀리. 그래야 코우시도 너에게서 졸업하지. 안 그래?"
"최대한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거리로 골라 갈 겁니다."
"이 주변에 괜찮은 학교 없잖아? 이왕이면 좋은 학교에 가야 코우시가 기뻐하지 않겠어?"


한 마디로 사라지라는 말과 같았다. 카게야마는 꽉 젓가락을 틀어쥔 후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가면을 쓴 사람처럼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냥 시원하게 하시죠. 스가와라상도 없는데 빙빙 돌리지 말고."
"아, 그럴까? 카게야마 토비오가 코우시 앞에서 착한 아이인 척하려고 하니까 도와준 건데."
"전 항상 착한데요."


카게야마가 비웃듯이 뱉었다. 그 말에 오이카와 역시 비웃었다. 


"어떤 착한 아이가 자기 아버지를 그렇게 발정 난 눈으로 바라봐?"
"...."
"그건 착한 아이가 아니지. 안 그래? 토비오짱?"
"전 스가와라상의 아이가 아닙니다."
"그 대사 코우시에게 똑같이 해줄래? 걔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으니까."


그래야 너에게서 코우시를 지켜내지. 오이카와는 중얼거리며 쿡쿡 포크로 토스트를 찔러댔다. 


몇 번이고 상상한다. 스가와라 코우시를 붙잡고 나는 당신의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말하는 상상을. 나는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당신을 더럽히고 울리는 짐승과 같은 놈이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은 절대로 입으로 뱉어서는 안 되었다. 그 말을 뱉는 순간 그가 울 테니까. 정말로 아파서 엉엉 울고 말 테니까. 스가와라 코우시의 모든 순간이 좋았지만 그런 모습은 싫었다.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감정을, 자신을 참아내기 위해 어른이 되고 싶었고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었다. 그를 울리고 상처를 주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오이카와 토오루에게 가만히 질 마음은 없어서 카게야마는 천천히 다시 불에 올라간 계란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내게서 스가와라상을 가져갈 수는 없을 겁니다."
"처음부터 그리고 여전히 내꺼였고 내꺼야.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랬고, 나타나도 변함없이."
"자신만만해하지 마세요."
카게야마는 다 익은 계란을 예쁘게 빵 위로 올려냈다.
"오이카와상은 스가와라상이 버릴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뭐?"
"저는 스가와라상이 절대로 버릴 수 없는 사람이고."


그러니 언젠가 선택의 날이 오게 된다면 반드시 스가와라 코우시는 자신을 택할 것이라고 카게야마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의 연인이 아닌 자신의 카게야마 토비오를 택할 것이라고. 그 꿀 같은 상을 알고 있기에 긴 마라톤을 버텨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을 차지할 수 있는 건 오이카와가 아닌 자신뿐이라는 것을 카게야마는 잘 알고 있었다. 던져진 말에 오이카와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역시도 아마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어때? 맛있어?"


말없이 냉기만 흐르는 주방으로 수건을 목에 두른 스가와라가 들어섰다. 씻느라 핀으로 꼽아 넘긴 앞머리가 귀엽다고 생각하며 카게야마는 서둘러 자신의 자리 옆을 가리켰다. 하지만 스가와라는 자리에 앉지 않은 채로 포크를 들어 오이카와의 접시로 향했다.


"나도 한입만."


그렇게 말하며 포크를 가져가는 스가와라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오이카와의 손이 손목을, 카게야마가 다른 쪽의 팔을 붙잡았다. 


"스가 네 것 다 되었으니까 그거 먹어."
"다 만들었어요. 여기 앉아요."


그래? 웃으며 포크를 거두는 스가를 보며 오이카와도 그리고 카게야마도 그에게 닿았던 자신의 손들을 떼어냈다.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그나마 높게 평가하는 것은 이 점에 있었다. 자신에게 받는 미움을 절대로 티를 내지 않았다. 물론, 카게야마 역시 오이카와의 적대감을 모두 씹어 삼켜냈다. 오로지 그 중심에 서 있는 스가와라 코우시만이 소리 없는 전쟁을 모르고 있었다. 달그락, 스가와라 몫의 토스트가 테이블로 내려앉았다. 토스트 대신 주스 한 컵을 택한 카게야마가 나란히 그 곁에 앉았다. 오이카와는 묵묵히 증오로 가득 찬 토스트를 씹어 삼켰다.
벌써 몇 번이나 맞는 세 사람의 식사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단 한 사람만이 모르는 평화로운 주말의 아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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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의 차이와 벽을 뛰어 넘어 달리는 소년 카게야마 !

나란 인간은 전력이 아니면 글을 쓸 생각을 ... 1도 안한다. 

물론 쓰면서도 1도 생각 안하지만. 생각이 없스믑니다. 

어떤 조합이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도형은 삼각형이라는 생각만 있다.




I know I love you and You love the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