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도스가] 먹이
2015. 10. 21. 12:27



*네타캐 주의 

*네타 주의 

*경기 내용 날조 주의 

*그냥 다 주의









삐익, 몸 안이 웅웅 울리도록 휘슬 소리가 울렸다. 뚝, 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과 후우,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자신의 숨소리를 느끼며 텐도 사토리는 입꼬리를 올렸다. 

팔랑, 넘어가는 상대 팀의 스코어 표와 함께 지독한 허기가 느껴졌다. 

경기가 끝났다는 모든 신호와 함께 생각지도 못한 패배를 눈앞에 두니 자꾸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텐도."



어떻게 상대 팀을 마주했는지, 악수했는지, 코트를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터벅터벅 아직 비우지 않아도 괜찮은 벤치를 붙잡고 앉자 세미가 다가와 물병을 건넸다. 꼬르륵, 허기가 졌지만 딱히 갈증이 돌진 않았기에 고개를 저어 거절했다. 



"배고파."

"뭐?"

"배가 고프다고."



시라토리자와, 미야기현 최고의 팀. 이 팀에 들어와 언제나 완벽한 승리만 맛보았다. 이기는 것은 언제나 이쪽이었고 이편이었고 이 팀이었다. 저쪽도 저편도 저 팀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숨 막히는 랠리 끝에 함성도, 축하도, 승리도 가져간 것은 저쪽이 되어버렸다. 믿을 수가 없네. 자꾸만 입가를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텐도는 코트 위에서 '믿을 수 없는 승리'를 맛보는 까만 유니폼들을 노려보았다. 



"코트 위에서 내 감은 절대적이야."

"..."

"이길 줄 알았어."



조금 질척거리고 짜증 나고 귀찮았지만, 그래도 이 경기 끝에 언제나 그렇듯 승리를 가져갈 거라 생각했기에 웃으며 뛰었다. 그런데 패배라니. 혹시, 꿈꾸는 건가? 눈 뜨면 아직 아침이고 침대 위일지도 몰랐다. 



"지나간 게임에 미련 두지 마."



속도 좋은 세미의 말에 텐도는 하하, 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미련이라니, 이건 미련이 아니다. 빼앗긴 승리에 대한 분노였고 억울함에 가까웠다. 자신들이 아닌 카라스노를 연호하는 관중들 틈에서 더는 숨을 쉴 수 없어 몸을 일으켰다. 어디 가느냐며 묻는 세미의 말을 무시하고 복도로 나왔다. 뚝뚝, 아직 식지 않은 땀이 자꾸만 흘러 기분 나쁘게 흘렀다. 



"졌을 때 어땠더라."



어떻게 달래고 어떻게 가라앉혔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너무도 아득한 기억이라 당연하게도 그러했다. 3학년 마지막 경기를 이렇게 끝내게 될 줄이야, 이러려고 괴물이라느니 요괴라느니 같은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들으며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데. 마지막 딱 한 발만 뻗으면 전국이었다. 언제나 전국에 가는 것은 이 팀이었다. 대단한 세터 놈이 있다는 아오바죠사이도 이겼고, 철벽이라는 다테공고도 이 팀 앞에서 무력했다. 그런데 저 검은 놈들은 뭐지. 날지 못하는 까마귀라더니, 까마귀보다는 죽여도 죽여도 사라지지 않는 바퀴벌레처럼 느껴졌다. 아주 역겹고 더럽고 구역질이 쏠리는. 밟으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숨이 끊어질 놈들이 저를 앞지르고 전국에 간다니, 우습고 또 우스운 이야기라 자꾸 웃음만 나왔다. 아, 웃기 싫은데. 



"뭐라도 먹어야겠다."



배가 고팠다. 허기진 배를 문지르며 텐도는 천천히 웃음을 지웠다. 눈가를 문지르며 신고 있던 배구화를 벗어 버리듯 던졌다. 지나가던 다른 팀들이 흘끔, 하고 저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으나 아무렴 좋았다. 젖은 양말까지 벗어 대충 던지곤 차디찬 바닥을 밟으니 이제야 좀 부글부글 대던 머릿속이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어디 가서 다디단 초코 우유를 하나 입에 물면 완벽할 것 같았다. 그래, 그거면 이 텅 빈 뱃속도 좀 채워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자판기를 찾기 위해 막 코너를 도는 순간, 익숙한 유니폼이 눈에 걸렸다. 



"나, 이겼어."



까만 유니폼. 방금까지 벌레처럼 제 눈앞에서 기어다니던 그 유니폼. 그 유니폼을 걸친 소년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발그레 흥분이 뜬 얼굴과 달리 통화하는 목소리는 이질적일 정도로 침착하고 차분했다.



"너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었어."



초조한 얼굴로 그리 말하는 소년의 등을 텐도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땀에 젖은 2번이라는 숫자가 소년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구겨졌다 펴졌다. 2번, 2번, 2번이 누구더라. 방금 제 앞에서 뛰었을 여러 마리의 벌레 중에서 저 얼굴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주황 머리에 빨랐던 꼬맹이. 피까지 흘려 가며 자신들을 막기 위해 분투했던 안경쟁이. 투지 있던 주장. 질끈 머리를 묶고 있던 에이스. 재빨랐던 리베로. 우렁찬 목소리로 떠들던 스님 머리. 냉철하지만 동시에 초조해 보이던 1학년 세터. 거기까지 얼굴을 굴리던 텐도는 마지막에 떠오른 얼굴에 저도 모르게 "아" 하고 가벼운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가 들렸는지 아직 통화 중이던 소년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2번, 카라스노의 또 다른 세터. 세터 주제에 갑자기 스파이크를 쳐대서 한방 먹었다. 작은 주제에 네트 앞에서 알짱거리는 게 짜증 나 이래저래 말을 걸었는데도 가볍게 넘기고 무시당했다. 그게 너무 짜증 나서 웃기지도 않은 공격을 시도했을 때, 바로 쳐 내리고 비웃어줬던 거 같은데. 맞지? 마주한 눈으로 그리 물었더니 소년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어라, 방금 무시당한 건가? 겨우 가라앉았던 짜증이 불같이 훅 일었다. 



"오늘은 안될 것 같고, 내일 내가 그쪽으로 갈 테니까-"



보통 경기 끝난 후에 상대 선수들을 만나면 자신은 뭐라 했더라. 좋은 경기했다, 수고했다. 뭐 그랬던 거 같은데. 사실 패배자에게 그런 소릴 다정하게 해줄 만큼 자신은 착하지 못했지만, 세미 에이타는 이런 부분에 강하게 굴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라든지, 예의라든지. 그런 쓸모없는 것들. 그러니 적어도 너도 나에게 다정해야지. 이번엔 내가 패배자잖아. 위로 정도는 하라고. 그렇게 스멀스멀 치솟은 화를 품은 손으로 녀석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힘없이 마주한 얼굴에서 정확하게 '놀람'을 마주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반동으로 떨어진 녀석의 휴대폰이 축축한 발에 밟혀 우둑, 소리를 내며 동강 났다. 



"있지, 나 지금 너무 배가 고파."



너희가 내 먹이를 빼앗아 갔잖아. 저보다 작고 마른 몸은 힘없이 벽으로 구겨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비명도 지르지 못한 녀석을 먹어 치우기 위해 크게 입을 열었다. 이를 세웠다. 물어 품은 목덜미에서 자신과 같은 땀 냄새와 약간의 상쾌한 향이 끼쳤다. 


날지 못하는 까마귀라며. 그럼 날지 못해야지. 왜 날아가는 거야. 


까득, 한입 베어 물자 그제야 제 속을 뒤집어 놓던 지독한 허기가 가라앉았다. 입안에서 맴도는 소년의 땀이, 피가 포만감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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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즘 사약을 마셔서.................... 
근데 텐도 캐릭터가 진짜 저세상 또라이미가 낭낭해서 도저히 표현이 안된다.......... 
하지만 널 사랑해...... 120점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