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첫 메달
2014. 11. 16. 22:10

-스가른 전력 60분 참가 / 주제:처음 







스가와라 코우시와 헤어진 지 얼마나 지났지? 오이카와는 불리는 휘슬의 소릴 들으며 의미 없는 숫자를 세어보았다. 전지 훈련으로 집을 떠난게 저번 달, 그리고 대회 3주 차- 벌써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스가와라 코우시와 연인으로 만나면서 이렇게 오래 떨어져 지낸 것이 처음이라 기분이 이상했다. 마음 같아서는 전지훈련에도 이 올림픽에도 데려오고 싶었지만 그런 억지를 부릴 수는 없었다. 스가와라에게도 일은 있었고 하루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괴로운 것은 괴로운 것이었다. 멍하니 그렇게 자신의 연인을 떠올리는 오이카와에게 선수들이 달려와 끌어안았다. 관중의 함성 소리도, 승리의 기쁨도 지금 오이카와에게는 현실적이지 못했다. 그저 스가와라 코우시가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첫 올림픽, 금메달은 아니었으나 동메달이었다. 이런 대회에서는 2위보다는 3위가 행복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메달을 받는 순간 선수단 전부가 환하게 웃었다. 누구는 이를 세워 물어보기도 했고, 누구는 모여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신없는 그 틈에서 오이카와는 물끄러미 자신의 목에 걸린 메달을 바라보았다. 실감이 나질 않았다. 단상에서 축하 인사를 받고 내려오기가 무섭게 외신과 일본 기자들이 오이카와를 둘러 쌓았다. 승리의 주역, 경기의 MVP에게 소감을 듣기 위해서였다. 어정쩡하게 벽에 붙어 선 오이카와는 당황하지 않은 채,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를 그리며 그들의 질문에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신중한 대답을 늘어놨다. 상대 팀이 강했으나, 마지막까지 정신력을 잃지 않았던 팀원들 덕분에 메달을 딴 것 같아요. 제 첫 메달이라 색과 상관없이 지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모두 감독님과 팀원들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모범적인 답안들을 줄줄 뱉으며 오이카와는 아마 집에서 TV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스가와라를 떠올렸다.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받고 싶었는데- 이미 너무도 어마어마한 인사들을 받고 말았다.



바로 이어지는 결승전 경기 준비를 핑계로 오이카와는 어렵사리 기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팀 매니저의 안내로 락커룸으로 향하던 길, 오이카와는 복도 끝에서 발견한 익숙한 얼굴에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왜그래? 놀라 묻는 매니저에게 "잠시만 시간 좀 주세요."라고 다급하게 외친 오이카와가 서둘러 스가에게로 달려갔다. 자신이 헛것을 보는 게 아닌지, 이 먼 곳 까지는 어떻게 온건지- 다른 선수들 가족 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스가와라에게 다가간 오이카와는 다짜고짜 말도 없이 팔을 붙잡았다. 놀란 눈이 자신을 올려본다. 이렇게 예쁜 얼굴은 스가와라 코우시가 분명했다. 뭐라 입을 열려는 그를 무작정 끌고 비어있는 방을 찾아 밀어 넣었다. 쾅, 등 뒤로 닫히는 문 소리를 들으며 서둘러 뺨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너무도 보고싶었다. 아니 보고싶다는 말로는 이 감정을 표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목에 익숙하게 팔을 감는 스가를 꽉 품으로 끌어안으며 오이카와는 아슬아슬하게 입술을 떼고 웃어보였다.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야?"
"비행기 타고 왔지."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말하는 대답에 오이카와는 쪽 한번 입술에 입을 맞추며 다시 입을 열었다.


"경기 봤어?"
"봤지, 엄청 잘하더라. 안 보러 왔으면 후회했을지도 몰라."
"올 거면 연락했어야지.사람이라도 보냈을 텐데."
"그럼 서프라이즈가 아니잖아. 승리 선물이야, 어때 마음에 들어?"


살살 눈꼬리를 접으며 웃는 스가와라의 말에 오이카와는 이번에 쪽 이마에 입을 맞추며 대답을 대신했다. 마음에 드냐니, 너무 들어서 탈이었다. 이 이상의 서프라이즈 선물이 있을 리가 없었다. 토닥토닥, 자신의 목을 끌어안은 팔을 풀어 꽉 안아준 스가는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오이카와의 넓은 등을 두드렸다.가만히 스가와라 품에 안겨있던 오이카와는 조심스럽게 떨어지며 목에 걸고 있던 메달을 벗어 스가에게 걸어 주었다. 


"네 거야."
"...."
"네가 있어서 내가 여기까지 왔어. 널 위해서 땄어. 그러니까, 이건 네 거야."


스가와라 코우시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하고 포기했는지 오이카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아침 일찍 훈련 가는 자신에게 맞춰 하루를 시작했고, 두 사람의 식탁은 오이카와에게 맞춰 식단을 조절했다.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오이카와의 경기를 보러 왔고, 오이카와가 나오는 잡지와 신문을 스크랩하는 것이 스가와라의 취미가 되었다. 스가와라가 아끼던 책이 가득한 책장은 어느새인가 오이카와의 트로피가 차지했고 훈련을 가는 오이카와의 가방을 챙겨주는 것도 언제나 스가와라의 몫이었다. 작년 부상으로 힘들었을 때에도 자신만큼이나 함께 힘들어했고, 슬럼프가 있던 시기에는 말없이 자신을 위로하고 곁에 있어주었던 것 역시 스가와라 코우시였다. 그가 없었더라면 오이카와는 아마 이 메달을 절대 목에 걸 수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이 메달은 스가와라 코우시의 것이었다.

"고마워, 코우시."
날 믿어줘서, 날 잡아줘서, 날 떠나지 않아서 고마워.
울기 시작하는 스가와라를 꼭 품으로 안으며 오이카와는 몇 번이고 스가와라의 귓가에 속삭였다. 스가와라의 인생에서 자신이 처음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오이카와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과 같았다. 고맙다는 말 외에는 정의할 수 없는 이 감정들을 오이카와는 가득 품으며 스가와라의 머리 위로 입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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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서 뒷부분 급하게 날려 썼다^_ㅜ

원래 전력 연성은 받아만 먹는 편이었는데 스가른 전력 기념으로 도오저언.

급하게 올리느라 체크를 안해서 오타 장난 아닐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