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랑, 손안에서 열쇠에 달린 키링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27살이나 먹은 사내 녀석이 무슨 그리 요란한 열쇠고리들을 들고 다니느냐며 다이치가 핀잔을 줬던 그 키링들이었다. "가챠는 내 스트레스의 완벽한 해소법이야." 그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스가와라는 당당하게 외쳤다. 때가 타고 살짝 도색이 벗겨진 것들을 잘 갈무리해 가방에 쑤셔 넣으며 스가와라는 쥐죽은 듯이 조용한 저택에 익숙하게 들어섰다. 커튼이 가득 쳐있는 거실은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밤과 같이 어두컴컴했다. 설마, 아직 자고있는 것은 아니겠지? 스가와라는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곤란할 때 튀어나오는 습관이었다. 서둘러 실내용 슬리퍼를 빌려 신고 커튼들을 걷어냈다. 촥,촥- 깔끔한 소리와 함께 밀어내자 오후의 태양이 적막한 집안으로 급히 쏟아져 들어왔다. "안녕." 몸을 돌리며 스가와라는 수조 안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금붕어들에게 작은 인사를 건넸다. 얘들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 거야? 아직 죽지 않았으니 주인이 제대로 챙기긴 하는 모양이었지만 썩 믿음직하지 못했다. 톡톡 손가락으로 수조의 유리를 두어 번 두드리는 것으로 반가움을 표한 후 스가와라는 숙였던 허리를 펴 2층으로 향했다. 집안 가득 무겁게 깔려 있는 공기들을 손으로 휘휘 저어 치워냈다. 다행이었다, 자신이 이 공기에 영향을 크게 받는 체질이 아니라서. 그리 다행이지 못한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스가와라는 익숙하게 집주인의 서재와 작업실을 지나쳐 가장 끝에 위치한 침실로 향했다.
"선생님."
노크 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그를 불렀다. 하지만 문 너머로 들려오는 것은 없었다. 똑똑, 손을 굽혀 노크했다. 여전히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빌어먹을, 2시라고요. 쪼옴. 슬슬 밀려오는 짜증을 숨기며 스가와라는 벌컥 문을 열었다. 훅, 끼치는 극우성 알파의 페로몬에 저도 모르게 팍 인상을 구겼다. 그 페로몬에 섞인 술 냄새가 지독했다. 어디서 또 신나게 놀고 들어 왔구만. 스가와라는 어렵지 않게 그 사실을 캐치하며 침대 위에 퍼져있는 사내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그는 파자마 하의만 걸친 채로 푹 잠에 빠져 있었다.
"선생님. 원고 받으러 왔어요."
"....으음-"
"원고요, 원고."
일부로 단어에 팍팍 힘을 주었다. 원고 내놔. 원고. 이번엔 강하게 흔들자 그의 등근육이 유려하게 꿈틀댔다. 그리곤 "네." 잔뜩 잠에 취한 목소리가 시트와 함께 웅웅 울렸다.
"벌써 2시에요. 원고 다 하긴 했어요?"
잔소리로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 이왕이면 잔소리로 듣고 제발 완벽한 원고를 건네주면 좋을 텐데. 끼익, 매트리스의 비명과 함께 그가 손에 힘을 줘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단단한 가슴과 벌어진 어깨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스가와라는 머릿속으로 저 먼 아프리카의 표범을 떠올렸다. 유연하게 몸을 일으킨 그가 대뜸 "물"이라며 명령조를 뱉었다. 스가와라는 익숙하게 침대 옆에 놓인 커피 테이블에서 물병을 찾아와 내밀었다. 깔끔하게 한 병을 모두 비운 그는 여전히 잠에 밀린 눈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졸려."
아이처럼 그가 잠투정을 해왔다.
"선생님, 저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혹시 술이 덜 깼나 싶어 스가와라는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제 머리를 손바닥으로 탈탈 털던 사내가 미친놈 보듯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왜? 그냥 손가락 흔들면서 몇 개로 보여요? 라고 묻죠."
"하하. 말짱하시네요. 자, 그럼 원고 주세요."
"작업실 책상 위."
진즉 그렇게 말할 것이지. 스가와라는 목까지 차오르는 불만을 가볍게 삼키며 서둘러 작업실로 향했다. 카펫이 깔린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 익숙한 문을 열자 엉망인 작업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이라도 물건이 흐트러지거나 타인이 건드리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그의 성격을 알기에 스가와라는 무엇하나 닿지 않으려 노력하며 책상에서 서류 봉투에 담긴 원고를 들었다. 슬쩍 꺼내 후루룩 넘겨 완성된 원고인지 확인했다.
"완성했어요."
훅-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스가와라가 황급히 돌았다. 부자연스러운 그 움직임에 몸이 절로 기우뚱한 것을 빠르게 그가 손을 뻗어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었다.
"하하.. 네. 확..확인했어요."
젠장. 붙잡힌 팔뚝에서 절로 열이 올랐다. 스가와라는 서둘러 그 손에서 벗어나며 제 이마를 문질렀다.
"받았으니 전 가볼게요."
"벌써? 같이 밥이라도-"
"저 먹고 왔어요."
여기 더 있으면 안 되었다. 공기 중에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는 그의 페로몬에 오래 노출되어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스가와라는 어색해 보이지 않게 웃으며 서류봉투를 구겨지지 않게 가방에 챙겨 넣었다. 그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가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바라보았다. 밥 함께 안 먹겠다 해서 삐친 건가? 아니면 제 말을 잘라서 화가 난 걸까. 그는 겉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스가와라는 요 반년 동안 그의 담당 편집자로 일하면서 그 사실을 몇 번이고 느끼고 겪어왔다.
"전 스크램블 에그에 바짝 튀긴 베이컨이 들어간 아메리칸 블랙퍼-"
"나가요."
"넵."
그래서 일부로 그에게 그가 가장 질색하는 기름기 가득한 음식들을 종알종알 뱉었다. 항상 정갈하게 그리고 단정한 식사를 하는 그에게 견딜 수 없는 메뉴들이었다. 예상대로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가 문을 가리켰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가와라는 빠르고 강하게 대답하며 작업실을 나왔다. 쿵쿵 계단을 밟아 내려가는 등 뒤로 느릿하게 사내의 시선이 달라붙었다. 그걸 완벽하게 눈치채면서도 스가와라는 모르는 척 굴었다.
"스가와라군"
그 시선을 꿋꿋하게 모르는척 무시하던 자신을 그가가 불러 세웠다. 막 커다란 수조앞을 지나쳐 현관으로 가려던 스가와라는 아직 지우지 않은 어색한 미소를 그대로 유지하며 고개만 들어 그를 올려보았다. 2층 난간에 선 그가 뚫어지게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왜요?"
"향수 뿌려요?"
"네? 아뇨."
향수? 스가와라는 킁킁 서둘러 제 팔을 들어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침에 씻으면서 뿌린 샤워 코롱 냄새인가 싶었지만 그것도 이미 바람에 날려 흩어진 지 오래였다.
"아니면 말고."
그가 대충 대답하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조심해서 들어가요, 그 말만을 던지고 다시 침실로 사라져 버렸다. 뭐지? 괜히 찜찜해진 기분으로 신발을 신으며 스가와라는 문득 머릿속으로 달력을 그려보았다. 그리고는 찬찬히, 찬찬히 숫자를 세었다. 그렇게 하나둘 오늘의 날짜까지 가늠하다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올 뻔한 비명을 급히 손으로 틀어막았다. 젠장, 히트 사이클! 완전히 잊고 있던 존재와 함께 방금 사내의 말을 조합하자 팔뚝으로 오도도 소름이 끼쳐 올라왔다. 스가와라는 구두를 구겨 신고 급하게 그의 저택을 나왔다. 확 끼치는 상쾌한 공기를 코로 들이마실 틈도 없이 골목에 세워둔 자신의 작은 차에 몸을 구기듯 집어넣었다. 극우성은 진짜 극우성이구나. 누구 하나 맡지 못하는 자신의 그 옅고 옅은 페로몬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 그가 놀라웠다. 어쩐지, 아까 잡힌 팔뚝이 뜨끈뜨끈하다 했어. 평소였다면 이렇게까지 강하게 그의 페로몬을 느끼지 못했을 텐데 히트 사이클이란 대단했다.
"극열성인 내 페로몬까지 걸리고 말이야."
스가와라는 홀로 중얼대며 가볍게 억제제를 입으로 털어 넣었다. 물은 없었지만 아그작 이로 씹어 삼켜냈다.
자신이 극열성 오메가, 즉 오메가로서의 기능을 조금도 할 수 없다고 판정받은 나이는 열여섯이었다. 한참 예민하고 민감할 시기에 떨어진 열성이라는 판정은 작은 소년이 땅을 파고 들어가기에 충분하고도 충분한 이야기였다. 우성을 바란 적은 없었다. 그저 기본은 하길 바랐다. 평범이라는 그 기본의 기준이 있는데 극열성이라니. 보통 뽑기를 해도 꽝이 나오는 빈도가 높긴 했지만 이것까지 이렇게 꽝이 될 줄은 스가와라는 예상치 못했다. 발현과 함께 흘러나오기 시작한 페로몬은 옅고 옅어서 베타와 다를 바 없었고 초기엔 히트사이클의 주기도 들쑥날쑥해서 고생했다. 전조증상도 없으니 언제 무슨 사고가 터질지 알 수가 없었다. 거기다 병원에서 내려진 임신 불가 판정. 스가와라는 참담했다. 참담해도 변하는 것은 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자신과 달리 아름답고 예쁜 오메가들을 지나칠 때마다 스가와라는 쓸쓸해졌다. 달고 향긋한 그들의 페로몬을 감지할 때마다 외로웠다. 차라리 베타처럼 살아볼까 싶었지만 오메가로 태어난 이상 본능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사랑받고 싶다, 그 마음이 언제나 안에서 날뛰었다. 그래도 어릴 때는 환상이 있었다. 세상에 자신만 열성 오메가도 아니고 살다 보면 누구 한 사람 정도는 날 사랑해주지 않을까. 다들 제 짝을 만나 이뤄 살아가니 저에게도 그런 반쪽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렇게 아주 소박한 기대와 환상을 품었는데- 그것도 대학에 입학한 후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다.
대학교에 들어가 별명이 생겼다. 유니콘. 보기에 꽤 괜찮은 별명이지만 실상은 존재하지 않는 희귀한 것, 즉 오메가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자신을 비하하는 말이었다. 환상을 품었더니 환상의 동물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실제로 유니콘이었다면 좋을 텐데. 머리에 달린 뿔로 그리 입을 놀리는 못돼먹은 녀석들을 찔러버리기라도 하게. 하지만 아쉽게도 스가와라에게 뿔은 없었다. 그저 별명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리석게도 사랑을 꿈꿨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대학교 선배, 꽤 다정하고 친절한 알파라 마음껏 마음의 문을 열었다. 혹시 선배가 나를? 같은 우스운 착각에도 빠졌었다. 그리고 그 착각이 나날이 속에서 쌓여 용기를 만들어 냈다. 그 하찮은 용기는 스가와라를 무모하게 만들었다.
"선배, 저 선배가 좋아요."
나름대로 수줍고 부끄럽게 뱉은 고백이었다. 진심도 담았고 온 마음을 다했던 고백이었다. 그리고 던져진 대답.
"미안, 너 유니콘이잖아."
환상 속의 동물은 보호해야지. 비웃음이 섞인 대답은 무척이나 잔인했다. 하지만 덕분에 스가와라는 극열성이라는 어마어마한 벽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페로몬이 옅으니 알파에게 조금의 감흥도 안겨 줄 수 없었다. 알파에게 던지는 고백은 다섯 살 꼬맹이의 "아빠와 결혼할래!" 수준밖에는 되지 못했다. 이 상황이 달리기와 같다면 자신은 스타트 라인에도 설 수 없는 존재였다. 그걸 알고 나니 작게 품었던 기대도 환상도 모두 부질없어졌다. 스가와라 코우시? 아, 걔 참 열심히 지. 자신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언제나 그 정도였다. 오메가라면 붙어야 할 예쁘다, 매력 있다, 귀엽다, 야하다 등등의 말들은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었다. 따라붙는 것은 그저 쓸쓸한 별명뿐이었다.
어차피 나는 안돼. 그렇게 단호히 마음을 먹고 나자 조금 편해졌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베타처럼 살지 뭐.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한 번 상처 받고 나니 누군가를 만날 용기가 더는 생기지 않아 모든 열정을 성적에만 쏟았다. 그렇게 남들 다 하는 연애도 못 해보고 스가와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달래줄 이 하나 없는 히트 사이클에는 억제제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어차피 질과 자궁이 약해 불임 판정을 받았으니 꺼릴 것도 없었다. 그렇게 쿨하게 사화에 나와서는 꿈에 그리던 출판사에 취직했다. 큰 출판사에서 제일 원했던 만화 편집부로 발령도 났다. 아마 열성 오메가 판정 때 쓰지 못한 제 운이 이제야 풀리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는 누구도 자신을 유니콘이라 부르거나 수군대지 않았다. 워낙 페로몬이 미미하다 보니 모두가 저를 베타로 알았고 그리 대해주니 편했다. 그랬는데-
"이동이요?"
"그래 <원더 베어즈>작가. 그 작가 담당자였던 요코씨가 임신 휴가로 쉬게 되었거든. 자리가 비는데 스가와라군이 해봐."
<원더 베어즈>라고 하면 월간 파스텔에 실리는 만화였다. 귀여운 곰돌이 다섯 마리가 원더랜드를 지키기 위해 악의 무리들과 싸운다는 어찌 보면 참 단순하고 유치한 이야기지만 약간의 블랙 코미디와 잔인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어 어른들에게 인기 있는 히트작이었다. 스가와라 역시도 심야에 TV에서 해주는 10분짜리 <원더 베어즈>를 본 적도 있었고 들고 다니는 차 키의 키링도 <원더 베어즈>의 맴버인 그린이 달려있었다. 그런 히트작을 넘겨받는다니, 입사 1년 만에 맞는 어마어마한 일에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속해있던 소년 만화 부에서 순정 만화 부로 옮겨야 하는 것은 조금 슬펐으나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승낙했다. 하지만 뒤이어 붙는 편집장의 말은 가볍게 승낙한 스가와라의 앞날을 예고하는 어두운 그림자처럼 다가왔다.
"스가와라군 베타라고 했지? 아, 다름이 아니라- 작가 선생님이... 흠! 그.. 그러니까 좀 심한 오메가 혐오 환자라서. 여자든 남자든 오메가면 아웃이거든."
그녀가 목 아래로 손가락을 까닥까닥 움직이며 소곤거렸다. 뭐, 스가와라군은 베타니까 합격이야. 상쾌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드는 그녀에게 자신은 솔직하게 "저 오메가인데요!"라고 외칠 수가 없었다. 이미 모두가 자신을 베타라 생각해 대하고 있는데 이제와 오밍아웃을 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페로몬이 옅으니 상관없을 것이었다. 작가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소취제를 팍팍 뿌리면 문제없을 것이었다. 그러니 괜찮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가볍게 생각했는데 상대가 놀랍게도 극우성 알파였다. 거기다 귀여운 곰 히어로를 그린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우람한 사내. 처음 그의 저택에 들어갔을 때, 스가와라는 정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뻔했다. 그의 집에 내려앉은 그의 페로몬이 그랬고 그의 위압감이 그렇게 만들었다. 태어나서 극우성 알파는 처음 마주하는 데다 자신은 거기에 면역력도 없는 오메가였다. 그걸로도 모자라 그는 얼굴마저 완벽했다. 태어나 저리 잘생긴 사내는 처음 보는 것만 같아 절로 입이 벌어지려 했다. 그렇게 멍 때리는 자신을 아래위로 열심히 스캔한 그는 다행히도 저를 베타라 착각해 주었는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오이카와 토오루입니다."
그가 내민 손을 어색하게 잡는 순간, 왈칵 뒤가 젖었다. 젠장. 스가와라는 오늘 두껍고 어두운 청바지를 입어 살았다고 생각하며 고민했다. 이대로 그를 담당하느냐 아니면 포기하느냐. 하지만 자신의 커리어에 엄청난 한 발자국이었다. 그리고 행운이기도 했다. 그걸 이대로 포기한다니. 절대로 무리였다.
"잘 부탁합니다."
이미 물은 쏟아졌다. 그의 손을 마주 잡은 이상 자신은 완벽한 거짓말쟁이가 되어야만 했다.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으니 단단하게 결심했다. 이미 모두를 속인 이상 제대로 해 보이겠다고. 그리고 그다지 어렵지 않을 터였다. 자신은 유니콘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날의 생각을 증명하듯 요 반 년 동안은 아무 탈 없이 지내왔다. 물론 대단한 오이카와 토오루 선생님이 그 실력만큼이나 원고 마감을 잘 안 지켜서 쫓기는 일이나, 처음으로 그와 한방에 갇혀 톤을 붙이고 식자 작업을 하는 개 같았던 일이나, 술에 취해 전화한 그를 찾기 위해 신주쿠 밤거리를 뺑뺑 돌았던 일이나, 가끔 그와 커피타임을 할 때 심장이 요란하게 뛰는 잊었던 자신의 본능 등을 제외하면 아무 탈 없이 지내왔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 저 개코는 위험해도 너무 위험했다. 스가와라는 절로 피곤해지는 정신에 핸들 위의 팔로 얼굴을 묻었다. 억제제 좀 안 챙겨 먹었다고 그걸 귀신같이 맡다니. 무서운 인간이었다.
"절대로 들키면 안 돼."
입안으로 맴도는 억제제 향을 혀로 쓸며 스가와라는 다시금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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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보~고~시~프~다~~~ 했던 것들을 모조리 때려 넣은 잡탕밥과 같은.... 그런 느낌..
극우성에 잘나가는 작가라는 짱짱한 스펙을 가지고도 땅 파고 사는 오메가 혐오 환자 오이카와 토오루와
오메가로서 기능 1도 못하지만 본능만은 짱짱 오메가스럽고 사랑받고 싶은 유니콘 스가와라 코우시로 오이스가.
일단 다 때려 넣었는데 졸려서 토ㅣ고는 늘 그렇듯이 나중에...